본문 바로가기

"담배 연기 피하려다 교통사고 날 뻔"...아동 통학로 98% 흡연에 무방비

중앙일보 2017.09.27 13:22
“담배 냄새 피하려다가 차에 부딪힐 뻔했어요.”
 
부산에 사는 조모(12)군은 등굣길에서 종종 마주치는 담배 피우는 어른을 피해 차도로 걷는다. 최근엔 교통사고를 당할 뻔하는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조군은 “우리가 지나가도 담배 피우는 어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냄새가 역해서 숨을 참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16개 시도에 위치한 보육·교육기관 200곳의 주요 통학로 흡연 실태를 점검한 결과, 4곳을 제외한 196곳(98%)에서 지속적인 흡연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22곳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흡연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 금연 캠페인에 참여한 어린이들. [중앙포토]

어린이 금연 캠페인에 참여한 어린이들. [중앙포토]

재단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아동 통학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 등 보육·교육기관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실내에 국한돼 있다. 시설 주변과 통학로와 같은 실외 공간은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이 천차만별이다. 
 
금연구역 지정 기준을 어린이보호구역(300m), 교육환경보호구역(50m), 어린이집(10m) 중 어느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범위가 달라서다. 아예 실외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지자체(충북·경북)도 있다.
 
아동 통학로 금연구역 관련 지자체별 조례가 관련 법령의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 통학로 금연구역 관련 지자체별 조례가 관련 법령의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특히 학교 담벼락, 학교 뒤편의 도로, 출입문과 이어지는 횡단보도 등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통학로가 어른들의 흡연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은 물론 조례상으로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있지 않아 간접흡연의 위험과 담뱃불로 인한 사고에 노출된 곳이 많다는 얘기다. 
 
대구에 사는 김모(9)양은 통학로에서 한 남성의 담뱃불에 손등을 데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실시한 전국 245개 시·도 및 시·군·구 공중이용시설 밖 금연구역 지정 조례 현황에 따르면 어린이집 출입구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지자체가 217개(88.6%)에 달했다.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200m 이내의 통학로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른들이 무심히 지나는 담배 연기와 아이들 얼굴 높이의 담뱃불은 아이들에게 큰 위협이다”고 꼬집었다. 재단 관계자는 “기존 금연구역은 물론 통학로 인근의 흡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내용이 모호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금연 안내 표지판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