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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펜화 공방

황석영

황석영

 
9월 8일 오후3시경 나는 작가 황석영의 집필실에 있었다.  
<중앙SUNDAY>에 격주로 연재하는 ‘정재숙의 공간탐색’에 들어갈 작가의 공간을 그리는 중이었다.  
(관련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1942474)
정 기자와 황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서재 한쪽 모서리부터 직사각형의 방을 그려나갔다. 스케치를 마치니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다시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진을 찍다 보니 책상 옆 책꽂이 위에 놓인 염주가 눈에 들어왔다.  
작가가 절에 다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깊은 사연이 담겨있다. 현대사의 굴곡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소설같이 살아온 본인의 삶을 증언하는『수인』에 그 얘기가 나온다.  
황 작가는 투옥 중에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박철언, 김종인, 이상훈, 이종구, 김승연, 황인성, 이창복, 이한영, 조국, 지존파 김기환...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중에 최군이 있었다. 제대 뒤에 과외를 했다는데, 가르치던 초등생의 엄마가 이자를 준다며 돈을 빌려갔다. 대학에 복학할 때가 되어 돈을 갚으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그 여자는 빌려준 증거 있냐며 잡아뗐다. 이는 결국 인질사건이 되었고, 최군은 아이를 지방 한적한 도로에서 살해하고 야산에 묻었다. 황 작가는 최군의 사형집행일을 하루 먼저 알았지만 알려줄 수 없었다.  
형장으로 가는 길에 최군이 말했다.
 
저...... 이거 가지세요. 울 어머니한테 편지나 한 장 써주세요.  
 
작가는 최군의 어머니에게 이를 전해주지 못했다.  
보리수 염주는 면회를 다니던 홀어머니가 직접 깎아 만들었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안충기 기자 사진
안충기 기자-화가

황석영 책상 위 염주, 그 기막힌 사연

9월 8일 오후3시경 나는 작가 황석영의 집필실에 있었다. <중앙SUNDAY>에 격주로 연재하는 ‘정재숙의 공간탐색’에 들어갈 작가의 공간을 그리는 중이었다. (관련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1942474)
정 기자와 황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서재 한쪽 모서리부터 직사각형의 방을 그려나갔다. 스케치를 마치니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다시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진을 찍다 보니 책상 옆 책꽂이 위에 놓인 염주가 눈에 들어왔다. 작가가 절에 다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깊은 사연이 담겨있다. 현대사의 굴곡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소설같이 살아온 본인의 삶을 증언하는『수인』에 그 얘기가 나온다. 황 작가는 투옥 중에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박철언, 김종인, 이상훈, 이종구, 김승연, 황인성, 이창복, 이한영, 조국, 지존파 김기환...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중에 최군이 있었다. 제대 뒤에 과외를 했다는데, 가르치던 초등생의 엄마가 이자를 준다며 돈을 빌려갔다. 대학에 복학할 때가 되어 돈을 갚으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그 여자는 빌려준 증거 있냐며 잡아뗐다. 이는 결국 인질사건이 되었고, 최군은 아이를 지방 한적한 도로에서 살해하고 야산에 묻었다. 황 작가는 최군의 사형집행일을 하루 먼저 알았지만 알려줄 수 없었다. 형장으로 가는 길에 최군이 말했다.
저...... 이거 가지세요. 울 어머니한테 편지나 한 장 써주세요. 작가는 최군의 어머니에게 이를 전해주지 못했다. 보리수 염주는 면회를 다니던 홀어머니가 직접 깎아 만들었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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