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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연기 상세한 계약서 작성 강제해야"

중앙일보 2017.09.26 16:39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토론회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토론회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영화계 내 성폭력 실태와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26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다. 공대위는 여배우 A씨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며 김 감독을 고소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로, 여성영화인모임 등 136개 단체·기관과 공동변호인단 등 13명으로 꾸려졌다.
 

영화계 성폭력 실태 및 해결방안 토론회 개최

페미니스트영화인모임인 찍는페미의 정다솔 공동대표는 "같이 영화를 준비하던 친구가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해 영화를 포기하고 심리치료를 받고, 그 성폭력의 악습들이 반복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나 역시 밤늦은 새벽 술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아야 했고, '술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출연시켜주지 않겠다. 나에게서 도망치면 이 바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민우회의 상담 활동을 토태로 영화 현장에서 벌어진 여배우들에 대한 성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를 발표했다.  ▲노출 연기가 없다고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노출 장면, 베드신을 촬영하는 경우 ▲사전합의하지 않은 노출 장면이니 안 찍겠다고 하면 설득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해 찍게 하는 경우 ▲사실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감독과 상대 남성배우만 따로 이야기해 여성배우 모르게 예정되지 않았던 스킨십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 ▲사전합의된 신체 노출과 접촉의 수위와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기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촬영하는 경우 ▲삭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 무삭제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유통시키는 경우 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오디션이라는 명목하에 갑작스럽게 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거나 모욕적인 말과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 위한 과정이나 연기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성관계를 강요하는 경우 등도 제시됐다.
정 사무국장은 또 "앞서 언급된 여성배우들의 다양한 문제에서 계약서만 제대로 작성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상황들이 허다하다"며 "이제는 신체노출에 대한 횟수와 정도 등의 상세한 내용을 포함해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고, 배우는 계약서와 다르게 요구할 경우 거부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훈 영화진흥위원회 기반조성본부장은 "지난 5월부터 여성영화인모임과 함께 진행해 온 영화산업 내 성폭력 실태조사를 11월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세미나나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예방대책을 연구하고 영화산업 현장 내에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조성 연구를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영화산업 내 성범죄 척결을 위해 여성영화인모임을 중심으로 모든 영화계가 함께하는 민관 합동의 (가칭)'범영화계 성폭력 대응기구'를 10월 내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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