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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혼밥족' 건강 위해…편의점 도시락에 영양성분 표시된다

중앙일보 2017.09.26 15:12
편의점 진열대에서 도시락을 꺼내 보고 있는 한 남성.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되면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영양소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중앙포토]

편의점 진열대에서 도시락을 꺼내 보고 있는 한 남성.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되면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영양소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중앙포토]

오는 2020년부터 편의점 도시락·즉석밥에 나트륨 등 영양 성분 표시를 볼 수 있게 된다. 혼자 편의점·마트 등에서 밥을 사먹는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스스로 건강을 챙기도록 돕기 위해서다. 현재는 제조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영양소를 표시하고 있어 신뢰도와 구체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도시락·즉석밥, 영양소 자율 표시에 '한계'
식약처, 2020년 1월부터 의무 표시하기로

'혼밥' 1인 가구 증가에 영양 불균형 심각해
도시락 조사하니 나트륨 많고 영양 표시 저조

비만, 성인병 위험 ↑…"쉽게 찾는 음식 택해"
표시 의무화되면 소비자 선택권과 정보 강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즉석섭취 식품(편의점 도시락 등)과 즉석조리 식품(햇반·컵밥 등), 시리얼, 코코아 가공품에 영양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양 표시 항목은 열량(kcal), 나트륨·탄수화물·지방 등 필수 영양소의 함유량(gㆍmg), 항목별 1일 기준치 대비 비율(%) 등이다. 
 
  현재 열량·나트륨 등 영양 성분을 제품 포장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품목은 '3분 카레' 같은 레토르트 식품(장기보존식품)을 비롯해 과자ㆍ빵ㆍ만두ㆍ초콜릿ㆍ잼ㆍ면ㆍ음료ㆍ커피믹스ㆍ장 등이다.
즉석밥과 컵밥 형태의 즉석조리식품도 이르면 내년부터 나트륨, 열량 등 영양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중앙포토]

즉석밥과 컵밥 형태의 즉석조리식품도 이르면 내년부터 나트륨, 열량 등 영양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중앙포토]

  시행 시기는 약 2년 뒤인 2020년 1월 1일로 정해졌다. 좌정호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장은 "일반적으로 포장 변경 등에 따른 업체 준비 기간을 감안해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둔다. 2020년부터 모든 제품에 영양 성분을 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문화 확산 등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이나 즉석밥 등 간편식을 찾는 손길이 많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한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문화 확산 등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이나 즉석밥 등 간편식을 찾는 손길이 많아지고 있다. [중앙포토]

  한끼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간편식에 영양성분 표시를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혼밥'이 일반화되면서 이에 따른 영양 불균형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밥이 익숙한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에서 2015년 27.2%로 증가했다. 올해 초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5~59세 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68.5%가 혼밥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2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개당 평균 나트륨 함량이 1366.2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1일 섭취 권고량(2000mg)의 68.3%에 달했다.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 함량은 나트륨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 편의점 도시락 제품에 표시된 조리 방법과 원료들. 하지만 영양성분이 어떻게 되는지는 대부분 표시돼 있지 않거나 신뢰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 한국소비자원]

한 편의점 도시락 제품에 표시된 조리 방법과 원료들. 하지만 영양성분이 어떻게 되는지는 대부분 표시돼 있지 않거나 신뢰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 한국소비자원]

  업체의 자율적인 영양 표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도시락 20개 제품 중 절반인 10종만 영양소를 표시한데다 그마저도 4종은 실제 측정량과 표시량에 차이가 났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편의점 도시락 24종을 분석했을 때도 영양성분을 표시한 게 1종에 그쳤다. 그나마 열량을 표시한 제품도 7종이었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체 중 하나인 GS리테일 측은 "정부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지난해부터 모든 도시락에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신뢰성 있는 기관의 확인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건강에는 자연스레 적신호가 켜진다. 이행신 보건산업진흥원 건강노화산업단장의 연구에 따르면 세끼 모두 혼밥할 경우 비만 유병률이 34.7%에 달했다. 혼밥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24.9%)과 비교하면 살찔 위험이 큰 것이다. 또한 세끼를 모두 혼밥으로 해결한다면 나트륨 과다 섭취(34.3%)와 영양 섭취 부족(38.8%) 같은 문제를 겪기 쉽다. 이 때문에 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은 물론이고 우울증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과일 등 건강한 식품 접근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시락·라면 등을 택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특히 혼밥을 많이 하고 식습관이 좋지 않은 남성 1인 가구는 나이가 들수록 비만과 성인병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라벨에 영양정보가 표시된 제품. 열량과 주요 영양소의 함유량과 1일 기준치 대비 비율 등이 나와있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라벨에 영양정보가 표시된 제품. 열량과 주요 영양소의 함유량과 1일 기준치 대비 비율 등이 나와있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으로 도시락 등에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되면 소비자의 알 권리가 강화된다. 내가 먹는 제품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스스로 따져볼 수 있다는 의미다. 20~59세 성인의 72.3%가 식품 구매시 영양표시를 확인한다는 식약처 조사 결과도 있다.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소비자가 도시락·즉석밥의 영양 정보를 미리 알고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선 영양 표시 의무화가 필요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간편식을 구입해서 먹더라도 좀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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