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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기각 위기' 면한 김기춘…법원 '직권 심리' 하기로

중앙일보 2017.09.26 13:11
26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26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법정 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못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법원이 항소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항소이유서 기한 넘긴 것 부적법"
직권으로 본안 심리는 진행키로
다음달 17일 첫 공판 열기로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26일 김 전 비서실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불러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양쪽의 의견을 들은 뒤 "이 사건은 변론을 열어서 본안을 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기간을 어겨 제출한 항소이유서는 적법하지 않은 만큼 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한 이유를 중심으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장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김기춘 피고인의 경우 또 다른 쟁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공판준비기일을 열게 됐다"면서 "항소이유서 제출과 관련해 적법성 논란이 되고 있어 그 점에 대해 양측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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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월 27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다음 날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항소이유서를 법정 기한을 넘겨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은 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았을 경우 항소 기각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특검팀 이용복 특검보는 "김기춘 피고인은 적법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항소심에서의 심판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향후 항소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김 전 비서실장이 항소이유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항소이유서를 기한 내에 내지 못했더라도 원심의 판결문과 기록 등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가 그중 잘못된 내용이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다시 조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전 비서실장의 경우 이러한 '직권조사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특검보는 "대법원에서 인정하는 직권조사 사유는 반의사불벌죄에서의 처벌불원의사 부존재, 미성년자 성년도과 등 형식적·절차적 사유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례 등에 비춰봤을 때 김 전 비서실장 변호인들의 주장 중 특검법 수사 및 기소 대상 해당 여부와 공소권 남용 여부 정도가 직권조사사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이미 원심에서 충분한 변론과 증거조사가 이뤄졌고 원심 판결 결과 역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실장 측에서는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 후 새로 선임된 이동명 변호사가 주로 의견을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검법에 정한 기한 지키지 못한 것 명명백백하다"면서도 "항소이유서 제출이 늦었다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이 사건은 심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특검팀이 김 전 비서실장을 기소하면서 낸 공소장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어떤 범죄로 기소됐는지를 알고 이를 방어하려면 '사람을 죽였다'는 결과만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죽였다'는 정도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압박받은 예술위 직원이 위원들을 어떻게 회유했고 어떤 부탁을 해서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이 지원대상에서 빠졌는지가 있어야 하는데 공소장에는 아무리 봐도 '부당 개입했다'는 가치 평가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죄자들이 작당해서 병원 직원들에게 마음에 안 드는 환자 리스트를 주며 죽여달라고 했을 경우’를 가정한 뒤 "시체가 있고 살생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살생부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시체로 발견됐는지, 그 과정에서 압박받은 사람들이 의무 없는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나와있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사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될 뿐 아니라 "특검팀이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재판부가 공소기각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1심 때부터 김 전 비서실장의 변호를 맡아온 김경종 변호사는 "항소 이유서 제출 기간을 하루 놓쳤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김 전 비서실장의) 변호인들이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에는 20일로 돼 있는 제출기한이 특검법에는 7일로 돼 있다는 점을 저희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특검)법 자체가 상당히 문제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비서실장이 선임한 12명의 변호인 중 8명이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변호인단의) 착오가 었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판례 취지는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직권조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피고인의 권리를 지켜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40여분간 이어진 양 측의 공방을 모두 들은 재판부는 "이 사건 항소이유서는 제출기간을 넘겨 적법하지 않으므로 향후 이 사건은 항소이유를 중심으로 본안을 심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운을 뗀 뒤 "다만 기간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직권조사 사유를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의 경우 직권 조사사유 범위 내에서는 본안의 심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7일로 첫 공판을 열기로 하고 직권으로 조사해야 할 사유에 대해 김 전 비서실장 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가슴에 노란색 번호표가 붙은 환자용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은 정식 공판이 아닌 공판을 준비하기 위한 절차인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은 반드시 출석할 의무는 없다. 김 전 비서실장은 "피고인은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하는 재판장의 말에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뿐 법정에서 발언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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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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