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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은 “선전포고” 미국은 독자 작전 … 최악 가능성 대비해야

중앙일보 2017.09.26 01:59 종합 30면 지면보기
하루가 다르게 한반도 긴장이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어제 저녁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말을 동원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며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선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더 오래가는 것은 그때 가보면 알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 외무상 “미 폭격기 쏘아 떨구겠다”
미, B-1B 편대의 북한 공해 단독 비행
보복 피해 최소화할 대비책 마련해야

이에 앞서 지난 주말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 KC-135 급유기 등으로 구성된 미 공군기 편대가 심야에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을 비행했다. “21세기 들어 NLL 넘어 최북방으로 비행한” 미군의 무력시위라는 점 이외에도 미 국방부가 작전 사항을 직접 발표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 공군의 호위 없이 괌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1B가 일본 오키나와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미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은 미군 단독작전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코리아 패싱’의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군사옵션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미국과 북한 두 나라의 문제로 한정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참여 없는 미국의 독자 작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말한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옵션”이 바로 이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한국의 일부 진보진영의 비판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독자적인 군사작전으로 북한을 타격하더라도 북한의 보복은 한국을 겨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밀타격이 북한의 공격 능력을 최소화하더라도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일대의 막대한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우리는 코리아 패싱을 두려워하기 앞서 이 같은 군사옵션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의 핵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완성되면 미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게 분명한 까닭이다.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야 하고 미국의 독자 군사작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선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치밀한 군사 공조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가능한 한 압도적인 재래식 대응무기 체계를 상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도부의 냉정한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 그것이 한반도 긴장을 가라앉히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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