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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의 원샷 야구] '야구 명문家' 출신 kt 로하스가 꿈꾸는 코리안 드림

중앙일보 2017.09.26 01:01
[김원의 원샷 야구] 아홉 번째 이야기
  
로하스는 늘 이렇게 웃는다. [kt 위즈]

로하스는 늘 이렇게 웃는다. [kt 위즈]



'원샷--.'


'고춧가루 부대' 또는 '매운맛 커피' 


프로야구 kt 위즈는 3년 연속 최하위를 확정했다. 그래도 올해는 '시작'과 '끝'은 좋았다. 4월에 12승 14패를 기록한 kt는 9월 19경기에서 10승 9패로 순항 중이다. 4월과 9월 올린 승수(22승)는 올 시즌 kt가 거둔 승리(48승)의 46%나 된다. 
 
최근 3연패로 주춤하지만 전처럼 맥없이 물러서지 않는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 두산전이 대표적이다. 한껏 기세가 오른 두산을 상대로 선제점을 냈고, 역전을 당했지만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싸움이 한창인 두산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그래서 요즘 kt는 김진욱 감독의 별명 '커피'에 '매운맛'을 더해 '매운맛 커피'로 불린다.  

 
kt는 그동안 침묵했던 타선이 살아나며 막판에 선전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팀 타율은 0.273인데, 9월 타율은 0.294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27)는 kt 9월 상승세의 중심에 섰다. 
 
지난 19일 로하스는 서울 잠실 LG전에서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kt는 로하스의 만루홈런을 포함, 9회 초에만 9점을 뽑으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21일 수원에서 로하스를 만나 당시의 소감을 물었다. 그는 "만루홈런을 몇 번 쳐봤지만 이렇게 극적인 홈런은 처음이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원동 섹시가이 
 
로하스는 지난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kt에 입단했다. 모넬은 28경기에서 타율 0.165라는 형편없는 기록을 남긴 채 퇴출됐다. 모넬을 대신한 그는 지난 6월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올 시즌 78경기에 출전해 17홈런·53타점, 타율 0.299, 출루율 0.350, 장타율 0.564, OPS 0.914를 기록 중이다. 시즌의 거의 절반만 뛰고 낸 성적이다. 만약 그가 시즌 초반부터 kt에서 뛰었다면 30홈런-100타점 이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산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 로하스는 kt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로하스를 수식하는 별명이 벌써 여러 개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조원동의 섹시가이'다. 조원동은 kt 위즈파크가 위치한 지역명이다.이 외에도 '복덩이' '킹하스' '수퍼 멜' 'KBO리그의 앤드루 맥커친(피츠버그)' 등등 다양하다.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열심히 뛴 로하스. [kt 위즈]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열심히 뛴 로하스. [kt 위즈]

 
"한국 팬들은 정말 기발하다. 별명도 다양해 들을 때마다 재미있다. '조원동 섹시가이'라는 별명도 들어봤다. 듣기 좋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섹시하게 보이려고 한 건 아니다.(웃음) 단지 언더셔츠를 입지 않는 게 편해서 그런 거다. 팬 분들이 좋아하니 나도 기분 좋다."
 
로하스는 유니폼 안에 언더셔츠를 입지 않는다. 유니폼 단추를 두어개쯤 풀어놓아 근육질 몸매가 살짝 드러난다. 
 
"거의 야구를 처음했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 처음에는 그날 기분에 따라 언더셔츠를 입기도 하고, 벗기도 했다. 요즘에는 거의 입지 않고 있다. 경기 중에 워낙 활동량이 많다보니 열이 많이 나는 편이다. 그래도 (기온이 좀 내려가서) 요즘에는 여름보다 훨씬 시원하다."

   
"넌 한국에서 성공 못해"  
 
로하스가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다. 로하스는 초반 10경기에서 타율이 0.167(36타수 6안타)에 그쳤다.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줄 아는 '근성'은 인정받았다. 그렇다고 뚜렷한 장점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올 시즌 대부분 외국인 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로하스도 데뷔 초반 한국 야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차 적응하는 것부터 힘들었다. 한국의 스트라이크존도 넓었다. 투수들의 다양한 투구폼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 투수들의 스타일을 우선 파악해야 했다. 미국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집어 넣으려고 한다면 한국 투수들은 시야 변화를 많이 주려고 하는 편이다. 바깥쪽으로 뺐다가 다시 안쪽에 집어넣는 식이다. 인코스에 공을 던질 때도 타자 몸쪽에 확실히 붙인다. 한국 투수들은 타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로하스는 슬라이딩을 할 때도 거침없다. [kt 위즈]

로하스는 슬라이딩을 할 때도 거침없다. [kt 위즈]

 
로하스는 6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배영수를 상대로 KBO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진욱 kt 감독은 "로하스의 타격 폼이 달라졌다. 임팩트 순간 손을 놓기로 했는데, 타격 연습을 지켜보니 굉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이날 로하스는 홈런을 쳤고, 이후 2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사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시간만 적당히 주어지면 무조건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진할 때 주변에서 '이런 타격 매커니즘으로는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내 귀로 직접 들은 얘기다. 부정적인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 경기 영상을 돌려보면서 한국 투수들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전력 분석팀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꼼꼼히 챙겨봤다. 타석 마다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빨리 적응해 다행이다."  
 
김진욱 감독은 늘 로하스의 긍정적인 자세를 칭찬한다. 김 감독은 "로하스는 주위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수다. 처음에는 조금 고전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처음 봤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히팅 포인트가 앞쪽에 형성되면서 타구 속도, 타구 질이 모두 좋아졌다. 새로운 것에 대한 습득력이 빠르다"고 했다. 
 
"감독·코치·베테랑 선수 모두 한국 야구에 대해 나보다 잘 안다. 조언을 해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 얻을게 있으면 항상 새겨들으려 노력했다. 나는 한국 야구가 너무 좋다. 코칭 스태프는 나를 도와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야구를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좋다."

 
지난 19일 LG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고 이광길 3루 주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로하스. [kt 위즈]

지난 19일 LG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고 이광길 3루 주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로하스. [kt 위즈]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아버지"
 
로하스가 kt에 입단한 데에는 야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권유가 절대적이었다. 그의 아버지 멜 로하스(51)는 1990년부터 99년까지 1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해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 등 5개 팀을 돌며 활약했다. 95~96년에는 30세이브 이상씩을 기록하며 몬트리올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어깨부상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아버지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야구선수다. 야구와 관련한 조언을 해주면 대부분 따르는 편이다. kt의 제안을 받고 아버지는 한국에 가면 배울 게 많을 거라고 얘기해줬다. 한국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한국행을 추천해줘 최종 결정이 오히려 빨랐다. 처음 kt 입단을 제안받았을 때 사실 주저했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눈 앞에 왔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판단이 맞았다. 한국에서 뛰어보니 내 커리어에 굉장한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버지의 조언을 따랐던 내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로하스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명문가 출신이다. [kt 위즈]

로하스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야구명문가 출신이다. [kt 위즈]

 
로하스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유명한 야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로 '로하스 가문'이다. 로하스 아버지의 삼촌인 펠리페 알루는 메이저리그에 도미니카공화국 시대를 연 최초의 인물이다. 펠레페 알루는 17년간 빅리그에서 뛰며 206개의 홈런을 날렸다. 은퇴 뒤에는 92년부터 2006년까지 몬트리올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감독을 지내며 지도자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 
 
펠리페 알루의 이름에는 웃지못할 사연이 담겨 있다. 그의 풀 네임은 펠레페 '로하스' 알루다. 로하스가 부계, 알루가 모계 성(姓)이다. 그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우트가 그의 모계 성을 부계 성으로 착각해 '알루'라는 성을 공식적으로 쓰게 됐다. 그의 형제인 매티, 헤수스는 물론 아들 모이제스까지 모두 알루라는 성을 쓴다. 빅리그에서 17년간 활약하며 2134안타·332홈런, 타율 0.303을 기록한 모이제스 알루는 kt 로하스의 삼촌이다. 
 
"아버지는 투수를 했지만 나에게는 타자를 권했다. 아버지는 어깨부상으로 일찍 야구를 그만뒀는데, 모이제스 삼촌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마흔이 넘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집안에 위대한 야구선수가 많았다. 야구를 잘 아는 분들이라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아버지는 내가 한국에 뛰는 경기 영상을 늘 찾아보시고 매일 전화로 조언해준다. 아버지, 삼촌들에 이어 야구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존재가 부담이 되진 않았다."  
 
'코리안 드림'은 이제 시작


로하스는 잘 달리고 잘 뛰는 외국인 타자다. [kt 위즈]

로하스는 잘 달리고 잘 뛰는 외국인 타자다. [kt 위즈]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프로야구 NC에서 뛰다 올해 미국으로 돌아간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의 성공 사례는 로하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성공적인 KBO리그 생활을 거쳐 4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은 테임즈는 올 시즌 133경기에 출전, 31홈런·62타점을 올렸다. 
 
로하스는 2010년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3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트리플A에 처음 올랐지만 이후 빅리그 데뷔 기회를 잡는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애틀란타로 트레이드 된 로하스는 올해 트리플A팀에서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9, 6홈런·31타점을 기록한 뒤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내가 한국행을 결정하기 전, 아버지와 에이전트인 사촌은 나에게 테임즈의 케이스를 들려줬다. 한국으로 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빅리그에 오르는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한국에서 성공한 뒤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는 길을 테임즈가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동기부여가 된다."
 
kt 팬들은 내년 시즌에도 로하스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 김진욱 감독 역시 "로하스는 갈수록 매력을 드러내는 선수다. 대체 외국인 타자로 팀에 들어와 정말 잘해줬다"며 "더 좋은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좀 더 지켜보겠다"며 재계약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kt에서 나에게 계약서를 보낼 때까지, 또 재계약이 확정될 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우선은 올해 남은 경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나는 kt 팬들과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 우리 팀이 비록 최하위에 쳐져 있지만 kt 팬들은 정말 열심히 응원해준다. 세상에 이런 팬들이 또 어디 있을까." 
 
로하스는 남은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kt는 시즌 종료까지 5경기가 남겨뒀다. 공동 1위 KIA(3경기)와 두산(1경기),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7위 LG(1경기)와 경기를 치른다. 순위 싸움의 키를 kt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 경기에서 맹활약한다면 그의 바람대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는 "우리는 비록 꼴찌팀이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코리언드림'을 꿈꾸는 로하스. [kt 위즈]

'코리언드림'을 꿈꾸는 로하스. [kt 위즈]

 
'원샷--.' 야구 속 '한 장면'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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