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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위한다더니 … 소비자 부담만 키우고 막 내리는 단통법

중앙일보 2017.09.26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소비자를 호갱(어수룩한 고객이라는 뜻의 신조어)으로 만든 법.’
 

그림자만 남긴 단통법 시행 3년
장려금 축소 단말기값 되레 올라
발품 팔아 싸게 살 수 있는 혜택 잃어

다음 달 1일 도입 3년째를 맞는 일명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평가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분위기가 거꾸로 돌아갔다는 의미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정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정치권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밀어붙여 그해 10월부터 시행됐다.
 
단통법의 핵심은 3년간의 한시 규정이라 이번 달을 끝으로 일몰되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다.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살 때 고가 요금제와 연계돼 차등 지급되는 지원금을 규제, 최대 33만원까지만 지원금을 줘 혜택을 소비자 누구나 볼 수 있게 한다는 규정이다(단기간 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이런 한시 규정이 도입됐다). 이를 위해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취지와 달리 정부의 규제는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3년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지원금 명목으로 들던 마케팅비를 크게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2014년 도합 1조6108억원에서 지난해 3조597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통신사만 혜택을 본 법이 됐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통신사들도 할 말은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케팅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선택약정 요금 할인 때문에 실제로는 매출 감소가 있었다”며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보면 우리 회사는 수익이 계속 하락세”라고 했다. 통신사들도 겉보기와 달리 법의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실제 소비 현장에서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단통법 시행 후 단말기를 바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9%는 “통신비가 이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48.2%도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통신비가 줄었다”는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현장에서 이런 괴리가 나타난 이유는 지원금 상한제가 통신사나 제조사들끼리 ‘가격 경쟁’에 소극적이게끔 하는 법적 장치로 변질해서다. 33만원이라는 공식적인 지원금 상한선이 생기자 기업들은 대리점 등 유통망에 비공개로 주는 장려금을 하향 조정했다. 장려금이 축소되면서 단말기 출고가도 단통법 시행 전보다 올랐다. 이전까지 자율적인 시장 경쟁 하에 발품만 팔면 염가에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이 같은 기존 혜택마저 잃게 됐다.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라는 측면도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과거 소비자들은 지원금과 선택약정 요금 할인,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받는 시장 구조 안에 있었다”면서 “둘 중 하나만을 택할 것을 강제하는 단통법으로 소비자들만 혜택을 놓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단통법은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재확인시켜준 사례”라며 “정부 규제의 실패라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간 건강한 시장 경쟁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정부가 도외시하면서 부작용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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