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규 이노베이션 랩장
# “딸아이가 떨어질 때마다 속이 타들어갑니다.” 최근 만난 지인은 자녀 이야기가 나오자 멈칫하더니 이렇게 털어놨다. 소위 ‘철밥통’이라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의 간부였다. 직장의 지방 이전으로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게 불편할 뿐 큰 고민거리는 없었다. 그런데 자녀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은 잿빛이 되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딸은 지난해 이른바 명문대의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번듯한 대기업 취직을 기대했지만 연거푸 실패해 졸업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구직 중이다. 눈높이를 10대 대기업그룹에서 중견기업으로 낮췄지만 소용없었다. 스펙을 쌓느라 학원도 여러 군데 다녀 대학 시절보다 돈이 더 든다고 푸념했다.
# “정부 입장을 아직 알 수 없어서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한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요즘 정부 눈치를 살핀다. 신입사원 모집 계획을 묻자 “사업을 어떤 식으로 확장할지 결정되지 않았는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등 경영 부담이 되는 정부 정책이 쏟아지면서 인력 운용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정부가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잔뜩 움츠러든 기색이었다. 불확실한 사업환경 탓에 대기업이 인력 확충을 주저하며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 올 8월 청년실업률(14~29세)은 9.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다. 세금 들이는 공무원 확대로는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고 그토록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불안해하고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책 없이 정부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청년의 시름은 깊어간다. 젊은이들이 절규한다. 일자리를 달라!
김창규 이노베이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