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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못해 미안해서"...인형뽑기방서 대형 곰인형 훔친 다둥이 아빠

중앙일보 2017.09.24 14:10
경기 가평경찰서 직원들이 무인 인형뽑기방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진단을 벌이고 있다. [사진 가평경찰서]

경기 가평경찰서 직원들이 무인 인형뽑기방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진단을 벌이고 있다. [사진 가평경찰서]

지난 6일 오전 5시쯤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의 한 24시 인형뽑기방. 일용직 건설노동자 A씨(38)가 환한 조명이 켜진 인형뽑기방 안으로 들어섰다. 무인으로 운영돼 자신을 제외하곤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3남매 아빠 애들 생각에 우발적 범행
100cm크기 리락쿠마 3개 훔쳐 도주한 혐의
경찰, 절도혐의로 입건 상태

A씨는 매장 안을 살피더니 갑자기 뽑기 기계 위에 전시된 갈색의 봉제 곰 인형에 손을 댔다. ‘리락쿠마(휴식이라는 의미의 영어 ‘릴랙스’에 곰을 뜻하는 일어 ‘쿠마’의 합성어)’라는 이름의 인기 캐릭터 상품이었다. 높이가 100㎝쯤 되는 대형 인형이다. 온라인쇼핑몰에서 현재 9만6000원에 거래된다.
리락쿠마 캐릭터 모습. 인형 뿐만 아니라 선풍기 등 다양하다. [중앙포토]

리락쿠마 캐릭터 모습. 인형 뿐만 아니라 선풍기 등 다양하다. [중앙포토]

 
A씨는 우선 이 곰 인형 두 개를 인근에 주차해둔 자신의 소형차에 옮겨 실었다. 전시된 리락쿠마를 누군가 가져가지 못하게 한 잠금장치는 없었다. 이후 그는 다시 뽑기방으로 들어와 한 개를 마저 안고 나갔다. 인형이 그만큼 커서다.
 
인형뽑기방 업주는 다음날 리락쿠마 세 개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인형뽑기방 내부를 비추는 폐쇄회로TV(CCTV) 분석 등을 통해 지난 17일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에 “평소 아이들에게 선물을 못 해준 것이 미안해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 그는 부인과의 사이에 5살·1살 남자아이와 3살 여자아이를 둔 다둥이 가장이다.
 
A씨는 범행 당일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집으로 향하던 중 인형뽑기방의 조명이 환하게 켜진 것을 보자 평소 세 남매에 대한 생각에 술기운까지 더해져 우발적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가 훔친 리락쿠마는 현재 경찰이 압수 중이다. 검사 지휘가 끝나는 대로 피해자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경찰은 A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음주운전은 당시 음주 수치 등 증거가 없어 입건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을 정도의 형편도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되는 인형뽑기방은 범죄표적이 되기 쉽다. *본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되는 인형뽑기방은 범죄표적이 되기 쉽다. *본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이어 “인형뽑기방 처럼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되는 곳은 범죄 표적이 되기 쉽다”며 “특히 매장 안에 현금이 이용되고 보관까지 돼 더욱 그런데 업주들이 무인경비 가입 등 범죄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평경찰서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인형뽑기방 5곳을 대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한 안전진단 활동을 벌였다.
 
가평=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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