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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색감, 강직한 디자인 …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은둔의 카메라

중앙선데이 2017.09.24 02:00 550호 20면 지면보기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TL2-실버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TL2-실버

사진 강좌를 오래 진행했다.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벼라별 직종과 다양한 연령층으로 다채롭다.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과 만났고 그들은 나를 통해 사진의 세계에 들어섰다. 강좌는 십 년을 넘게 지속되었고 여기서 만난 이들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다. 강좌를 지켜봤던 이들이 선생에게 보내는 호불호의 감정은 알 바 아니다. 사진의 즐거움이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지길 바랐던 진심만 알아주면 된다.

윤광준의 新 생활명품 <69>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아마도 일부 수강자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 했을 게다. 사진 강좌에서 카메라를 다루지 않았으니까. 귀한 시간을 내서 강좌를 듣는 이들에게 보내는 배려였다. 검색 해보면 다 알 수 있는 뻔한 상식을 반복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서로 챙겨주어야 하는 최고의 자산은 시간 아니던가. 나를 만났던 이유가 책이나 인터넷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의 공유여야 남는 거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매번 바뀌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낡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게으름이다.
 
사진은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이 찍는 것이란 지론을 펼쳤다. 사진 잘 찍으려면 먼저 세상 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게 순서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보였다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멋진 사진이 얻어진다. 사진 찍는 시간은 수백 분의 일 초면 충분하다.
 
강의를 듣는 동안 사람들은 내 지론에 호응하는 듯 보였다. 건성의 몸짓이라는 걸 안다. 고급 카메라와 조작법만 익히면 좋은 사진이 찍혀질 것이란 사람들의 믿음이 더 큰 까닭이다. 카메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접근 방법의 강조는 잔소리 마냥 들렸을 게다. 어디 사진판 뿐일까. 골프장에 가면 골프채 이야기로 분주하다. 드라이버가 좋지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골퍼의 푸념은 지긋지긋하기 까지 하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자전거와 오토 바이크를 타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은연중 서열을 매기는 못된 습성까지 퍼져있다. 무릇 도구의 비중이 큰 분야의 행태란 거의 똑 같다.
 
카메라란 도구의 맹목적 의존을 벗어나라는 주문은 실패했다. 사람들은 신형 카메라의 성능표를 줄줄 외고 달라진 기능과 속도를 자랑하는 일을 더 즐거워했으니까. 놀랍게도 삼십 년 전 겪었던 일들은 여전히 반복된다. 요즘 후배들은 많은 정보와 선택의 기회로 할 말이 더 많아진 듯하다.
 
뒤늦게 카메라가 아니라 남겨진 사진이 더 중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본질의 파악은 언제나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사진을 위해 카메라가 있고 이를 휘두르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사진은 카메라가 좋아야 찍혀지는 게 아니다. 최고의 카메라가 만들어주는 화질과 색감, 분위기 같은 것은 사진 표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카메라라도 못 봐줄 정도의 형편없는 사진을 만들지 않는다. 성능의 평준화가 디지털 카메라의 모습이다. ‘어떻게’의 관심 대신 ‘무엇을’ 찍는 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찾아온 이유다.
 
그래도 좋은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사람들은 끈질기게 물었다. 마음에 드는 카메라가 제일 좋은 것이라 말해주었다. 선명하고 또렷하게 찍히는 렌즈의 성능이 필수다. 여기에 필요한 기능의 탑재와 쉬운 조작의 편리함이 따라야 한다. 크기와 무게도 중요한 요소다. 몸의 부담을 줄여 작업 효율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눈과 손끝 감각의 연장에 카메라가 놓인 듯한 민감함도 중요하다. 사진 찍는 이의 의도가 지연 없이 반영되어야 하니까. 넘치면 곤란하다. 모자라면 불편하다. 제 몸과 불화하는 카메라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조건에 100% 부합하는 카메라란 없다는 게 문제다. 기대의 반을 충족시키는 카메라가 있다면 그게 바로 제 카메라다.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Q 시리즈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Q 시리즈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SL 시리즈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 SL 시리즈

제 손으로 직접 좋은 카메라를 찾으려면 일일이 다 써 봐야 한다. 그럴 시간도 정성도 없는 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다. 실수와 손해 보지 않으려고 내게 추천해 달라고 하는 거다. 정확한 조언이 필요하다. 무엇을 찍을 것인지 먼저 정하고 카메라를 사라는 얘기는 빼놓지 않았다. 여행 사진을 찍기 위해선 작고 가벼운 기종이 좋고 새와 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선 망원렌즈를 달 수 있는 커다란 카메라가 최고란 뜻이다. 세상에 만능의 도구란 없다.
 
도락과 취미로 사진을 택한 이들에겐 최고의 카메라를 권했다. 사진 찍는 것 보다 카메라 만지고 즐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명기의 상징과 신화를 소유해 곁눈질 하지 말고 단번에 최고의 가치를 즐기라고 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라이카 M 시리즈가 해법이다. 어설픈 차선의 대치가 충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우선 반응했다. 꼬임에 빠진 눈치 빠른 서너 명이 이 방법을 택했다. 이후 한 번도 원망을 들은 적 없다. 옳은 선택임이 증명된 셈이다.
 
요즘 카메라 시장은 양극화의 모습을 보인다. 번거롭게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도 사진 찍어주는 스마트폰이 기존 사진의 영역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버렸다. 나머지는 특별한 촬영 거리를 좇거나 전문 용도로 쓰이는 DSLR 카메라가 차지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전문용 카메라 사이의 선택이 애매해 졌다.
 
얼핏 보면 사이좋은 동거의 모습 마냥 역할 분담이 분명해진 듯하다. 내용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스마트폰의 일회성 가벼움과 화질의 한계를 보완해줄 기종의 필요다. 본격 DSLR 기종의 성능은 유지되고 크기가 작은 카메라를 사용자들은 원했다. 기존 카메라의 메커니즘 일부를 없앤 미러리스 타입의 카메라가 유행하게 된 배경이다.
 
디지털 기술의 현재가 실감나게 확인되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진화는 놀랍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가벼운 무게는 편의성을 대폭 개선시켰다. 일본의 메이커들이 미러리스 타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 편리함과 화질의 우수함을 인정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나라 밖을 떠돌며 업무에도 사용한다. 작고 우수한 성능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없었다면 빠른 시간에 그 많은 촬영량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다.
 
과거 일본 카메라 메이커들의 기술적 원류였던 독일의 라이카가 이젠 거꾸로 신세를 질 차례다. 미러리스 타입의 카메라를 라이카도 만들기 시작했다. 기술적 안정 단계와 시대의 흐름이 가져온 변화의 모습이다. 형식은 얼마든지 빌려올 수 있다. 내용의 마무리를 보면 일본의 것과 전혀 다른 유러피안의 감성과 내용으로 완결됐다.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완성도 높은 형태가 놀랍다.
 
라이카 미러리스 타입 카메라 전 기종인 Q와 SL과 TL 시리즈를 다 써 봤다. 내 취향은 최신 버전인 작은 TL2에 더 끌린다. 사용 편의성이 훨씬 높다는 이유다. 아우디 자동차의 디자인 맥을 이은 강직한 선의 간결함이 마음에 들었다. 통 알루미늄 궤를 깎아 만들었다는 몸체는 물 한 방울도 샐 틈 없어 보일 만큼 치밀하다.
 
라이카 미러리스 카메라는 선호의 이유가 분명한 특별한 카메라다. 관심 갖는 이들은 많아도 정작 써 본 이는 적다.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어려운 은둔의 카메라는 독특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특유의 깊은 색감과 선예도 높은 또렷함은 비교의 대상이 없다. 넘사벽인 높은 가격과 까탈스러운 조작의 불편함마저 감당할 수 있다면 잇 아이템으로 손색 없다.

 
 
윤광준 : 글 쓰는 사진가. 일상의 소소함에서 재미와 가치를 찾고,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즐거운 삶의 바탕이란 지론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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