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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공개된 공수처의 나아갈 길“통제 안 받는 위헌적 기관”

중앙선데이 2017.09.24 01:45 550호 15면 지면보기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무소불위 권한 행사 땐 어떻게 하나
영장청구권 주는 것은 헌법 왜곡
잘나갔다 정권 바뀌면 좌천 여전
청와대의 인사 개입 줄여야 해결

참여정부 초기였던 2003년 3월. 평검사 대표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 참여했던 이완규 변호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검찰 인사권 독립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당시 토론에서 일부 검사가 빈정거리는 모습은 상당수 국민에게 반감을 샀지만 논리적으로 접근한 이 변호사의 지적에는 공감을 표하는 이가 많았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표적·하명수사’를 진행하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선 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3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최근 나와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신분이 변했지만 여전히 검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청와대가 좌지우지하는 인사 관행을 없애는 것이란 소신은 여전했다. 지난 19일 이 변호사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한 공수처 안에 대해 “위헌적 기관”이라며 “검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왜 위헌적인가.
“우리 헌법 구조를 보면 국가 권력이 국민의 뜻에 맞게 행사되도록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선출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선출된 사람이 국민 뜻에 따라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통제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국회가 잘못된 행정 권력 행사에 대해 장관을 해임시키든 국정조사를 하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구조를 설계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법무부 산하의 외청으로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법부인 법원을 제외한 대통령과 국무총리 산하 모든 행정기관은 이런 헌법적 설계 안에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나온 공수처 안은 독립된 기관 모델이다. 어느 장관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권한을 남용하면 누가 통제할 것인가. 독립적으로 임명된 뒤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지금 상태로라면 공수처는 우리 헌법이 예비하지 않은 위헌적 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통제할 수 없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찰권이 너무 크다며 공수처에도 같은 권한을 준다.
“그 부분도 문제다.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일원화한 것은 국민 인권보호 차원에서다. 강제처분은 적어도 법률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취지다. 여기서 말하는 검사는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찰청의 검사다. 그런데 이번 법률안을 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고 있으며 영장도 청구할 수 있다. 공수처에 공수처 검사를 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건 헌법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법안처럼 한다면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도 필요 없다. 그냥 경찰청 소속 검사를 두면 된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 영장도 청구하고 기소도 가능해진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헌법에서 말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검찰 인사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문제 되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은 정치권이 검찰 인사에 개입하기 때문에 생긴다. 모든 정권이 자기는 아니라고 한다. 이번 문재인 정부도 자기들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첫 인사에서 어떻게 했나. 전 정권에서 역할을 해 온 고위 검사들을 다 날렸다. 물론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부적절했는지, 근무 성적이 얼마나 나빴는지 하는 객관적 조사 결과는 없이 그냥 인사를 냈다. 청와대에서 자기들이 보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는 게 전부다. 그걸 누가 승복하겠나. 그걸 본 다른 검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정치적 중립을 지켜 주겠다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도록 장려하는 거 아닌가. 결국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객관적 평가에 따른 인사시스템을 만들어야만 검찰이 바로 서고 정치적 중립도 지켜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의 잘못은 없나.
“상황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당연히 검찰의 잘못이 크다. 수사권·기소권을 다 갖고 있는 검찰이 앞장서 인지수사·특별수사를 많이 해 왔다. 그게 잘못이었고 검찰이 거대 권력화하는 원인이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특수부를 포함한 인지수사 부서를 대폭 줄여야 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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