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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공개된 공수처의 나아갈 길 “공수처, 검찰과 절연이 관건”

중앙선데이 2017.09.24 01:44 550호 15면 지면보기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개혁 20년 논의 결실 눈앞
집중된 권한 나누는 역사적 의미
검찰 인력 의존 땐 제2 검찰 우려
‘변호사 자격 있어야 처장’ 아쉬워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혀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 측 로드맵이 지난 18일 공개됐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이다. 이를 계기로 공수처 신설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검찰 출신 이완규(56·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지봉(51)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이번 권고안에 담긴 의미와 공수처가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와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다. 노무현 정부 때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과 국가인권위 인권정책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올해 2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아 공수처 신설안을 별도로 내기도 했다. 지난 19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임 교수를 만났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공수처 신설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1996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을 청원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언급한 게 시초다. 만약 이번 기회에 공수처가 생긴다면 20년 결실이 빛을 보게 된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공수처 도입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공약했고 대선 직후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적폐 청산의 과제로 압도적인 다수가 검찰 개혁을 꼽았다. 이번 권고안은 사실상 법무부 법안으로 정부가 국회로 공을 넘긴 거다. 이미 국회에 의원 입법 3건(박범계·노회찬·양승조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좋든 싫든 공수처 법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도입 논의를 해야 한다.”
 
권고안 도출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인가.
“역사적인 대사건이 될 수 있다. 이제껏 기소 편의주의에 따라 기소 여부는 물론 형사 절차와 관련한 모든 권한이 검찰에 독점돼 있었다. 견제장치로 법원의 재정신청제도가 있지만 제한적이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에 한해 검찰보다 수사·기소권이 우선하도록 설계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중요한 권한을 가져가는 것이다.”
 
또 다른 수퍼 권력기관의 탄생은 아닌가.
“공수처의 성패는 기관 자체의 독립성과 처장·차장·검사·수사관 등 구성원들 각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로부터의 독립이다. 공수처를 만들어 놔도 제2의 검찰이 되면 소용없다. 공수처 검사는 현직 검사를 하다가 곧바로 임명될 수 있고 전체 검사의 2분의 1까지 검찰 출신이 갈 수 있다. 대한민국 검사들은 동료의식이 아주 강하다. 검찰 출신 변호사도 그렇다. 검사를 5년 이상 한 사람, 소위 ‘검찰 물이 든 사람’은 공수처 검사로 재직할 수 없도록 하고 검찰 출신은 4분의 1로 제한해야한다. 공수처가 검찰의 옥상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특수수사 역량은 검찰이 뛰어나고 기업 비리 수사에서 고위 공직자 뇌물사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수사의 연속성 문제도 있다.
“검찰의 수사 전문성을 고려할 때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공수처는 검찰과 절연해야 한다.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공수처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효율을 추구해 검찰이 모든 것을 독점했다. 정치적 중립성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수사 연속성을 탓하는 건 기존의 검찰체제에서 나온 좁은 사고다.”
 
공수처장 임기가 3년으로 짧다. 현재 검찰총장도 정권마다 임기를 못 채우는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건 아닌가.
“3년은 짧은 감이 없지 않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어서 최대 2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 권고안이 처장 추천위를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국회 추천 4명으로 다양화해 대통령이 혼자 좌지우지하기는 어려울 거다. 임기보다 반드시 변호사 자격을 요구한 것이 아쉽다. 검사뿐 아니라 법조계 전체 동료의식도 강하다. 과거 사법연수원이라는 단일 기관에서 기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장은 공수처 독립성에 대한 소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지가 가장 중요한 자리다. 법조계 내부의 동료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그 밖에 보완해야 할 점은.
“이번 권고안은 고위 공직자의 대상을 대통령부터 최대 3급(청와대·국정원)으로 넓혔지만 범죄의 범위는 공무상 범죄로 좁게 잡았다. 판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성범죄사건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지 모호하다. 일례로 2013년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고, 공연음란죄로 체포됐던 김수창 전 검사장도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최근 현직 판사가 몰래카메라 범죄에 연루되는 등 법조계의 성범죄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때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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