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首鼠兩端<수서양단>

중앙선데이 2017.09.24 01:11 550호 33면 지면보기
漢字, 세상을 말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세력 사이에 끼어 있는 만큼 어려운 처신도 없을 법하다. 어느 한쪽의 미움도 받지 않고 동시에 양측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게 어디 말처럼 쉽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두 진영 모두로부터 따돌림을 받기에 십상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 신세가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
 
한(漢)나라 때 이야기다. 두영(竇嬰)과 전분(田分)이란 귀족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황실의 외척이었다. 두영은 5대 황제인 문제(文帝)의 처 두태후(竇太后)의 친정 조카였고, 전분은 6대 황제인 경제(景帝)의 처 왕태후(王太后)의 이복동생이었다. 처음엔 두영의 지위가 높았으나 두태후가 죽고 난 뒤엔 전분의 세력이 커졌다. 하루는 한 연회에서 두영과 관계가 깊었던 장군 관부(灌夫)가 사고를 쳤다. 전분과 가까운 사람들이 두영 측 인사들을 홀대한다면서 관부가 행패를 부린 것이다. 이는 결국 전분과 두영의 싸움으로 확대됐고 황제의 귀에도 들어갔다. 황제는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안국은 양측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으므로 황제의 재단으로 처리하는 게 좋겠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격분한 전분이 한안국에게 말하기를 “그대와 함께 대머리 늙은이(두영을 가리킴)를 해치우려 했는데 어째서 수서양단(首鼠兩端)의 태도를 취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수서(首鼠)는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쥐를 말하며, 양단(兩端)은 반대되는 두 끝을 일컫는다. 쥐가 구멍에서 머리를 삐죽이 내밀고는 밖으로 나올까 안으로 들어갈까 형편을 살피고 있는 게 수서양단인 것이다. 얼른 결정을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이것저것만 따지고 있는 기회주의자 한안국을 꼬집은 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갖고 미·중 모두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우리의 모습이 혹여 수서양단의 행태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안보 문제만큼은 우리가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임해야 상대 또한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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