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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절정기에 개혁한 영국·독일은 과실 챙겨

중앙선데이 2017.09.24 01:00 550호 7면 지면보기
노동개혁의 두 가지 길
1차 석유파동(1973년) 이후 세계, 특히 유럽에서 재계와 노동계는 맞섰다. 서유럽 갈등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일단락됐다.
 
마거릿 대처

마거릿 대처

첫 번째는 영국 경로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금기에서 소외됐다. 이전시킬 농업 인구가 없었다. 노동조합은 강력했다. 결국 보수당 마거릿 대처가 1970년대 후반 집권해 노조 분쇄에 나섰다. 황금기를 누리지 못한 중산층이 대거 보수당 편을 들었다. 먼저 공권력을 동원해 탄광노조를 공격해 무력화했다. 공기업은 민간에 팔아 정리해고하도록 했다.
 
피터 싱클레어 영국 버밍엄대(경제학) 교수는 “대처의 노동개혁 이후 80년대부터 영국 경제가 활성화하고 실업률이 낮아졌다”며 “하지만 이때 성장한 중산층이 한 세대 뒤 붕괴하면서 브렉시트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73년까지 재계·노동계 타협을 바탕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승자의 저주였을까. 양쪽은 석유파동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재계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했지만 황금기의 사회적 협약은 단단하게 구조화했다. 그 바람에 영국이 4% 실업률을 보일 때인 90년대 전후 독일은 8%를 웃돌았다. 구조는 한계 상황에 이르러서야 해체되기 시작한다. 독일은 통독의 후유증과 맞물려 ‘유럽의 병자’로 조롱당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게르하르트 슈뢰더

사민당 출신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2002년 노동시장 개혁을 시작했다. 복지를 줄이고 노동시장 규제를 풀었다. 재계는 대처와는 달리 대화와 타협으로 개혁을 이끈 좌파인 슈뢰더를 상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제학계에선 요즘 독일 경제가 잘 굴러가는 게 슈뢰더 개혁 때문인지 아니면 단일통화(유로) 등 시장 확대 효과인지를 놓고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 노동개혁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나라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한 순간엔 세계화 시대였다. 경제 불평등이 심각한 이슈가 아니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면 경제가 활성화해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 세계는 불평등이 낳은 갈등이 심각하다.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과 영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드는 까닭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더라도 나눌 만한 충분한 과실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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