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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뛴 만큼 뱃살 쭉쭉 안 빠진다, 정답은 덜 먹기

중앙선데이 2017.09.24 00:22 550호 31면 지면보기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인체의 에너지 자물쇠 전략
운동은 체중감량보다 건강증진에 효과적이다. [사진 김은기]

운동은 체중감량보다 건강증진에 효과적이다. [사진 김은기]

국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입사 후 체중이 불었다. 9명은 감량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나 현재 운동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출렁이는 뱃살을 줄이려면 목숨 걸고 운동해야 할 것 같은 비장한 각오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운동으로 몸무게가 확실히 줄까? 최근 유명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연구 결과는 실망이다. 운동 죽으라고 한 만큼 몸무게가 쑥쑥 빠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너무 과하면 정자 DNA도 깨진다. 하지만 이런 몸의 에너지보존 전략 덕분에 인간은 지구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몸-운동-에너지-음식의 진화 원리를 알면 뱃살 줄이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인다. 바로 덜 먹기다.

시속 8㎞ 주당 2.5시간 넘으면
운동해도 에너지소비 줄지 않아
너무 과하면 정자 DNA 깨질 수도

운동으로 쉽게 감량 안되게 진화
효과, 단기 고강도 > 장기 저강도

 
 
부시맨과 뉴욕 사무원 에너지 소비량 동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생물인류학 연구진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부시맨’을 찾아갔다. 부시맨은 현재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에 살고 있는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와 비슷하다. 남자들은 창, 손도끼를 달랑 들고 사냥을 나선다. 동물 추적 하느라 하루 11.4㎞를 걷는 것은 기본이다. 여자들도 쉴 틈이 없다. 열매를 따거나 식물뿌리를 캐내 아이들 먹이기 바쁘다.  
 
부시맨들은 하루 운동량이 많으니 당연히 현대인들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뉴욕대학 연구진은 부시맨들의 하루 에너지소모량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는 의외였다. 하루종일 걷다시피 하는 부시맨들이 의자에만 있는 뉴욕 직장인 소비량과 비슷했다.  
 
이 의외의 결과에 놀란 다른 대학 연구진들은 좀 더 정밀한 실험을 했다. 미국, 아프리카 등 5개 지역에서 다양한 남녀 인종 332명을 모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평상시 운동정도에 따른 하루 에너지 소비량을 7일간 측정했다. 소파에서 죽치는 ‘소파족’도 있었고 하루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 ‘운동 마니아’도 있었다.  이들 손목에 운동량 측정밴드를 채웠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운동량이 적은 단계에서는 에너지소비량이 운동량에 비례했다. 즉 하루 1시간의 보통 걷기 (시속 5㎞)까지는 운동한 만큼 비례해서 에너지가 소비됐다. 살이 그만큼 빠진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에서는 운동량이 늘어나도 에너지소비가 늘지 않았다. 살이 더 안 빠진다. 그럼 운동에 쓰였던 에너지는 몸속 어디에서 끌어다 썼을까.  
 
답은 ‘기초대사량 중에서 면역소요 에너지를 줄인다’다. 그러면 면역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다. 오히려 과도한 면역(염증반응, 자가면역)을 줄여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경계선이 있다. 이 선을 넘어 운동량을 늘리면 기초대사량이 너무 많이 감소해 몸에 역효과를 준다. 그 결과 성장속도가 줄고 배란이 감소한다. 어느 정도가 건강에 좋을까. 미 대학심장협회에 의하면 천천히 뛰는 정도의 빠른 걷기(시속 8㎞)로 주당 2.5시간 운동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로도 주당 4시간을 넘어서면 운동효과는 급감해서 전혀 운동 안 하는 사람과 같다. 게다가 전문선수들도 고강도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 정자 DNA 깨짐 현상이 관찰된다. 즉 과도한 장기간 고강도운동은, 뱃살을 줄이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지만 정자, 즉 번식에까지 손해를 입힌다. 인류의 몸은 왜 이런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답은 ‘굶을 때를 대비한다’다. 즉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운동량이 많아지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호모 사피엔스는 운동을 위해 몸속 에너지원을 다 사용하지 않고 절약하는 전략을 택한다. 그 영향으로 면역이 줄어들거나 정자 DNA가 일부 조각나도 보존전략이 궁극적으로는 낫다. 왜냐면 굶게 되면 그때 태어난 새끼도 건강하게 살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살아 있는 부모신체를 보전하는 고육지책이 진화에 유리한 셈이다.
 
뱃살 줄이겠다고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뱃살이 줄어들지만 그 이상 운동 강도에서는 더 줄지 않는다. 에너지소비가 어느 이상 안 되도록 일종의 자물쇠 전략을 쓰는 것이 호모 사피엔스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에너지 보존형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 동물의 최상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어떻게 큰 두뇌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답은 쓸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용에너지 늘려 최상위 포식자 돼
불과 요리를 통해 고에너지를 섭취한 인간이 에너지 발생효율이 높게 진화할 수 있었다. [사진 김은기]

불과 요리를 통해 고에너지를 섭취한 인간이 에너지 발생효율이 높게 진화할 수 있었다. [사진 김은기]

인간이 어떻게 유인원(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을 제치고 앞으로 나서서 세상을 호령할 수 있게 됐을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유인원보다 오래 살고 자식도 많이 낳고 두뇌가 컸기 때문이다. 비결은 한 가지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른 유인원보다 많았다.  
 
2016년 저명학술지 네이처는 이런 가설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즉 인간 하루 에너지소비량이 유인원보다 20%(400㎉) 많았고 에너지발생효율도 높았다. 인간이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3가지다. 불을 사용해서 다양한 고칼로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사회 형성으로 식량을 나누어 먹을 수 있었고,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었다.  
 
바짝 마른 부시맨도 침팬지보다 1.6배(남), 2.4배(여) 지방이 많다. 지방 덕분에 인간은 굶을 때도 살아남았다. 그렇게 수백만 년을 지내온 인류다. 그런데 농업혁명, 산업혁명으로 먹을 것이 너무 많아졌다. 당연히 지방이 더 쌓인다. 실제로 현대인은 부시맨보다 1.8배 지방이 많다.  
 
하지만 구석기시대 몸은 이 지방을 본능적으로 비상식량으로 간주한다. 운동 조금 한다고 이걸 다 사용하지는 않는다. 결론은 간단하다. 운동으로 몸무게가 쉽게 줄어들지 않도록 인류는 진화했다. 이런 원리를 안다면 비만 해결책은 간단하다. 적게 먹어야 한다. 운동은 어느 정도까지만 감량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감량목적으로 운동에 목매지 말라. 운동이 진짜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건강이다.
 
 
운동효과는 건강증진이다
운동하면 장수한다. 하버드대 미 국립암연구소 공동연구에 따르면 하루 1시간 빨리 걷기만 해도 수명이 7.2년 늘어난다. 계산해 보자. 40세 성인이 80세까지 하루 1시간만 투자하면 하루 4시간을 더 살 수 있다. 확실히 남는 장사다. 특히 장기간 운동은 심장 마비, 당뇨, 암 예방에 보증수표다. 무엇보다 근육량이 늘어나는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늘려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된다. 추천 운동 강도는 빠른 걷기(시속 8㎞)로 주당 2.5시간이다. 같은 속도보다는 강약이 반복되면 좋다. 몸이 적응하면 에너지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2015년 ‘스포츠의학 연구’ 학술지는 운동 세기를 변화시키라 권고한다. 장기 저강도 운동보다는 고강도 단기를 추천한다. 죽어라 달리고 잠시 쉬었다 다시 죽어라 달리는 반복운동효과가 2형 당뇨 인슐린 저항성을 49%나 감소시켰다. 특히 운동 초보자에게 효과가 좋다. 강한 운동으로 근육 칼슘수용체가 깨지면서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고 근육을 강하게 만든다. 운동고수들은 이미 이런 단계를 지나 적응했기 때문에 초보보다는 효과가 덜 하다.  
 
스피닝(그룹 사이클링)은 화끈하다. 30초간 죽어라 페달을 밟고 4분간 숨 고르기를 6번 반복한다. 건강에 좋다. 하지만 한번 해 보면 안다. 너무 힘들다. 특히 중장년에게는 30초간 죽어라 달리기는 쉽지 않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헬스클럽 자전거나 러닝머신은 너무 지루하다. 인내를 요한다. 계속하기 힘들다.  
 
더 재미있는 운동은 없을까. 있다. 게임이다. 동네 조기축구에서 공을 따라 뛰는 것도 고강도, 저강도의 반복이다. 휙휙 날아다니는 셔틀콕을 쫓아가는 배드민턴도 좋다.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떠들고 웃으며 달리는 생활체육이 중장년에게는 최고 운동, 최선 건강지킴법이다.  
 
실제로 국내생활체육 동호인이 운동 안 하는 일반인보다 신체나이가 무려 21년(남), 13년(여) 더 젊었다. 운동은 몸을 젊게 한다. 하지만 뱃살까지 확실하게 줄이려면 한 단계 더 필요하다. 운동 후 꿀맛 같은 밥과 시원한 생맥주 유혹을 견뎌야 한다. 대부분 여기서 실패한다. 명심하자. 피자 한 조각 더 먹으면 1시간 23분간 더 걸어야 한다. 피자 먹는 대신 운동 삼아 1시간23분 걷는다면 5시간23분 더 살 수 있다. 무엇을 해야 뱃살을 줄이고 어떤 것이 건강에 좋은지 자명하다. 먹는 유혹을 참고 빨리 걸어라.
 
미 유명작가 토니 로빈스는 이야기한다.  맛있는 음식을 인생 내내 즐기고 싶은가? 방법이 있다. 그 음식을 매번 조금씩만 먹어라.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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