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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봐준다더니 우리아이 때려"…이 한마디에 '알몸살인'

중앙일보 2017.09.22 11:02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A씨(32)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A씨(32)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 20대 여성 살해사건 피의자 남성은 숨진 여성의 3살된 딸을 돌봐줄 정도로 평소 사이가 돈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A씨(32)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를 내가 괴롭힌다는 험담을 주변에 하고 다녀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를 맡길 정도로 각별했던 이웃 사이였는데 사소한 험담을 계기로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번지게 됐다는 것이다.
 
22일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청주 하천 둑에서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B씨(22·여)와 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A씨는 4년 전 지인을 통해 알게됐다. 이즈음 B씨의 15년 지기 고향친구인 C씨도 알게됐다.
 
A씨는 B씨의 남편과도 친해져 서로 형,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졌다. B씨 부부가 종종 집을 비울 때는 A씨가 아이를 보살펴 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B씨는 2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가 딸을 맡길 때가 없으면 서스럼없이 아이를 돌봐줬다.
 
두 사람의 관계가 삐걱댄 건 지난 7월부터다. A씨는 두 달여전 여자친구로 발전한 C씨(21·여)에게 B씨가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C씨는 피해자 B씨와 15년동안 친자매처럼 지내온 터라 이 얘기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19일 오전 20대 나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천 둑길. [연합뉴스]

19일 오전 20대 나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천 둑길. [연합뉴스]

 
A씨는 경찰에서 “평소 B씨의 3살된 딸을 자주 돌봐줬는데 그가 ‘자신의 딸을 학대하고 때리는 것 같다’는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에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오후 술을 마시던 중 C씨로부터 “B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 A씨는 여자친구를 승용차에 태우고 19일 0시20분쯤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피해자 B씨의 집을 찾아가 만났다.
 
이후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자”고 말한 뒤 셋이서 승용차를 타고 도심 외곽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세사람이 이날 0시53분쯤 사건 현장인 흥덕구 옥산면 장남천 둑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험담의 진위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주먹과 발, 말뚝으로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폭행했다. A씨는 구타를 당한 B씨가 의식이 희미해지자 돌연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성폭행범의 소행으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옷을 벗겨 유기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A씨(32)가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옷을 벗겨 유기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A씨(32)가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강요에 의해 옷을 벗은 B씨를 추가로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B씨의 옷과 속옷을 인근에 버린 뒤 소지품을 챙겨 여자친구와 함께 범행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C씨는 한 동네에서 자란 언니가 무참히 살해 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C씨는 “B씨가 심하게 맞는 것을 봤지만 남자 친구가 무서워 말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강원 속초로 달아났다가 20일 오전 1시10분쯤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A씨는 도주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바꿔 탄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경찰이 수사팀이 꾸려졌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청주에서 콜밴을 타고 귀중품과 생필품을 챙겨 대전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지인의 차를 빌려타고 여자친구와 강원 속초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C씨에 대해 각각 살인과 살인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계획 범죄 가능성도 열어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가 도심과 10㎞ 떨어진 하천으로 피해자를 데려가 폭행해 숨지게 한 점, 성폭행 사건으로 위장하려 한 정황을 미뤄 B씨를 고의적으로 살해한 뒤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체포 당시 확보한 피의자 A씨와 C씨의 스마트폰에 대한 통화기록 등을 살펴보기 위해 디지털 분석을 하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 전경. [사진 충북경찰청]

청주 흥덕경찰서 전경. [사진 충북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옷을 벗겨 성폭행범 사건으로 위장한 뒤 범행 흔적을 감추려 했다”며 “고의적인 범행인지를 가리기 위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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