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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낙연 국무총리의 '책임총리' 집념 "김정은, 평양 주재 독일대사라도 만나보길"

중앙일보 2017.09.20 16:01
9월 정기국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역대급’ 달변으로 본회의장을 휘어잡았다.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에는 솔직한 수긍으로 예봉을 피해나갔고, 싸움을 걸어오는 질문에는 예상치 못한 돌직구 답변으로 응수했다. 나서면 대통령을 가리고, 물러서면 안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인 총리의 내공은 만만치 않았다. 첫 단추를 잘 꿴 듯한 이 총리지만 갈 길이 멀다. 국정과제인 적폐청산도 해야 하고, 북핵 위기에 동요하는 민심도 다독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외교ㆍ안보 등 대외 현안에 치중하는 동안 일상적인 행정과 민생 등에서 책임총리의 자격과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월간중앙은 9월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이 총리와 만났다. 이 총리는 “남북 대화 통로가 모두 막혔다”며 소통의 단절을 걱정했다.  인터뷰 전문(全文)은 오는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10월호에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7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7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9월 3일 북한의 6차 핵 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정세가 극히 혼미하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지금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할 국면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화를 상정하거나 준비해야겠지만,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는 마당에 대화하자고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가 북한에 쓸 카드는 세 가지가 있다. 지금처럼 군사적 도발을 강화하는 시점에서는 제재를 해야 한다. 나아가 억지력도 키워야 한다. 대화는 세 번째 카드다. 현재 우리 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억지하는 중이다. 대화가 궁극적으로 필요할 수는 있지만 지금 그걸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
 

김정은, 세계정세와 외부의 여론을 들을 기회 가져야
남북 대화 통로 실개천만하게 남아 있어
60% 지지율 유지돼야 국정 안정적 운용
(북한과) 대화, 미국이 하면 전략이고 한국은 구걸인가
한ㆍ중ㆍ일 지도자 올림픽 상호방문 품앗이 한다면

북핵을 대하는 관점과 속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청와대는 강하게 부정하지만.  
“한ㆍ미간에 지금처럼 긴밀하게 대화한 적은 없었다고 확언한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자정 넘어서도 통역 없이 통화한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직접 통화한다. 과거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지금은 한ㆍ미 정상 간에도 빈번한 소통이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한국 방위에서 오랜 숙원의 하나인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베 총리처럼 하루에 두 번 통화해야 하는가? 그건 오히려 레토릭 공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유화론과 강경론으로 한ㆍ미가 갈리기도 했는데.
“미국 백악관과 행정부도 중간중간 북한과의 대화를 얘기했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 정부가 대화를 언급하면 구걸이라고 하고… 이런 이중 잣대가 어디 있나.  미국 입장도 늘 일관된 게 아닌데 그때마다 (우리가 보조를) 맞춰줘야 할까. 국내 언론도 국민께서도 좀 더 냉정하게 봐주실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70% 선 아래로 떨어졌다. 향후 추이를 어떻게 보나?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내려가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뜨겁게 사랑하던 남녀도 함께 살다 보면 애정이 식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정한 수준에서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고공 지지율 행진보다 더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안정적인 지지율인가?  
“60%대는 유지돼야 하지 않을지…. 60~65%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사드 문제로 한ㆍ중 관계가 심각한 상황인데.
“중국 지도급 인사들을 만나보면 가장 서운해 하는 게 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 책임을 돌리자는 건 아니지만 사실 박근혜 정부는 중국에 ‘3불(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도, 협의한 적도, 결정된 바도 없다)’ 원칙을 얘기해 놓고 며칠 뒤에 사드 배치를 발표해버렸다. 한ㆍ중 관계의 기저에 이런 실망과 배신감이 깔려있는 것 같다. 우리는 신의에 기초해 설명하고 대화하겠다고 중국에 끊임없이 얘기한다. 중국의 안보현실을 주변국에서 말하기 어렵듯이 한국의 안보현실도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가 이해하고 존중해주면 좋겠다. 한국의 안보현실을 이해하리라 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9월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서로 지원하거나 지도자들이 교차 방문하는 방안은 어떤가?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2년 뒤인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또 2년 뒤인 2022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한ㆍ중ㆍ일 삼국이 올림픽 품앗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현재 일본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오는 걸로 준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도 도쿄올림픽 가서 성원도 하고 일본에서도 평창에 많이 와주면 좋지 않겠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주자 중 한 분이 일본 JAL 항공 마사루 회장인데 지난 주 아주 설렌다고 자랑을 하더라. 정부 차원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를 스포츠나 민간 차원에서 완화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이 미사일 방어시스템 개발에 협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좀 예민한 대목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국 입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어 역량을 갖춰야 하는 건 틀림없는 일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미사일 탄두 제한 해제는 독자적인 방어역량을 극대화했다. 한일 군사 협력 문제는 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다.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1년 연장하는 걸로 합의가 됐지 않았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을 현실에 맞게끔 전면적으로 리셋(reset)할 필요는 없나?
“내부적으로 하고 있다. 대화의 통로가 살아있으면 보다 효과적일 텐데 통로가 모두 막혔다. 이전 정권 10년 동안 대화 통로가 파괴된 것은 굉장한 손실이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일지라도 통로는 살아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주 실개천만한 통로가 형식적으로 남아있는 정도니…. 대북 전략은 꾸준히 재검토되고 있다. 국면에 따라 전략ㆍ전술적인 판단도 하고 있다.”  
 
미국은 꾸준히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하는 눈친데.  
“미국도 물밑에서는 대화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트럼프 대통령의 특정 메시지가 (내면 의사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미국도 한국도 대화의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는 건 국면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든 간에,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그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지 6년이 되지만 보도된 바에 의하면 그가 만난 유명 외국인은 대략 두 사람뿐인 것 같다.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와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고작이다. 세계정세나 북한의 향후 발전전략을 자문해줄 수 있는 외부의 시각을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그런 뜻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주재 독일대사라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김 위원장이 외부 세계의 흐름을 들을 만한 기회를 줬으면 하는 꿈 같은 생각을 해본다.”
 
여권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추진하는 입장이다. 개헌 과정에서 총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 국회 주도로 국민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개헌작업을 하고 있어서 정부에 있는 입장으로 코멘트를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든 것이 (헌법과 법률에) 정해져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헌법이 (총리의 권한 등을) 시시콜콜하게 정리하면 정부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이다. 이 부분은 국회의 결단과 동의를 필요로 한다.” 
 
글 박지현ㆍ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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