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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 최규하 체포하려 했다”

중앙일보 2017.09.20 15:02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가 10·26 사태 이후 과도 정부를 이끌고 있던 최규하 전 대통령도 체포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들이 기록한 ‘신현확의 증언’ 출간

 
최규하 전 대통령과 신현확 전 국무총리

최규하 전 대통령과 신현확 전 국무총리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장남인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전 국무조정실 정책조정차장)은 20일 부친의 생전 증언을 엮어 이날 발간한 저서 ‘신현확의 증언’에서 “한때 신군부가 아버지를 대통령으로 밀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설’이 시중에 돌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판단할 만한 일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이사장에 따르면 신군부가 10·26 사태 수습 과정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전권을 장악하려는 것을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최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했다. 하지만 신 전 총리가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체포한다는 말이냐”며 단호히 반대했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신군부가 최 전 대통령 대신 신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세우려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한번은 전두환 (당시) 보안 사령관이 아버지에게 ‘총리님이 대통령을 맡아주셔야 되겠다’고 대놓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며 “아버지는 ‘네가 뭔데 일국의 재상에게 대통령을 맡으라 마라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전했다.  
 
신 이사장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이 1980년 4월 보안 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하면서부터 신군부가 독자 집권에 박차를 가했으나, 최 전 대통령은 신군부가 자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해 사퇴를 거부하다 거듭된 압박에 결국 사퇴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신 전 총리에게 자문했다고 신 이사장은 기술했다.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과 4·13 호헌 조치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을 때 노 전 대통령에게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을 제언하고, 1990년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등의 3당 합당을 제언한 것도 모두 신 전 총리였다고 설명했다.
 
신현확 전 국무총리는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전두환 정부 출범 때까지 총리, 부총리 등 차관급 이상 주요 관직을 여섯 차례나 맡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12·12 사태, 5·18 민주화운동 등 질곡의 현대사 한가운데 서서 기개를 지킨 관료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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