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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거실 IP카메라 속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 해킹 유포

중앙일보 2017.09.19 16:12
IP카메라를 악용한 몰래 촬영범죄 시연장면.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IP카메라를 악용한 몰래 촬영범죄 시연장면.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A씨(여)는 올해 무서운 일을 겪었다. 집 아파트에서 속이 비치는 얇은 속옷 차림으로 있던 자신의 모습이 거실 ‘IP(인터넷프로토콜) 카메라’에 촬영된 것이다. IP카메라가 해킹에 뚫리면서 어떤 공간보다 사생활이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집안 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이다.

반려동물 챙기려 거실 등에 설치한 IP카메라 악용
자신만의 폐쇄회로TV가 몰래 카메라로 둔갑해 유출
가정에서 속옷 차림 여성 촬영돼 유포되기도

IP카메라 인터넷주소 할당 후 사용하는 방식
스캐닝 프로그램으로 특정 카메라 IP확인가능

비밀번호 주기적 변경, 보안프로그램 향상 필요
집에 왔을 땐 아예 끄거나 렌즈 덮는 것도 방법

B씨(여)는 피해 정도가 더 심하다. 집안에서 옷을 갈아 입는 나체 모습이 IP카메라에 담겼는데 고스란히 유출됐다.
 
이런 영상은 음란 인터넷사이트까지 흘러 들어가 제3의 피해를 초래한 사실이 최근 경찰수사에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C씨(여)의 속옷 차림은 지난 4월 이후부터 도난 방지를 위해 설치한 의류 매장 IP카메라에 찍혔다. 매장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 렌즈에 담긴 것이다. 
  
IP카메라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기존 폐쇄회로TV(CCTV)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고화질 영상을 촬영·전송할 수 있다. 촬영 각도 조정이나 특정 장면 확대도 가능하다. 저장 영상도 볼 수 있다. 이런 기능의 IP카메라는 해킹되는 순간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폐쇄회로TV(CCTV)가 아니라 관음증을 유발하는 ‘몰래카메라’로 둔갑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P카메라는 기존 CCTV보다 설치가 간편한 데다 2만~5만원대의 저가형까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관련 시장도 점차 팽창하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도난 방지목적이 아닌 집에 혼자 남은 반려동물을 살피는 용도로도 활용될 정도로 인기다.
IP카메라해킹 시연장면.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IP카메라해킹 시연장면.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안 전문지 시큐리티월드의 ‘2017 국내외 보안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IP카메라 보급으로 전체 CCTV 시장은 지난해 1조3216억원보다 546억원 늘어난 1조37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안 관련 시장에서 34.92%를 차지한다.
국내 보안시장 규모.

국내 보안시장 규모.

 
특히 IP카메라가 확대 보급됨에 따라 보안 유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IP카메라 이용자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 중국 성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진 사실이 드러났다. "IP카메라가 스스로 움직였다"거나 "IP카메라 스피커 속에서 갑자기 낯선 소리가 들렸다"는 피해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에는 IP카메라 해킹 예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IP카메라는 일종의 ‘네트워크 카메라’다. IP라 불리는 인터넷 주소를 할당받아 외부에서도 작동할 있는 원리다. IP가 노출되면 제3자의 접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보안이 취약한 중국산 저가 제품의 경우 특히 무방비라고 한다.  
 
보안시스템을 뚫는 해킹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IP를 찾는 스캐닝 프로그램만으로도 특정 사용자의 카메라에 부여된 IP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스캐닝 프로그램은 보안취약 정도까지 파악하는 수준으로 개발됐다. 이때 비밀번호가 설정되지 않았거나 공장 출고 당시 부여된 ‘0000’‘1234’와 같은 간단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경우 몰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일단 비밀번호를 잘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IP카메라 영상. 본 기사와 직접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성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IP카메라 영상. 본 기사와 직접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국내 보안 전문업체인 펜타시큐리티 한인수 이사는 “자신만의 어려운 패스워드만으로도 무작위 해킹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귀가하면 IP카메라를 반드시 끄거나 아예 렌즈를 가리는 것도 피해 예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IP카메라의 보안성 인증은 사각지대"라며 “정부가 IP카메라의 보안 정도를 측정하는 인증마크를 부여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합뉴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합뉴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IP카메라를 해킹한 임모(23)씨 등 2명을 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구속하고, 전모(34)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IP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엿보거나 촬영한 영상을 음란 사이트에 올린 사람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임씨 등은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보안이 허술한 1402대의 IP카메라를 해킹한 뒤 여성의 사생활을 훔쳐 보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의 영상을 유포한 혐의다. 이들이 무단접속한 횟수는 2354건에 달했다.13명이 140일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접속해야 하는 횟수다.
 
경찰은 몰래 촬영한 IP카메라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김모(22)씨 등 3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올해 초 음란 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IP카메라 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확인하고 역추적해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하지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라며 “영상 유포자 역시 성폭력범죄로 처벌돼 신상정보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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