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인 목회·보시금은 과세, 일회성 사례·주례비는 비과세

중앙일보 2017.09.19 01:04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엄기호 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이 14일 과세 문제를 논의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엄기호 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이 14일 과세 문제를 논의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정부가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 헌정 사상 처음이다. 2015년 말 진통 끝에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시행까지 유예기간 2년이 걸렸다. 하지만 시행을 석 달여 앞두고 정부 안팎에선 세수 증대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꾸로 예산 지출이 늘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종교인 과세는 세수와 큰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나가는 돈이 더 클 수 있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2년 유예 거쳐 내년 시행
23만 명 중 5만 명 납세 대상 될 듯
저소득층 지원하는 근로장려금
국회서 종교계에도 적용 통과 땐
정부 예산 지출 되레 늘어날 수도

종교인 과세에 따른 세수 규모를 결정할 변수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범위다. 근로장려금은 일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현행법상 근로소득세나 사업소득세를 내는 납세자가 대상이다. 소득·재산·부양가족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지급하는데 현 정부 들어 내년 월 지급액(85만~250만원)을 올해(77만~230만원)보다 8~10%가량 늘렸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 납세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다. 현행대로라면 기타소득을 신고하는 종교인은 근로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종교인에 한해 기타소득 납세자에게도 근로장려금을 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달 종교인 과세 2년 추가 유예 입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최근 “철저한 준비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면서 “무속인들도 사업소득자로 근로장려세제를 적용받는데 종교인에게 적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회가 발의하면 이를 수용하겠단 입장이다. 종교계를 무리 없이 세정 테두리에 편입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인식이다. 김종옥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종교인 소득은 원고료, 강연료, 복권 당첨 수입 등 나머지 기타소득과 달리 정기적인 특성이 있어 EITC 지급 대상으로 편입시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납세액과 관계없이 국민에게 주는 복지 혜택을 종교인이라고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김갑순(한국세무학회장) 동국대 교수는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중 선택해 신고하는 것도 세금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혜택인데 EITC 환급까지 해준다면 공평한 세정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기타소득은 근로·사업소득과 달리 공제 범위(최대 80%)가 크다.
 
EITC가 종교인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정부 지출은 늘어난다. 종교인 과세로 더 들어올 세금이 많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기재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국내 종교인 23만 명 중 4만~5만 명가량을 납세 대상으로 본다.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는 100억원 남짓이다. 국세청은 이달부터 지급하는 올해 근로장려금의 가구당 평균 수령액이 71만원이라고 발표했다. 나머지 종교인 18만~19만 명이 전부 근로장려금을 받는다고 단순 가정하면 1280억~1350억원의 추가 예산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과세 항목 선별작업에 나섰다. 종교별로 천차만별인 종사자들의 소득 항목을 일일이 파악해 과세·비과세 여부를 정리 중이다. 지난 7~8일 세부 과세기준안 초안을 만들어 6개 종교(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유교) 주요 교단에 배포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현재 정해진 대원칙은 ‘기본급 과세’다. 일반 근로자의 기본급처럼 종교인이 종교단체·신도에게서 정기적으로 받는 고정 수입에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개신교의 경우 사례비·생활비·목회활동비·사역지원금 등이 해당한다. 불교계는 보시금·종무수행비·수행지원비 명목으로 고정 수입을 받는다. 천주교에서는 이를 사목활동비·미사예물비 등으로 부르고 원불교는 기본용금·부가용금으로 나눈다. 이 밖에 상여금·격려금·공과금·의료비·연구비 등도 전 종교 공통과세 항목에 포함될 전망이다. 반면에 1회성 사례비, 결혼식 주례비 등은 세금을 물지 않는다. 세부 과세기준 확정안은 다음달 말 나온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