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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갑질인가, 해양수산부 역갑질인가…국정감사 공문 논란

중앙일보 2017.09.18 20:31
국회의 ‘갑질’인가, 해양수산부의 ‘역(逆)갑질’인가.
 
최근 해양수산부 노조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국정감사 협조 공문’을 보낸 게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가 피감기관인 정부 부처에 협조를 요청하는 보통의 경우와는 다른 정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해수위 역시 이에 대응해 지난 14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국정감사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지난달 31일 해수부 노조는 ▶국회의 국감 자료 요청 시한을 9월 20일로 제한하고 ▶각 의원실이 자료 요청을 하기 전에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자료가 아닌지 사전 검토한 후에 요청을 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농해수위 의원실에 보냈다. 올해 국정감사는 최장 열흘의 추석 황금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월 12일부터 시작되는데, 이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였다. 해수부 노조는 실제 공문에도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협조를 요청한다”고 적시했다.
 
해양수산부 노조가 지난달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보낸 ‘국정감사 협조 공문’ [사진 농해수위 의원실]

해양수산부 노조가 지난달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보낸 ‘국정감사 협조 공문’ [사진 농해수위 의원실]

이러한 공문을 받은 농해수위 의원들과 보좌진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자료 요청을 9월 20일까지 하라고 공문에 적었는데, 말이 배려를 해달라는 것이지 사실상 강압처럼 느껴지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매년 국감철에는 피감기관뿐 아니라 국회 보좌진도 거의 밤을 지새우며 야근을 한다. 국감의 시기가 추석 연휴 때와 거의 항상 겹치기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농해수위는 부글부글 끓었다고 한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국감 때 공무원 노조가 국회 회의장 등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은 봤지만 이처럼 대놓고 공문을 보낸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정부 부처 중에서 이렇게 공문을 보낸 부처도 해수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농해수위 내부에선 해수부 노조 공문을 놓고 “노조 간부의 돌발 행동으로만 볼 게 아니라 ‘실세 장관’으로 통하는 김영춘 장관이 배경에 있어서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농해수위는 결국 논의 끝에 마찬가지로 해수부 장관에게 공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농해수위는 공문을 통해 ▶헌법 위배 공문 발송 경위 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경위 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결과 상임위원회 보고 ▶2017년도 국정감사 서류제출 요구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김영춘 장관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귀 기관의 국회 국정감사 경시 태도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국정감사 형해화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문 발송 소식을 접한 해수부 노조가 반발하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 노조가 속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조만간 국회를 찾아 농해수위에 항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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