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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유독 한국인만 세뇌된 고정 관념

중앙일보 2017.09.18 18:02
 
▼유독 한국인만 세뇌된 고정 관념 ▼
 
 
노처녀 히스테리
 
보통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 이상 여성들의
신경질적인 성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남성들이 많이 보이는 커뮤니티에서도
‘진지하게 얘기할게요. 여자 나이 서른 넘으면 노처녀 맞습니다’
 
직장 생활 속에서도
“왜 아직 결혼을 안 해?”
 
심지어 TV 프로그램에서도 흔히 보입니다
‘오늘의 주제 노처녀 히스테리’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성의 이미지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고정관념입니다
 
“여자는 아이 낳는 사람이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정치에 참여하려는 여성들에겐 ‘강제 식사’를 시키라”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미국에선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이들을 죄인 취급하고
강제로 음식물을 주입하는 ‘치료’를 하기도 했죠
 
지금은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있고
사회생활도 합니다만 이 미개한 의식 수준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히스테리(Hysteria)’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 여성의 자궁(Hystera)에서 유래한 말로
자궁 기능이 잘못돼 생기는 정신적·육체적 증상을 뜻합니다
 
썩은 음식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게
파리가 알을 깐 게 아니라
‘자연발생’ 때문이라고 믿었던 무지한 시대에 만들어진 말입니다
 
현대에 들어 ‘히스테리’는 서양에서 페미니스트나 여성 운동가를
무력화하고 비하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쓰였고
그래서 여전히 ‘여성=히스테리’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요즘 ‘히스테리’는 의학적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는 말일 뿐이죠
 
그게 한국에선 ‘죽었다 깨도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하는’
문화와 결합해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희한한 용어가 탄생한 겁니다
 
여성이 나이가 들었는데 결혼을 안 했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뭔가 잘못된 것처럼 얘기하는 사고방식이 더 잘못된 게 아닐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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