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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화재 사고 속보]강릉 석란정서 페인트·시너 통 발견…방화나 실화 여부 수사

중앙일보 2017.09.18 17:15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DB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DB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 강릉시 경포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페인트·시너 통 등 인화물질이 발견됐다.

경찰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수거해 분석할 방침
강원도 내 소방인력 4431명 필요한데 2589명 전부
현장서 고참이 현장지휘관·현장안전점검관 1인2역
일각에선 인력부족으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도 나와
이낙연 국무총리 소방관을 늘리고 혹사를 줄이겠다
영결식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거행


 
강원지방경찰청과 강원도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석란정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 정밀감식을 진행한 결과 건물 내부에서 페인트와 시너 통 등 양철로 된 인화물질 보관 용기를 다수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발견된 일부 용기에는 타다 남은 인화성 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양철통에 담긴 인화성 물질의 정확한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DB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DB

 
경찰 조사 결과 1956년 건축된 목조 기와 정자인 석란정은 최근까지 인근에 사는 주민 A씨가 관리해 왔다. 관리인 A씨는 경찰에서 “석란정 내부에 페인트 등 여러 가지 비품을 보관하는 등 창고로 사용해왔다”고 진술했다.
 
합동감식반은 이날 발견된 인화성 물질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불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건물 외부에 펜스가 설치돼있지만, 공사장 쪽을 통해 석란정 건물 마루까지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석란정과 공사장 주변 인근 도로의 폐쇄회로TV(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 분석할 방침이다.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방화와 실화, 자연 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17일 현장에서 착용했던 안전화와 공기호흡기가 강릉소방서 경포안전센터에 놓여 있다. [뉴시스]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17일 현장에서 착용했던 안전화와 공기호흡기가 강릉소방서 경포안전센터에 놓여 있다. [뉴시스]

 
이와 함께 석란정에는 조명시설 등 전기설비가 설치돼 있지만 오래전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전기가 차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란정 화재는 지난 16일 오후 9시45분쯤 발생했다. 이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10여 분 만에 꺼졌다. 하지만 이튿날인 지난 17일 오전 3시51분쯤 또다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2차 화재 신고를 받은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나자 안쪽으로 들어가 잔불 정리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지난 17일 발생한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 모습. 중앙일보DB

지난 17일 발생한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 모습. 중앙일보DB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소방인력 부족이 부른 인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강릉 석란정 화재로 숨진 이 소방위는 당시 화재 현장에서 현장지휘관 겸 현장 안전점검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안전점검관은 폭발과 붕괴 등 사전에 위험요인을 파악해 대원들의 현장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 화재나 재난 상황 발생 시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강원지역에 배치된 안전점검관은 소방서별로 1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야간 상황이나 화재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진압대원들이 현장 안전점검관 역할과 진화·구조활동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두 명의 순직자가 발생한 경포 119안전센터 등 소규모 센터의 경우 센터장을 포함한 근무 인원은 총 10명인데 3교대로 근무를 하는 만큼 화재 발생 시 3명이 출동한다. 한 명이 휴가를 갈 경우 2명이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 대원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관할 범위도 넓을 수밖에 없다”면서 “화재 발생 시 펌프차에 최대 5명까지 탑승이 가능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상당수의 안전센터에서 3명이 탑승을 한다 ”고 말했다.
 
경포 119안전센터의 경우 대원들이 관할하는 지역의 면적은 97㎢에 달한다. 차로 이동시간만 30분가량 걸리는 곳도 있다.
지난 17일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매몰돼 순직한 강릉 정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7일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매몰돼 순직한 강릉 정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강원도 내 소방인력은 소방기본법상 최소 배치인력 4431명의 58%에 불과한 2589명이다. 전국적으로도 소방공무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적으로 소방공무원은 4만4293명이다. 소방기본법상 최소 배치인력(6만3547명)보다 1만9254명이 부족한 숫자다.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등 현장인력은 3만2460명에 불과하다. 
 
정부와 소방청은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구분된다. 소방청과 17개 시·도 소방본부장 등 국가직은 52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용산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을 격려하며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대선 후보 때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소방공무원의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처우를 개선하고 지휘체계를 강화해야 원활한 구조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화마와 싸우다 순직한 두 소방관을 애도하는 각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강릉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순직 대원들에게 훈장을 추서했다. 유가족의 손을 일일이 잡은 김 장관은 “두 분 소방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확실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방관들이 각종 손배소송에 시달린다는 기사 때문에 국장단 회의에서 언성을 높였다. 분초를 다투는 진화나 구급 업무 때문이지 개인 잘못이 아니다”며 “법을 만들든 제도를 고치든 무조건 방법을 찾을 이다. 두 소방관의 순직은 국가의 빚이다. 작은 것부터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동료 2명이 순직하자 침통해하는 소방관들. [뉴시스]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동료 2명이 순직하자 침통해하는 소방관들. [뉴시스]

 
이어 오전 11시쯤엔 최종헌 강원지방경찰청이, 오후 3시에는 오상권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찾아 조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분 소방관님의 명복을 빈다. 국가유공자 지정과 훈장 추서 등 최대한의 예우를 다 하겠다”며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세인데, 소방관은 59세다. 소방관을 늘리고 혹사를 줄이겠다. 소방관 순직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약속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관은 49명에 달한다. 자살 건수도 47건에 이른다. 우울증세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등도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사고현장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 소방간부는 “이렇게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야만 관심을 받는 게 소방”이라며 “예산과 장비를 확대하겠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란정 화재에서 숨진 이영욱 소방위(왼쪽)와 이호현 소방사.

석란정 화재에서 숨진 이영욱 소방위(왼쪽)와 이호현 소방사.

 
순직한 두 소방관의 분향소는 강릉의료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2층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으로 거행된다. 두 소방관은 영결식이 이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춘천·대전=박진호·신진호 기자 park.jinho@h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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