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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펜화 공방

안충기 펜화공방

안충기 펜화공방

꾸역꾸역 그리는 재미
 
나는 신문사에서 밥을 번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편집을 하며 보냈다. 곁다리로 펜화를 그려 그간 일곱 번의 한국펜화가협회전에 작품을 냈다. 중앙일보 지면에 틈틈이 작품을 싣고 ‘비행산수’를 연재했다. 지금은 중앙SUNDAY에 정재숙 문화전문기자가 쓰고 내가 그리는 ‘공간탐구’를 연재하고 있으니 어느새 그림이 업이 됐다.  
 
계기는 단순했다. 2008년 3월 8일 토요일이었다. 문득 식탁 위에 아이의 스케치북을 펴고 펜촉에 잉크를 찍었다. 오, 멋진 걸. 아내는 몇 시간을 낑낑대며 완성한 다보탑을 보며 말했다. 칭찬이었지만 속으로는 저 아저씨가 뭔 일이래, 했을 테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허구한 날 술독에 빠져 사는 인간이니 말이다. 하여튼 용기를 얻었다. 그 길로 빠져들었다. 퇴근해서부터 먼동이 틀 때까지 화판 앞에 앉아있기도 했다. 뭐에 홀린 느낌이었다. 펜을 잡는 오른손 중지는 철마다 굳은살이 박이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화가의 길을 곁눈질하다가 고등학생 때 손을 놓은 그림이다. 그리고 20년이 한참을 넘었는데 감각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지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일요일에도 빠짐없이 일하는 조간신문 기자의 숙명 때문이었다. 조금씩 생활 방식을 바꿨다. 휴일이면 거실소파와 합체가 되어 뒹굴던 일상을 버렸다. 이제 온전히 쉬는 날인 토요일은 그림에 묻힌다. 새벽에 주말농장 다녀오면 그 길로 펜을 든다. (아직 얼치기이지만 내년이면 손에 삽을 든 지 20년차다). 어쩌다 휴가를 내면 모든 연락을 끊고 방에 틀어박힌다. 그림을 그리고부터는 작정하고 다닌 여행 기억이 별로 없다.  
 
필일필(必日筆) 일일일작(一日一作). 모니터 아래 써 붙인 글이다. 날마다 펜을 들고, 하루에 한 획이라도 긋자는 다짐이다. 숙취로 겨우 일어나더라도 출근 전에 단 10분이라도 펜을 들려한다. 나는 화판 위의 세상이 바깥세상보다 궁금하다. 펜을 든 뒤 남들보다 앞서고 위에 서고 싶은 욕심이 어느 틈엔가 희미해졌다. 어제나 내일보다 오늘이 무엇보다 중함을 깨달았으니, 그림 덕에 이나마 사람 구실을 한다. 꾸역꾸역. 격이 떨어지고 비루한 느낌이지만 나는 이 말이 좋다.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꾸역꾸역.  
 
(중앙일보 온라인에 <안충기 펜화공방> 연재를 시작한다. 나는 왜 그리는가. 이글로 답을 대신한다. 그림은 내가 쓰는 연장이다. 먹물, 지우개, 샤프, 스케치펜, 철펜이다. 펜촉은 중앙일보에 만평을 연재하던 고 김상택 화백의 유품이다)
안충기 기자 사진
안충기 기자-화가

[안충기 펜화공방]꾸역꾸역 그리는 재미

꾸역꾸역 그리는 재미
나는 신문사에서 밥을 번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편집을 하며 보냈다. 곁다리로 펜화를 그려 그간 일곱 번의 한국펜화가협회전에 작품을 냈다. 중앙일보 지면에 틈틈이 작품을 싣고 ‘비행산수’를 연재했다. 지금은 중앙SUNDAY에 정재숙 문화전문기자가 쓰고 내가 그리는 ‘공간탐구’를 연재하고 있으니 어느새 그림이 업이 됐다. 계기는 단순했다. 2008년 3월 8일 토요일이었다. 문득 식탁 위에 아이의 스케치북을 펴고 펜촉에 잉크를 찍었다. 오, 멋진 걸. 아내는 몇 시간을 낑낑대며 완성한 다보탑을 보며 말했다. 칭찬이었지만 속으로는 저 아저씨가 뭔 일이래, 했을 테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허구한 날 술독에 빠져 사는 인간이니 말이다. 하여튼 용기를 얻었다. 그 길로 빠져들었다. 퇴근해서부터 먼동이 틀 때까지 화판 앞에 앉아있기도 했다. 뭐에 홀린 느낌이었다. 펜을 잡는 오른손 중지는 철마다 굳은살이 박이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화가의 길을 곁눈질하다가 고등학생 때 손을 놓은 그림이다. 그리고 20년이 한참을 넘었는데 감각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지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일요일에도 빠짐없이 일하는 조간신문 기자의 숙명 때문이었다. 조금씩 생활 방식을 바꿨다. 휴일이면 거실소파와 합체가 되어 뒹굴던 일상을 버렸다. 이제 온전히 쉬는 날인 토요일은 그림에 묻힌다. 새벽에 주말농장 다녀오면 그 길로 펜을 든다. (아직 얼치기이지만 내년이면 손에 삽을 든 지 20년차다). 어쩌다 휴가를 내면 모든 연락을 끊고 방에 틀어박힌다. 그림을 그리고부터는 작정하고 다닌 여행 기억이 별로 없다. 필일필(必日筆) 일일일작(一日一作). 모니터 아래 써 붙인 글이다. 날마다 펜을 들고, 하루에 한 획이라도 긋자는 다짐이다. 숙취로 겨우 일어나더라도 출근 전에 단 10분이라도 펜을 들려한다. 나는 화판 위의 세상이 바깥세상보다 궁금하다. 펜을 든 뒤 남들보다 앞서고 위에 서고 싶은 욕심이 어느 틈엔가 희미해졌다. 어제나 내일보다 오늘이 무엇보다 중함을 깨달았으니, 그림 덕에 이나마 사람 구실을 한다. 꾸역꾸역. 격이 떨어지고 비루한 느낌이지만 나는 이 말이 좋다.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꾸역꾸역. (중앙일보 온라인에 <안충기 펜화공방> 연재를 시작한다. 나는 왜 그리는가. 이글로 답을 대신한다. 그림은 내가 쓰는 연장이다. 먹물, 지우개, 샤프, 스케치펜, 철펜이다. 펜촉은 중앙일보에 만평을 연재하던 고 김상택 화백의 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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