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임 후 첫 유엔 방문하는 '유엔통' 강경화 외교장관…"유엔 도전 이유는 인권"

중앙일보 2017.09.18 13:33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찾는다. 강 장관은 18~22일까지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10여 차례 양자ㆍ다자 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강 장관에게 유엔은 가장 익숙한 곳이다. 외교통상부 재직 시절인 2001년부터 유엔대표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했고, 2003년부터 2년 동안 유엔본부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으로 일했다. 2006년 9월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HCR) 부고등판무관에 임명됐는데 한국 여성으로 유엔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었다. 부고등판무관은 유엔에서 사무총장이 임명하는 직급 중 둘째로 높은 사무차장보(ASG) 직급에 해당된다. 당시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당선이 확정되기 전으로, 그를 발탁한 것은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었다. 
 
강경화 장관이 유엔에 근무하던 2016년 남수단 말라칼 지역 방문 당시 모습. [유엔, 동영상 캡처]

강경화 장관이 유엔에 근무하던 2016년 남수단 말라칼 지역 방문 당시 모습. [유엔, 동영상 캡처]

 
 강 장관은 이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 겸 긴급구호 부조정관 등을 지내며 인권, 여성 지위, 인도주의 문제를 다뤘다. 반 전 총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총장이 그를 인수팀장으로 발탁했다. 지난 5월 외교장관 내정 당시엔 신임 총장의 정책특보를 맡고 있었다. 코피 아난(7대)-반기문(8대)-안토니우 쿠테흐스(9대) 사무총장까지 3대에 걸쳐 중용된 셈이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 이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장관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고등판무관으로 일하던 2008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당시 상관이었던 나비 필라이 유엔 인권최고대표(가운데)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만난 자리에 배석해 활짝 웃고 있다. [유엔]

강 장관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고등판무관으로 일하던 2008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당시 상관이었던 나비 필라이 유엔 인권최고대표(가운데)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만난 자리에 배석해 활짝 웃고 있다. [유엔]

 
 강 장관은 유엔에 근무하던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유엔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인권에 관한 분야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반 총장님 선거 일을 돕는 중에 OHCHR 부대표직 공개 모집 소식을 들었다. 유엔 친구들이 꼭 지원해보라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강 장관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여성 인권, 그 중에서도 위안부 문제에서 시작됐다. 강 장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출발은 여성 인권이었다. 국회의장실에서 국제담당비서관으로 일하던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다. 정부, NGO가 함께 꾸린 대표단의 대변인으로, 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등 2주 동안 정말 신나게 일했다. 그때 처음 내 문제가 나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공동 의제(議題)를 세우고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일을 유엔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강경화 장관 유엔 시절 활동 모습. [유엔, 동영상 캡처]

강경화 장관 유엔 시절 활동 모습. [유엔, 동영상 캡처]

 
 이 때문에 강 장관은 취임 후에 여성 인권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7월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벌어진 외교관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 “비탄, 개탄을 넘어 자괴감이 들더라”며 “어떻게 새 장관이 왔고, 다른 장관도 아니고 국제 무대에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하나의 핵심 주제로 다룬 장관이 왔는데 새 장관의 취임 메시지가 아직 전달이 안 됐는가 싶었다”고 분노했다.  
 
 한ㆍ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도 “2015년 한ㆍ일이 12ㆍ28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을 때 참 이상한 합의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굳이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이라는 대목을 넣을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권문제는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하는데 합의 내용과 경과에 있어 거기에 충실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후 장관 직속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강 장관은 18일 뉴욕으로 출국했다. 오랜만에 유엔으로 돌아간 강 장관에게는 익숙한 인권 문제에 앞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시험무대가 눈 앞에 있다. ‘유엔통’ 강 장관이 유엔에 정통한 전문성을 활용해 국제사회와 미·일·중·러 사이에 얼마나 외교력을 발휘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