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괴소리 공격에 쓰러진 외교관들...미, 쿠바 주재 대사관 폐쇄 검토

중앙일보 2017.09.18 11:38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원인을 알 수 없는 끔찍한 소리를 들은 뒤 누군가는 청력을 잃고, 누군가는 균형 감각을 잃었다. 뇌 손상까지 일어났다.
 

단교 50년만에 연 공관... '음파공격'에 폐쇄 위기
영구 청력 상실, 뇌 손상 등으로 21명 피해 입어
쿠바 정부는 "FBI 불러서 조사하라" 배후론 부인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파견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이같은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사례만 21건이다. 이를 쿠바 정부의 '비밀스러운 공격'이라고 짐작한 미국은 아바나 대사관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CBS 뉴스 인터뷰에서 아바나 대사관 폐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개인들이 고통을 받는 피해와 관련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우리는 그들 일부를 미국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버락 오마바 전임 정부에서 이룬 쿠바와의 화해 조치를 '끔직하고 잘못된 거래'라고 비난하면서 쿠바에 대한 여행 금지, 경제 제재 등을 원상복구시켜왔다. 쿠바와 미국은 냉전 시대 국교 단절 이후 50년만에 공관을 재개설한 바 있다. 괴질환 때문에 재개설 2년만에 문을 닫는다면, 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가장 극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2015년 8월 14일 다시 성조기를 펄럭이기 시작한 아바나 주재 미국 공사관. [AP=연합뉴스]

2015년 8월 14일 다시 성조기를 펄럭이기 시작한 아바나 주재 미국 공사관. [AP=연합뉴스]

 
미 외무부는 경미한 외상성 뇌 손상, 영구 청력 상실, 균형감각 감퇴, 심한 두통 및 뇌 부종 등이 보고됐다고 이달 발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확인된 케이스만 21건이며, 피해자 중에는 캐나다인도 일부 포함돼 있다. 지난 2월 미국 정부가 쿠바 정부에 이에 대해 공식 항의하고, 5월 2명의 워싱턴 주재 쿠바 외교관에 송환 조치를 했음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쿠바 정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심지어 미 연방수사국(FBI)을 아바나에 보내 조사하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쿠바 정부 역시 이 사건으로 당혹스럽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AP=연합뉴스]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AP=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수십년간 쿠바와 미국은 서로의 외교관을 괴롭혀왔다. 쿠바인들은 미국 외교관의 집에 침입해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화장실에 똥을 누고 물을 내리지 않은 채 떠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반대로 쿠바 외교관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거나 헤드라이트를 깨뜨릴 수 있었다. 서로에게 해를 끼친다기 보다는 성가시게 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보고되기 시작한 내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특정한 방이나 그중에서도 어떤 부분에서 강력한 음파가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높은 주파수의 음이나 뭔가 기묘하고 설명할 수 없는 소리가 강타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와 같은 음파 공격이 쿠바의 '불량 정부 기관'이나 러시아 같은 다른 나라 정부의 소행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공화당 의원 5명은 틸러슨 장관에서 서한을 보내 쿠바가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쿠바 대사를 미국에서 추방하고, 아바나의 미국 공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의 CBS 인터뷰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쿠바 아바나는 허리케인 어마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9월 10일(현지시간) 풍경. [Juvenal Balan/Granma via AP=연합뉴스]

쿠바 아바나는 허리케인 어마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9월 10일(현지시간) 풍경. [Juvenal Balan/Granma via AP=연합뉴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