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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의 부동산 돋보기]불확실성의 시대, '30%+30%' 전략으로 대응할 때

중앙일보 2017.09.18 10:27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요즘 부동산시장은 한 치를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이다. 정부의 세금과 대출, 청약을 포함한 투기억제책이 잇따라 나온 데다 추가 규제책도 예고돼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잇단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전망 불투명
기존 전략 버리고 새로운 투자 원칙 필요
투자보다는 필요의 원칙으로 대응
자기자본 비중 높이는 게 안전
대출금은 집값의 30% 이내로 묶고
원리금 상환액도 급여의 30%로 제한

 
정부 대책뿐만 아니라 시장 안팎의 환경도 녹록지 않다. 당장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200만호 공급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데다 부동산가격과 반비례 관계인 시중금리도 오를 수 있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하락의 위험이 커졌고, 지금의 시장 분위기가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안전 위주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부동산 설계에도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섣부른 전망보다 대응하는 힘을 길러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일수록 자신이 출렁이는 부동산시장에서 '파도타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한다. 이는 시점을 잘 포착해 사고파는 일을 능수능란하게 해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다. 문제는 예측의 낮은 적중률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는 “미래를 예측해서 부를 일군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40년 가까이 금은방을 운영하는 70대 주인도 “솔직히 금값이 오를지 내릴지 맞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측할 때 쓰는 도구는 주로 과거의 경험과 추세다. 피터 린치의 말처럼 ‘자동차 백미러로 앞을 내다보는 꼴’이다. 하지만 미래는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망은 자주 틀린다. 오죽하면 ‘전망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까. 투자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측해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실력 덕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운이 그만큼 따라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섣부른 전망을 하기보다는 우연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변화무쌍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현금이다.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덮칠 뿐"이라는 아프리카 작가 월레 소잉카(Wole Soyinka)의 말을 가슴에 담는 게 좋을 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행을 하려면 그만큼 평소에 소리 없이 착실하게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급함을 버려라
 
부동산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을 이루며 등락을 거듭한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단기적으로는 크게 오르기는 벅찬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구입은 거주와 투자 목적에 따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순수한 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은 구매력이 된다면 공급과잉 지역을 제외하곤 시기를 굳이 따지지 않고 매수해도 된다. 
 
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지금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럴 때에는 바겐 헌터(Bargain Hunter)처럼 인내력을 갖고 기다리면서 저가 매수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부동산시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일수록 투자할 기회도 많아진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는 또 온다. 부동산 설계에서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은 입지 선택 못지않게 가격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 성공 자산관리의 출발인지 모른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기가 아닌 불황기에는 매입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낮은 가격에 매입을 했기 때문에 가격이 일부 떨어져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가 매입은 불확실성이 강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싸게 사는 것, 그것은 보수적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싸게 사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필요’는 ‘투자’보다 먼저다
 
지금 부동산을 사야 때인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겪는다. 나중에 후회될까 두려워 의사결정을 쉽사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투자’보다는 ‘필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집도 투자보다 필요로 구매하면 맘이 편하다. 가령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일 때는 마음이 가격이 춤출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월세를 목적으로 분양을 받을 때에는 수시로 출렁이는 가격 변화에 덜 불안해진다. 월세를 놓기로 했다가도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이 입주를 하겠다는 탄력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마음이 더욱 평온해질 것이다. 투자는 필요를 충족한 뒤 그 다음 여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른 자금운용은 사람에게 여유와 느긋함이라는 마법을 안겨준다. 
 
투자가 필요보다 앞설 경우 삶도 그만큼 살얼음판이 된다. 자신에게 되물어보라. 당신이 사려는 부동산이 투자인가, 필요에 의한 구매인가.  
 
자기 자본의 비중을 높여라
 
안개 속 시장에서는 가급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안전투자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지렛대) 극대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을 살 때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 내 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가격이 하락해도 마음이 덜 불안하다. 
 
침체기에는 남의 돈은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일 뿐이다. 집을 살 때 ‘집’에다 ‘돈(보유자금)’을 맞추면 빚 갚느라 고달픈 생활을 해야 한다. 이보다는 ‘돈’에다 ‘집’을 맞추는 알뜰·실속 소비가 좋다.
 
그래서 대출금은 집값의 30%이내에서 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매달 갚은 대출 원리금이 월급여의 30% 이내가 바람직하다. 레버지리는 결과를 확대할 뿐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연을 날 릴 때는 연줄을 모두 풀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은 교훈적이다.  
 
나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를 만들어라
 
성공적인 부동산 설계의 출발은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목표 없이는 나침반 없이 떠나는 항해나 다름없다. 목표가 명확해야 의식적으로 얻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우왕좌왕하지 않고 중도하차도 하지 않는다.
 
우선, 부동산을 사는 목적이 분명해야한다. 목적에 따라 고르는 적합한 부동산이 다를 수 있어서다. 가령 시세 차익용 인지, 월세 받기용 인지, 아니면 자녀 증여용 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시세차익이라면 서울이 낫겠지만 월세수익만 생각한다면 지방이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각자 맞춤형 정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 서울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듯이 부동산 투자 방법 역시 다양하다. 가령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여러 채 사서 월세를 받는 사람이 있고, 아예 월세가 나오는 2개의 상가를 매입해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를 적절히 섞거나 아예 자금을 모아 소형빌딩이나 물류창고를 구입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과연 어떤 부동산을 사야 나에게 맞는 최적의 방안이 될까. 상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답안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 나름대로 장단점이 다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적어도 1년간은 부동산 현장을 직접 조사하면서 온몸으로 느껴보라. 시기를 좀 늦춘다고 부동산이 어디로 달아나지 않는다. 충분히 조사한 뒤 스스로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나 답안지를 만들어 차곡차곡 실행하라. 실천하지 못하는 답안지는 무용지물이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가치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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