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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12) 몰라서 놓치게 되는 조사, 해결책은?

중앙일보 2017.09.18 10:00
퇴직하고 나면 아무래도 정보에 늦다. 여유 시간이 늘었으니 신문도 차분히 뒤적거릴 수 있고, 인터넷 서핑도 내킬 때 눈치 안 보고 들어갈 수 있으니 ‘공식’ 정보를 접할 기회는 오히려 늘었다. 한데 정작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소한 ‘사적’ 정보는 늦게야 귀에 들어올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엔 아예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퇴직하고 나면 사적 정보에 어두워져
챙기고 싶어도 못 챙기는 조사 많아
지인은 신문부고 읽으라 조언 주지만

 
한 장례식장의 모습. [중앙포토]

한 장례식장의 모습. [중앙포토]

 
이를테면 부음(訃音)이 그렇다. 결혼식에 참석해주십사 하는 청첩장은, 말하자면 ‘초청장’이다. 그러니 청첩장을 받지 않았는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일종의 결례다. 이런저런 이유로 청하지 않았는데 가는 것이니 심하게 말하면 불청객(不請客) 되기를 자청하는 셈이다.  
 
부고(訃告)는 다르다.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告) 거다. 그러니 그럴만한 친분이 있는 이가 상(喪)을 당했다면 따로 연락을 받지 않더라도 가 보는 게 도리다. 결혼식 같은 기쁜 일이면 나 하나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다. 섭섭해할지는 몰라도 넘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네 정서로는 문상은 꼭 챙기는 게 우리네 정서에 맞는다. 조의금을 둘러싼 품앗이 차원이 아니라 어려움, 슬픔을 같이하려는 아름다운 풍습이다.  
 
 
부의 봉투. [사진 네이버 화면 캡쳐]

부의 봉투. [사진 네이버 화면 캡쳐]

 
한데 이 부음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절로 알 수 있었다. 사내 선후배의 상사(喪事)라면 회사 인트라넷이나 사무실 게시판에 붙은 알림으로 자동으로 고지되었으니 말이다.  
 
회사를 떠나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는 건지, ‘고지서’로 부담을 줄까 걱정되는지 가깝게 지내던 후배가 상을 당해도 연락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챙겨주고 싶은 후배의 일도 놓친다. 이제는 친구나 옛 동료의 부모가 아니라 본인이 세상을 뜨는 경우도 드물잖게 있건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
 
언젠가 가깝게 지낸 후배의 부친상을 뒤늦게 알고 황망해 하니 한 친구가 충고를 했다. “어, 이 사람아. 나이가 들어 도리를 제대로 하려면 신문의 부고기사를 매일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하는 거네.” 다른 친구는 “평소 선생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반성하라”고 농 반 진 반 꼬집었다.
 
 
중앙일보 신문 '부고' 면. [사진 중앙일보 지면 캡쳐]

중앙일보 신문 '부고' 면. [사진 중앙일보 지면 캡쳐]

 
듣고 보니 과연 맞는 말이다. 퇴직 후에도 후배들 애경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비결을 어느 선배가 “내 비서가 매일 신문의 부음기사를 챙겨”라고 털어놓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회사를 떠나서도 아주 잘 나갔다.
 
하지만 안다고 실천하면, 또는 반성하고 개선하면 진작 출세하거나 도통했을 터다. 어쩌다 묵은 신문을 뒤적일 때 말고는 부음기사에 눈길이 가는 법이 없으니 어쩌랴. 비서를 둘 처지도 아니니 ‘노년 출세’는 꿈도 못 꿀 밖에.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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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필진

[김성희의 천일서화] 책생책사(冊生冊死). 책을 읽고 기자를 꿈꿨고, 출판팀장으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핵심은 ‘재미’였다. 공연히 무게 잡는 책은 싫기도 하고 읽어낼 깜냥도 못 되었으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책’ 이야기 또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쓰려 한다.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듯한 아라비안나이트식 책 이야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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