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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생리? 숨길 필요 없죠,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을 만나다

중앙일보 2017.09.18 09:39
 by 오소영
 

그거, 마법, 대자연…….

 
볼드모트도, 홍길동도 아닌데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그것’의 이름은 다름 아닌 ‘생리’다. 한 달에 한 번 고통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것을 우리는 감추기에 여념 없다. 행여 갑자기 일이 터지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비밀작전이 펼쳐진다. 생리대를 사는 것 자체가 편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알바생의 성별부터 확인하고 여성 알바생이라면 재빨리 들어가 쏜살같이 계산하고 누가 볼세라 검은 봉투에 꽁꽁 싸매 가지고 나온다.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거나 가르치진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해왔다.
 
영화 ‘피의 연대기’는 이렇게 우리 스스로 알아서 감추고 부끄러워했던 생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리에 관한 시대적 사회인식을 영화의 소재로 삼고 생리라는 공통점을 가진 지구촌 여성들을 취재해 영화로 만들었다. 매달 한두 번은 생리대를 옷 속에 파우치에 감춰 화장실로 뛰어다니던,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지 못했던 여고생 기자가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 감독은 최근 이슈가 됐던 깔창 생리대 문제를 거론하며 “생리는 기본적인 생리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배고픔이나 빈곤과 달리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며 “더는 생리가 감춰야 할 비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피의 연대기’를 제작한 김보람 감독.

‘피의 연대기’를 제작한 김보람 감독.

-영화 제목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흐르는 피를 처리하는 도구를 통해서 그 사회가 그 피를 바라보는 방식을 살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chronological’한 연대, 그리고 ‘사람들, 여자들끼리 서로 연대한다’의 연대가 이중적으로 들어가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영화를 통해 ‘생리의 역사’를 처음 접했습니다. 역사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깔창 생리대’ 문제가 생긴 이유가 뭘까요. 배고픔이나 빈곤과 같은 문제와 달리 생리는 논의조차 안 되죠. 왜냐면 생리는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더러운 피로 여겨지기 때문이에요. 옷에 묻으면 관리 못한다고 핀잔이나 듣고 말이죠. 그런데 불현듯 ‘그럼 나는 왜 생리를 더럽고 안 좋은 거란 인식을 하게 됐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의지와 상관없이 나오는 생리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고 ‘아, 생리가 더럽고 안 좋은 인식이 있구나’했던 거죠. 그러다 ‘우리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데, 그렇다면 분명히 어떤 원인이 있을 텐데, 그건 뭘까?’라는 의문이 들어 취재를 시작했고 생각보다 더 생리를 엄청나게 특별한 피로 여긴, 그걸로도 모자라 여성을 2등 시민, 남자와 달리 이상하거나 부족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규정했던 생리 속 여성의 역사를 보게 됐어요.”
 
사진제공=오희정PD

사진제공=오희정PD

사진제공=오희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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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양과 서양 모두 생리를 이유로 여성을 2등 시민 취급했다는 내용이 신기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을 어떻게든 억압하려고 하니까요. 이것까지는 영화에서 못 다뤘는데, 여자가 출산하는 것을 남자들이 되게 질투를 했다고 해요. 너무 신기하잖아요. 아이를 가지고 낳고 하는 게. 그런데 그런 능력을 치켜 세워주면 여성의 힘이 너무 세지니까 아예 그걸 비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해요.”
 
-생리는 페미니즘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어요. 페미니즘과 생리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페미니스트라서, 혹은 여성주의에 엄청 관심이 많아서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니거든요. 저도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 게 많아요. 페미니즘과 생리는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생리를 여성만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여성만 하는 어떤 행위가 좋게 보일리가 없고 그렇게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성에게도 자리잡게 된 것이죠. 냄새난다고 하고, 부끄러워하고, 그러니까 얘기를 안 하고, 그러니까 일회용 생리대 밖에 안 쓰고, 그러니까 다른 생리 용품은 광고도 안 되고, 이렇게 된 거죠. 광고를 보더라도 다 말도 안 되는, 전혀 생리와 상관없는 주제로 당대 제일 유명한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사실 그 광고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죠. 우리가 피를 흘리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굳이 그런 광고가 필요할까요. 사실 필요한 것은 이게 성분이 뭔지, 실제 제작 가격이 어느 정도인데 우리가 사는 가격이 적당한 것인지 등이 아닐까요. 생리대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게 잘 공급되고 있는지, 잘 쓰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그런 것들이 얘기가 되어야 하죠.
 
또 학교 성교육 시간에, 저는 사실 성교육이 아니라 몸 교육이 더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그 시간에 생리에 대해 되게 자세히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만난 여성분들 중에 일 년에 한 번 정도 생리를 하다가 대학에 가서 갑자기 하혈하고 쓰러지신 분이 계셨어요. 알고 보니까 근종 같은 게 생겨서 생리가 다 고여 있었던 거예요. 이걸 엄마도 안 가르쳐주고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니까 ‘아, 그냥 나는 생리 한 번하고 안 하나 보다’ 이러고 그냥 있었던 거죠. 아무도 생리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어떤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여성 혼자 처리하도록, 여성 혼자 부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자체가 억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취재를 하면서 생리대와 관련한 법과 제도가 굉장히 부실하고, 오로지 시장의 논리에만 맞춰져 있는 것 자체가 ‘되게 불합리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생리가 페미니즘이랑 연결이 많이 되는 이유는 일단 생리를 안하는 남자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법을 제정하거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다 남자들이었으니까 이걸 보지 못하고, 여성들이 그 자리에 올라간다고 해도 이건 여성만의 문제니까 어떻게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시도도 못한거죠.”
 
-그럼 영화를 촬영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건가요.
“네, 저는 외동딸이거든요. 그래서 경쟁할 오빠나 남동생도 없었고, 고등학교도 40명 중 35명이 여성인 예고를 나왔죠. 또 대학에서 국문과를 나왔는데 거기도 40명 중에 30명이 여성이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살아가면서 한 번도 여자라서 내 목소리를 못 내거나 그런 적이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방송과 영화 일을 하면서 남성만의 문화를 경험하게 됐고, 거기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일이니깐 생각하고 그냥 넘기곤 했죠. 그러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냥 넘긴 문제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죠.”
 
사진제공=오희정PD

사진제공=오희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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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고3 때 대학입시를 앞두고 6개월 간 생리를 했어요. 그리고 대학교 졸업할 때 취업 앞두고 또 6개월 간 하루도 안 빠지고 생리를 했죠. 그런데 병원에 가니까 아무 문제없고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생리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냥 내 몸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죠. 그러다 2015년 쯤 우연히 친구들과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친구가 자기는 탐폰만 써왔는데 탐폰을 쓰면 생리하는 느낌이 안 난다고 말해서 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 때 제가 스물아홉이었는데, ‘아, 내가 스물아홉까지 한 번도 탐폰을 써볼 생각을 안 했다니’해서 찾아보면서 생리에 대해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당시에는 그냥 재미있었어요. 생리 도구가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한국은 탐폰을 거의 안 쓰는데, 외국, 유럽 서구권 애들은 생리대를 거의 안 쓴다는 것이 되게 웃기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서양과 한국을 비교하는 되게 가볍고 짧은 걸 만들려고 했는데, 파다 보니까 이렇게 됐고, 제가 직접 생리컵을 써보면서 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이게 그냥 그렇게 끝낼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죠.
 
-저도 탐폰이나 생리컵을 한 번도 안 써봤어요. 몸속에 어떤 물건을 넣는 게 심리적으로 무섭다고 느껴져서요. 이렇다보니 ‘우리는 좀 더 자기 몸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라는 말에 굉장히 동감하게 됐고요.
“학교에서 몸에 대해 안 가르쳐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른 건 다 가르치면서 몸에 대해서는 안 가르치죠.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몸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해요. 탐폰이니 생리컵이니 하는 논란을 다 떠나서, 자기 몸이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전혀 모르잖아요. 저 역시 10대에는 질 안에 신경이 없어 그 안에 뭐가 들어가도 실제로는 아무 느낌이 안 난다는 걸 몰랐죠. 그런데 한 번은 제가 생리컵을 끼고 여행가서 까먹은 거예요. 아무 느낌이 안 나니까. 생리 끝물이어서 생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넘치지 않아서 느낌이 안 났던 거죠. 그래서 33시간을 낀 적이 있어요. 그 때 빼 보니 그 안이 너무 따뜻하니까 피가 고이면서 거의 곰팡이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런 건 학교에서 전혀 안 가르쳐주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성인이 돼서 남자를 만나거나 성관계를 맺을 때까지도 전혀 내 몸이 어떤 건지 모르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게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몰라요.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성인으로 자라는 거죠. 그냥 완전히 개인의 문제로 놔둔다는 것 자체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요. 저도 제가 고등학교 때 그런 걸 되게 잘 알았다면, 그게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내리는 많은 선택들 가운데 그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무지한 상태에서 확실치 않은 정보, 소문, 인터넷에서 본 것만 갖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그냥 무방비 상태란 다름없어요. 또 문제가 생기고 나면 말하거나 물어볼 사람도 없고요.
 
사실 고등학교 때 성관계를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전에 이게 어떤 의미인지, 주의해야 될 게 뭔지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거는 네가 조심하지 못 해서라고만 말하잖아요.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게 약간 화가 나더라고요. 10대 때도 분명 성욕이 있고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있는데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문란한 애들 취급만 하고요.
 
사진제공=오희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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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는 다 받잖아요. 제가 충격 받았던 게, 중학교에 생리컵을 엄청 많이 가져가서 “생리컵에 대해서 아는 사람?” 물어보니까 전부 다 손을 드는 거예요. 저는 생리컵을 아무도 모를 줄 알았어요. 사실 애들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이런 데서 광고나 기사를 다 본 거예요. 근데 생리컵을 안다면서 막상 저희가 이 생리컵을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냐고 물었더니 “처녀막이 찢어질 것 같다”라고 하는 거예요. 처녀막은 완전히 잘못된 정보인데 인터넷에서는 처녀막에 대한 환상이나 미신을 심어주면서 여성의 처녀성을 계속 강조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정보가 많기 때문에 더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생리컵 쓰면서 질에 처음으로 손을 넣어보고, 만져보면서 이게 되게 단단한 근육이고, 컵 같은 것도 버틸 수 있고, 근육이니까 운동을 통해 내가 더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생리컵 쓰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굳이 청결제 같은 걸 쓰면서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고 거기서 나온 균들이 좋은 균들이라는 것도 알았죠. 사실 성인 여성들도 잘 몰라요. 죽을 때까지 그냥 모르고 죽는 거죠. 특히 여자 성기는 안 보이게 숨겨져 있으니까요. 생리와 전혀 상관없는 것 같지만 저는 이런 문제가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내 성기에 관한 문제니까. 내가 질병에 노출되지 않는 것, 약물을 하지 않는 것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에요.” 
 
사진제공=오희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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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대를 공공재로 다루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생리대를 공공재화 하는 법안에 서명한 뉴욕시의 한 고등학교의 사례가 인상적이었어요. ‘여자 화장실에는 여성에게 필요한 모든 게 갖춰져 있지 않다’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한 번은 제 남자친구랑 같이 편집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이 나오는 거면 생리대를 화장실 휴지처럼 공공재로 해서 비상시에는 쓸 수 있게 해야 되는 거 아닐까. 어디 화장실 가도 휴지는 있으니까.”라고 말했더니, 그런 것 같다고 동의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생리대 공공재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거야’라는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영화 엔딩에 젊은 여성 정치인을 섭외해서 그 사람이 법안 발의를 해보는 걸 찍어야겠다고 맘먹었는데, 한 달 뒤에 한국에서 ‘깔창 생리대’가 터졌어요. 또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영국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뉴욕시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으로 가 법안에 서명하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당시 저를 가장 감동시켰던 건,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이 법안을 정말 자랑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거예요. 뉴욕시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시민의 안정, 안전, 주거 환경의 안전, 쾌적함 이런 것들과 같은 맥락에 있는 진짜 중요한 법안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한국에서 생리대를 공공재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무상급식에도 처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약간 당연한 걸로 여겨지고 있고요. 생리대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학교나 지자체 정도에서는 화장실 가면 쓸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늘려나갔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생리대 가격인데, 생리대 가격이 정말 과하거든요. 한국이 생리대 정도를 개발 못할 나라는 아닌데 생리대는 아직도 외국 브랜드랑 다 합작이에요. 그래서 브랜드 사용료, 기술 사용료 같은 게 다 더해져서 가격이 책정된 것이죠. 이번 영화에서 이 문제도 다루고 싶었지만 전체 톤과 안 맞아서 넣지 않았거든요. 이 문제도 공론화되어서 생리대 가격이 싸지기만 해도 솔직히 부담이 덜어질 거예요.”
  
사진제공=오희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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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연대기’는 다큐멘터리 영화잖아요. 그런데 중간에 계속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게 새로워요. 특별히 애니메이션을 넣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이 영화가 정보를 주는 것보다도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더 컸어요. 생리의 역사, 이런 건 굉장히 지루할 수 있어서 그걸 최대한 시각적으로 다루면서 스토리텔링 할 수 있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죠. 또 여자의 몸을 자꾸 보여줘야 되는데 실사로 할 수 없으니깐요. 또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animated documentary)’라는 하나의 장르로서 이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이 어떤 도구나 자료화면 같은 것으로만 쓰이지 않고 영화의 톤 전체를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감독의 특유의 선이나 구성 방식 같은 걸 많이 가져왔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정식으로 개봉하면 남자친구랑 다시 보러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보고나면 얘기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보게 될 남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남자분들이 상상을 못하는 부분이죠. 저는 그 분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당연히 자기 몸에서 안 일어나는 일이니까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한 달에 거의 일주일을, 매일, 계속해서 피를 흘리는 거잖아요. 그걸 인생의 반 정도를 해야 되는 거고. 그렇게 생각해보라고 하면 처음에 되게 놀라는 거예요.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더라도,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생리를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직접 카메라를 이마에 달고 사용 중이던 생리컵을 꺼내서 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생리컵을 쓰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요.
“생리컵을 쓰면 무엇보다 제 몸을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걸 무조건 쑥 넣어야 하거든요. 저도 몇 번은 처음에 잘못 끼워서 아프고 새고 이런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쑥 넣고 내가 돌려서 자리도 잡고 하니까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거죠. 또 전 어렸을 때부터 제 몸에 만족감이 없었는데 이제 내 몸을 내 몸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가슴이 작으면 작은 대로, 짝짝이면 짝짝이인대로 특색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또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됐어요. 내 몸을 지키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운동 열심히 해서 내가 불편했던 부분들을 고쳐가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옷도 옛날에는 보여주기 위해서 입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 몸에 편하고 맞는 것을 입어요. 그리고 진짜 나를 위한 투자를 하게 됐어요.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데 말이죠. 덕분에 건강해졌고, 체력도 더 좋아졌어요. 그래서 내가 고등학교 때 이런 걸 알았으면 20대 때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았을 텐데, 인간관계도 훨씬 더 건강하게 맺고,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도 안 받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10대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리컵을 쓰면서 오히려 좀 생리랑 관련 없는, 생각이나 몸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한 거죠.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건 팬티나 바지에 생리가 묻어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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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시면서 인상 깊었던 일이나 가장 신경 썼던 장면이 있나요.
“진짜 생리혈을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보여주냐가 문제였어요. 그 기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그럼 그냥 제가 하기로 맘먹었죠. 생리주기는 내가 알고, 잘못 찍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촬영할 수 있으니까요. 생리가 시작되고 뭘로 찍을까 하다가 고프로를 머리에 달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바로 어떤 연출이나 설정 없이 그냥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촬영했어요. 그 연출을 가장 신경 쓴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 이런 건 애초에 처음에 기획할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피를 어떻게 보여줄지, 누구 걸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생리컵을 비우다가 변기에 피가 묻어서 닦는 장면이에요. 그게 진짜 연출한 게 아니라 그 장면 찍으려고 하다가 컵을 빼서 버렸는데 다 안 버려진 거죠. 그래서 제가 일어나면서 이게 달려서 쭉 나온 거예요. 그래서 연출로도 그렇게 못하는 건데 대박이라고 생각했죠. ‘아, 이거 여자들은 공감할거야’(웃음) 또 제가 도입부랑 마지막 음악을 되게 좋아해요. 오프닝이 딱 나오면서 저희 작업하신 분들 이름 다 뜨는 거,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장면이 정말 좋아요. 제가 꼭 그렇게 하고 싶어 만든 사람들 이름을 초반에 다 넣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영화를 꼭 봐주시고요(웃음). 저희가 12세 관람가로 상영 등급을 받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전체 관람가는 안 될 것 같고, 15세는 너무 높아요. 그러면 중학생은 못 보니까. 저는 솔직히 10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고, 또 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거든요. 청소년들에게 해줄 말? 지금 제가 생각해봤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랑 많이 얘기를 나누고, 실제 우리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고, 그래서 내 옆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도 어렸을 때 못 한 거였던 것 같지만요. 지금, 제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지점에서 말해줄 수 있는 건 그 정도인 것 같아요.”
 
글·사진=오소영(무학여고 3) TONG청소년기자 왕십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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