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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7) 며느리가 가장 힘들었을 추석 앞두고 피는 꽃들

중앙일보 2017.09.16 08:00
오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올 추석은 10일간의 슈퍼 황금연휴가 됐다. 보통 설과 추석 등 명절 연휴는 며느리에겐 고생 길이 활짝 열리는 기간이어서 연휴가 길어질수록 며느리의 한숨이 길어진다고 했다. 
 

혹독한 시집살이 설움 담긴 며느리밥풀꽃·며느리밑씻개
시어미니가 과거사 반성하고 며느리 이해하는 계기되길

그런데 10일간의 황금연휴 소식에 주요 관광지의 숙소와 해외여행 및 항공편이 동이 났다고 한다. 이번 만큼은 며느리들이 오랜만에 멀리 여행을 가 집안일에서 해방되는 기회를 가지려고 했던 건 아닐까.
 
 
추석연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 [중앙포토]

추석연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 [중앙포토]

 
요즘은 시어머니의 절대권력을 상징하던 ‘시월드’ 대신 며느리의 집권을 뜻하는 ‘처월드’라는 말이 유행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가정의 권력교체가 이뤄진 듯하다. 
 
그래서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통장을 아내에게 맡기고, 아이들도 삼촌·고모 등 아버지 쪽보단 엄마를 따라 외삼촌·이모 등 외가 식구와 더 자주 어울린다. 신 모계사회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가정의 무게중심이 '처(妻)' ,즉 며느리 한테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그래서 시어머니 입장에선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반갑지 않고 오히려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시월드’ 세상에서 며느리가 겪었을 혹독한 시집살이를 떠올려 본다면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며느리와 관련된 꽃들  
 

옛날 며느리는 고된 시집살이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래서 꽃 이름에 유독 시집살이의 설움과 관련된 꽃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며느리가 가장 힘들었을 추석을 앞두고 피는 며느리밥풀꽃과 며느리밑씻게에  ‘시월드’의 잔혹한 과거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밥풀꽃.[중앙포토]

며느리밥풀꽃.[중앙포토]

 
며느리밥풀꽃은 보라색의 작은 꽃으로 8~9월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입술처럼 생긴 꽃속에 두 개의 하얀 돌기가 나 있는데 마치 밥풀처럼 생겼다. 여기에 며느리의 설움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옛날 못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않고 일만 죽도록 시켰다. 어느날 부엌에서 저녁을 짓던 며느리가 밥이 다 되었는지 보기위해 주걱으로 밥알을 조금 퍼서 먹어 보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켰다. 
 
 
며느리밥풀꽃. [중앙포토]

며느리밥풀꽃. [중앙포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몰래 밥을 퍼 먹는다며 주걱을 뺏어 며느리의 뺨을 후려쳤다. 아픔에 눈물을 글썽이던 며느리는 빰에 묻은 밥알 두개가 손에 닿자 배고픔에 얼른 떼어먹었다. 이 모습에 더욱 화가 치민 시어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빰을 내리쳤고, 쇼크를 받은 며느리는 입안의 밥알을 두 개를 삼키지도 못한채 숨을 거뒀다. 
 
이후 며느리가 묻힌 무덤에 풀이 자라 꽃을 피웠는데, 마치 죽은 며느리가 입안에 밥풀 두개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었고 이후 ‘며느리밥풀꽃’으로 불리게 됐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밑씻개. [중앙포토]

며느리밑씻개. [중앙포토]

 
이름이 좀 거시기하다. 밑씻개는 변을 누고 밑을 씻어 내는 종이 등을 뜻하니 며느리밑씻개는 며느리가 볼일 본뒤 사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은 연분홍색 꽃은 화장을 곱게한 며느리처럼 곱디고운데 줄기엔 잔가시가 촘촘히 박혀있다. 여름~가을철 산행시 팔이나 다리를 긁어 생채기를 내는 주범이 바로 며느리밑씻개다.
 
이 꽃에 얽힌 사연은 두가지가 전해진다. 하나는 화장지가 귀해 풀을 대신 사용하던 시절, 며느리를 미워한 시어머니에겐 이 풀을 사용하게 했다는 것. 이 풀을 사용한 며느리는 아픔에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며느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그랬을까 할 정도로 줄기의 가시는 날카롭다.  
 
 
며느리밑씻개. [사진 김순근]

며느리밑씻개. [사진 김순근]

 
두 번째는 구박의 주체로 특이하게 시아버지가 등장한다. 시아버지가 마당에 이 풀을 잔뜩 심은뒤 며느리에게 뒷간 이용시 사용하라고 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시아버지의 배후에 시어머니가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느리밥풀꽃과 며느리밑씻개는 우리 가정의 적폐이기도 한 극심한 고부갈등의 산물이다. 이제 ‘처월드’로 격세지감이 되어버린 사연이지만 요즘 한창 꽃을 터트리는 며느리꽃들을 보니 아직 못다한 사연이 많은 듯하다.
 
 
며느리밑씻개. [사진 김순근]

며느리밑씻개. [사진 김순근]

 
요즘 며느리 눈치보며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을 시어머니, 시아버지들. 며느리밥풀꽃이나 며느리밑씻개를 보며 “아, 옛날이여~”라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사를 반성하고 며느리들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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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근 김순근 여행작가 필진

[김순근의 간이역] 은퇴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걱정과 두려움도 있겠지만, 성공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값질 것이다. ‘간이역’은 도전에 나서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 경험들이 큰 힘이 된다. 성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공유하고, 좋은 힐링 여행지를 통해 도전에 앞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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