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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추억의 장소 '목욕탕'의 즐거운 변신

중앙일보 2017.09.16 00:01
미술관으로 공연장으로 … 목욕탕의 즐거운 변신!
 
동네 목욕탕. 30대 이상이라면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렀던 이 공간이 이제 아련한 추억의 공간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목욕 후 마셨던 바나나우유 맛은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설 자리를 잃었던 동네 목욕탕이 최근 새 생명을 얻고 있다.
갤러리와 공연장, 안경 매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공간으로 재탄생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60년 된 조그만 동네 목욕탕 ‘행화탕’
버려지다시피 했던 이곳이 최근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다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문화예술콘텐트 기획사 ‘축제행성’이 문 닫은 이곳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운영한 이후부터다.
 
‘행화탕’ 안에 들어가 보니 공간을 나눈 벽과 탕을 뜯어낸 게 전부.

오래된 시간의 켜가 쌓여있는 벽돌과 타일이 그대로 남아있는 목욕탕 안에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매달 한 번씩 여는 ‘예술로 목욕하는 날’ 행사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이날은 5월 말 ‘예술 목욕 개업식’에 이은 두 번째 행사일로 건축설계스튜디오 ‘크리티컬 매스 랩’의 ‘행화 건축 아카이브’ 전시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학생들의 설치 미술 전기, 공연 등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길을 지나가던 한 할머니가 기웃거리며 “뭘 하는 거냐”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젊은 행사 스태프가 “들어와서 커피 드시고 공연 구경도 하시라”며 안으로 안내하자 “그럴까”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외지인과 토박이가 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레 섞였다. 
 
젠틀몬스터는 감성적 이미지를 가진 공간을 찾던 중 중앙탕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매장을 여기에 꾸렸다. 지은 지 50년 넘은 서울 종로구 계동의 ‘중앙탕’은 2016년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으로 바뀌었다.
얼마나 트렌디한지 여행객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이 밖에도 서울 성수동 유송 사우나는 사진가 한강 씨의 작업실 ‘싸우나 스튜디오’로, 전남 광주시 계림동 서광탕은 사진가 이내정 씨의 개인 스튜디오로 쓰이고 있다.
 
트렌드 분석가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엔 무심하게 신경 쓰지 않은 느낌을 주는 낡은 건물을 멋스럽게 보는 트렌드가 있다”며 “오래된 목욕탕은 이런 트렌드에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가던 추억의 공간이란 스토리가 입혀져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원래의 기능은 잃었지만 과거의 향수, 옷을 벗고 들어갈 수 있었던 특별한 장소라는 인식, 동네 사랑방 역할 등 목욕탕만이 가지는 공간 특성이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일으켜 새로운 공간으로 인기를 얻는다.
재생 건축에 적합한 건물이 많이 남아 있지 않는 상황에서 목욕탕은 좋은 타깃이 된다.
 
목욕탕의 큰 탕 모양으로 내부를 꾸민 서울 한남동 카페 ‘옹느세자메’는 외진 곳에 있는데도 특이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서상혁 축제행성 공동대표는 “앞으로 안 쓰는 목욕탕들이 허물어 없어지기보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목욕탕의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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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윤경희 기자
제작 =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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