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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년 전 바이킹 여전사...유골 DNA로 확인

중앙일보 2017.09.10 23:21
미국 히스토리채널이 상영중인 드라마 '바이킹스'의 여전사 라게르타 역을 맡은 캐서린 위닉. [사진=히스토리채널, Bernard Walsh)

미국 히스토리채널이 상영중인 드라마 '바이킹스'의 여전사 라게르타 역을 맡은 캐서린 위닉. [사진=히스토리채널, Bernard Walsh)

장검과 긴 창, 방패, 은제 투구 그리고 제물로 함께 묻힌 값비싼 말 두 마리. 
 

도끼와 창, 검, 은제 투구에 말 한쌍 부장
스웨덴서 발굴 후 140년간 남성으로 여겨
DNA 검사 결과 X염색체만 나온 여성 전사

10세기 바이킹 전사의 전형적인 무덤으로 알려졌던 스웨덴 비르까 섬의 Bj581호 봉분의 부장품이다. 앉은 자세로 묻힌 무덤 주인의 무릎에는 정교한 게임 세트까지 놓여 있었다. 1880년대에 비르까 마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 무덤은 지체 높은 바이킹 전사 장례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덤의 주인공은 키가 170cm쯤 되는 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발굴 140년만에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 ‘유전체학으로 확인된 여성 바이킹 전사’가 8일(현지시간) 아메리칸 신체인류학 저널에 게재됐다.  
바이킹 여전사의 무덤 발굴 당시 현장 스케치. 앉은 자세의 인골(오른쪽) 주위에 각종 무기가 놓였고, 말 한 쌍이 함께 묻혔다.남자 전사인 줄 알았으나 DNA 분석으로 여성임이 확인됐다. [사진=Stolpe, 1889]

바이킹 여전사의 무덤 발굴 당시 현장 스케치. 앉은 자세의 인골(오른쪽) 주위에 각종 무기가 놓였고, 말 한 쌍이 함께 묻혔다.남자 전사인 줄 알았으나 DNA 분석으로 여성임이 확인됐다. [사진=Stolpe, 1889]

 
비르까에는 3000개가 넘는 무덤이 있고, 그중 1100개가 발굴돼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킹 매장지로 알려져 있다. 그중 스웨덴 고고학자가 발굴한 BJ581호 봉분은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경우였다. 칼·도끼·창·단검, 화살이 관통한 갑옷, 은제 투구, 방패 2개와 암말·종마 한쌍 등이 주인과 함께 묻혔다. 무릎에 놓인 보드게임 조각은 바이킹 전사의 전술과 전략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무덤 주인이 강력한 군사 지도자임을 암시했다. 이 같은 유물은 스웨덴 역사박물관의 Bj581 아카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이킹 여전사가 묻힌 무덤 최초 발굴 당시 고고학자가 남긴 스케치. [ⓒ Historiska museet/스웨덴 역사 박물관]

바이킹 여전사가 묻힌 무덤 최초 발굴 당시 고고학자가 남긴 스케치. [ⓒ Historiska museet/스웨덴 역사 박물관]

스톡홀롬 웁살라 대학교 샬럿 헤든 스티나존슨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 무덤의 주인공이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골반뼈의 모양 등 골격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이라고 충분히 의심을 품을 만했지만, 당연히 남성으로 간주돼 과학적인 성별 분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무덤 주인의 송곳니와 왼쪽 위팔뼈에서 DAN를 추출해 염기 서열을 분석했다. 방사성 동위 원소 분석도 동원했다. 그 결과 X염색체는 발견됐지만 Y염색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바이킹 여전사 무덤에서 발굴된 은제 투구. [ⓒ Historiska museet/스웨덴 역사 박물관]

바이킹 여전사 무덤에서 발굴된 은제 투구. [ⓒ Historiska museet/스웨덴 역사 박물관]

바이킹 여전사 무덤에 함께 부장된 도끼날.[ⓒ Historiska museet/스웨덴 역사 박물관]

바이킹 여전사 무덤에 함께 부장된 도끼날.[ⓒ Historiska museet/스웨덴 역사 박물관]

 
연구진은 남성 전사의 이미지는 남성 중심의 연구 전통과 현대의 선입견에 의해 강화됐다고 첨언했다. 1970년에 처음 시행된 골조직 분석에서 여성의 골격이라는 걸 밝혀냈지만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무덤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면, 자신의 무기가 아니라 가족의 지위와 역할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부장품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인근에서 발굴된 나머지 여성의 무덤에는 무기류의 부장품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티나존슨 교수는 더 로컬과 인터뷰에서 “전투 경험 없이 높은 군사적 지위에 오를 수는 없다. 무덤의 주인공이 전투에 참여했다고 믿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바이킹 여전사가 8~10세기 북유럽 사회 지배계층의 일부였다는 역사가 고고학적 분석 결과로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나아가 이 여전사의 DNA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이슬랜드, 덴마크와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등의 현대인과 유전적 친화성을 보였다. 이 여전사와 연관된 DNA가 북유럽 전역에 퍼졌다는 의미다. 이전에 여전사 모양 조각 등이 출토된 적은 있었으나 바이킹 여전사 유골이 확인된 건 최초다. 
미국 히스토리채널이 상영중인 드라마 '바이킹스'의 여전사 라게르타 역을 맡은 캐서린 위닉. [사진=히스토리채널, Bernard Walsh)

미국 히스토리채널이 상영중인 드라마 '바이킹스'의 여전사 라게르타 역을 맡은 캐서린 위닉. [사진=히스토리채널, Bernard Walsh)

 
다음은 호주의 뉴스닷컴에서 소개한 북유럽 바이킹 여전사의 역사를 담은 노르웨이 시.
 
Then the highborn lady saw them play the wounding game,
그때 고귀한 숙녀가 상처입는 게임을 하는 이들을 보았네
 
she resolved on a hard course and flung off her cloak;
그녀는 험난한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외투를 벗어던졌네
 
she took a naked sword and fought for her kinsmen’s lives,
그녀는 맨 칼을 잡고 친족의 목숨을 위해 싸웠네
 
she was handy at fighting, wherever she aimed her blows.
그녀는 전투 솜씨가 좋았지, 그녀가 칼을 겨누는 어디에서든.
 
— The Greenlandic Poem of At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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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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