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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없다' 합의서 쓰고 격투하다 사망...형량은

중앙일보 2017.09.10 20:19
중앙포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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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싸움을 벌여 60대 남성을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다툼 전 '형사처벌 않는다' 합의서 작성
골목서 '맨손 싸움' 뒤 60대 사망
합의서가 형량 산정에 유리하게 반영

두 사람은 싸움 전 ‘서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가 재판부의 형량 산정에 반영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 나온 데에는 두 사람 사이의 황당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툼은 서울 시내의 한 사우나에서 시작됐다. 이 사우나에서 숙식을 해오던 A씨는 올 3월 초 50대 사우나 종업원과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근처에 있던 손님 B(61)씨는 A씨가 ”연장자인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한다”며 말다툼에 끼어들었다. 감정이 상한 A씨와 B씨는 이른바 ‘맞짱’(일대일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뜨기로 하고 폭력에 대해서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두 사람은 이후 사우나 앞 골목길에서 주먹다짐을 시작했고 A씨는 2분 여 만에 B씨를 쓰러뜨렸다. 주먹으로 턱을 맞은 B씨는 바닥에 쓰러져 두개골 골절상을 당했다. A씨는 쓰러진 B씨를 골목길에 놔두고 사우나로 돌아갔다.
 
B씨는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지만 이내 길가에 쓰러졌고, 인근을 지나던 한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급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 B씨가 연장자에게 욕을 하면 되겠느냐고 지적을 했다는 이유로 싸움을 시작했고, 나이가 많은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생명을 빼앗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씨는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고, 두 사람이 사전에 서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뒤 싸우다가 사망한 결과가 나온 건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참작 사유를 설명했다.
 
형법 제259조(상해치사죄)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살인하려는 의도없이 물리적 다툼의 결과로 사망의 결과가 초래되는 상해치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양형 기준은 징역 3년 이상 5년 이하가 권고 형량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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