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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아끼는 '광주형 일자리' 시동…광주발 고용 혁명 가능할까

중앙일보 2017.09.10 19:53
지난 8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7개 사업장 노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였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성공을 기원하는 지지 행사였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의 벽을 허물고 모여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는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 한자리 모여 광주형 일자리 성공 기원 행사
기존 노조보다 낮은 임금으로 기업 투자ㆍ고용 유도

"실체 없다, 지속불가능" 일부 비판ㆍ우려 목소리도
"과도한 인상, 임금 하향평준화 막을 장치 마련할 것"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광주형 일자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지자체·시민단체·기업·노조가 협의를 통해 노사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임금을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광주시는 구체적으로 연봉 4000만원대의 적정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제조업 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밝혀왔다. 계획대로 된다면 새로 고용될 인원들은 임금 4000만원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게 되고, 기업은 기존보다 훨씬 인건비가 적게 드는 생산시설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광주 기아차 공장의 정규직 평균 임금은 1억원 수준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광주시는 이런 모델이 고임금과 노사관계 악화라는 '벽'에 부딪힌 국내 기업과 고용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정책이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이미 광주형 일자리를 주제로 국회 세미나를 개최했고, 대선 후보였던 지난 3월에도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전국으로 뻗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선 이후 100대 국정 과제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됐다.
 
24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모진에게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2017.5.24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남제현기자

24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모진에게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2017.5.24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남제현기자

 
지역 내 '대타협'도 속도가 붙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6월 한국노총 광주본부와 광주경영자총협회 등 22개 기관·단체가 모여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기초협약'을 체결하고 ^적정임금(연대임금) 실현 ^적정 근로시간 실현 ^원·하청관계 개혁 ^노사책임경영 구현 등의 원칙에 합의했다. 또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던 기존 노조원들의 반발도 거세지 않다. 8일 열린 지지 행사가 그 결실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강성 노조가 많을 거란 외부 인식과 달리 광주는 지자체와 노조, 기업간 관계가 비교적 잘 관리돼 왔고 일자리 문제에 있어 노조들이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다”며 “기존 근로자들에 비해 낮은 ‘연봉 4000만원 일자리’ 창출에 공약에 대해 민주노총 등 상급 노조가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결해야할 문제도 적지 않다. 당장 취지는 좋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해 "2년간 실질적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플랜B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시의회 등에서도 "결과물도 없고 현실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해 왔다. 

 
또 오래 지속되기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장은 일자리가 생기면 좋지만,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임금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이후 광주형 일자리로 취업한 노동자들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정반대의 우려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로 생긴 새 사업장 임금에 맞춰 기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도 함께 하향평준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3월 20일 광주를 찾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5·18 진상규명 등을 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3월 20일 광주를 찾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5·18 진상규명 등을 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또한 광주에서 성공하더라도, 경제 상황이나 노사관계가 다른 기타 지역에까지 같은 정책이 적용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 시도도 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점점 더 해외로 나가게 되고 결국 구직자도, 지역경제도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임금인상이나 다른 사업장의 임금 하락을 막기위한 정교한 장치들을 노사민정 협력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시장 역시 "광주형 일자리가 단숨에 일자리를 크게 늘리거나 모든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꽉 막혀있는 고용ㆍ노동 시장과 노사관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광주형 일자리=노조ㆍ기업ㆍ민간단체ㆍ지자체 등이 협의해 기존보다 낮은 임금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광주시의 일자리 정책. 윤장현 광주시장의 핵심 선거 공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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