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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핵봉인 풀릴까…미국, 전술핵 재배치와 한ㆍ일의 자체 핵무장 용인 검토 파장

중앙일보 2017.09.10 17:51
미국은 지구를 초토화할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핵우산’도 약속했다. 그런데도 최근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미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이 현실로 다가서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으로부터 서울을 지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정부 안에서도 이전보다 한국의 핵봉인 해제 논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①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의 차이
전술핵 재배치론은 1991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얘기다. 전술핵은 눈앞의 적을 공격하는 데 쓰인다. 적국의 도시나 산업시설을 파괴하는 용도의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고, 투사거리도 짧다.
 
자체 핵무장론은 한국 스스로 개발한 핵무기로 무장하자는 쪽이다.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으로 안보 공백을 일어날 것을 우려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②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위배될까
한반도의 핵질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NPT에 의해 짜였다. NPT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갖는 것과 핵무기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한국은 75년, 북한은 85년에 각각 가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91년 11월 핵무기ㆍ재처리 시설 보유 포기를 먼저 발표한 뒤 92년 1월 남북한은 핵무기의 시험ㆍ제조ㆍ생산ㆍ보유ㆍ사용을 금지하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6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NPT를 위반한 행동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헌법에도 핵보유국을 명기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사실상 유명무실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NPT는 ‘비상사태로 자국의 최고 이익을 위태로울 때 탈퇴할 수 있다’(10조 1항)고 돼 있다. 단 탈퇴 통고를 3개월 전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해야만 한다.
 
③전술핵 재배치는 가능한가
미국은 냉전이 종식된 뒤 전술핵의 필요성이 작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전술핵을 줄여왔다. 미국은 현재 전투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B61 핵폭탄과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에 달 수 있는 W80 핵탄두 두 종류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 재배치할 수 있는 전술핵은 B61로 꼽힌다. W80의 경우 토마호크미사일(최대 사거리 1250㎞ 이상)이 중국을 사정권에 두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미국은 B61 500기를 보유하고 있다.
 
④자체 핵무장은 가능한가
서균렬 서울대 핵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술력이면 최소 6개월 안에 100㏏(1㏏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에서 터뜨린 핵폭탄의 위력은 최소 50㏏으로 추정된다.
 
서 교수는 “한국에 재처리 시설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 걸리는 것”이라며 “수퍼컴퓨터를 동원하면 북한처럼 여러 번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재처리 시설을 갖춘 일본의 경우 핵무장에 걸리는 시간은 3주로 예상된다.
 
⑤주변국의 반응은 어떨까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첫째가 ‘한반도 비핵화’”라면서 “자체 핵무장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적인 제재를 포함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실장은 “미국이 한국의 핵봉인을 푼다면 NPT 탈퇴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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