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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뽑기’에 ‘도박 방송’까지…“모바일 게임도 규제해야”

중앙일보 2017.09.10 15:46
“4만원에 (게임 내 복권을) 한 번 돌려주고 (좋은 아이템 나오면) 130만원 드리는 거니 솔직히 여러분들 진짜 이득이죠. 자, 다음 차례 갑니다.”
 
유튜브 1인 방송 진행자가 '리니지M'의 뽑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1인 방송 진행자가 '리니지M'의 뽑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5일 유명 1인 방송자(BJ)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바일·PC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M'을 소재로 방송을 진행하는데, 그중에서도 게임 내 복권 시스템인 '뽑기'를 주로 다룬다. 생방송 중에 시청자들이 BJ의 개인 계좌로 입금하면, 입금한 돈만큼 게임의 '뽑기'를 대신해준다. 뽑기 결과 희귀한 게임 아이템이 나오면 BJ가 미리 정한 액수의 현금을 준다. 이 BJ는 “운이 좋으면 13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여러분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진행자가 유투브 방송 시청자들에게 입금 받은 돈으로 게임 내 뽑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진행자가 유투브 방송 시청자들에게 입금 받은 돈으로 게임 내 뽑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입금한다. 한 번에 100만원을 입금한 사람도 있었다. “진행자 형, 여섯 번째 입금하는 거니 잘 좀 해줘”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희귀한 아이템이 나와 보상받은 사람은 없었다.  
 
지난 6월 출시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 [사진 엔씨소프트]

지난 6월 출시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M은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으로 지난 6월에 출시됐다. 대표적인 ‘다중사용자 롤플레잉 게임(MMORPG·Massive Multi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하나로 이용자들은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희귀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면 다른 이용자와의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PC로도 할 수 있는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끌었다. 출시 당일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였다.
    
많은 MMORPG가 수익성을 높이려 이른바 '현질(현금을 내고 아이템 등을 사는 것)'을 통해 캐릭터를 키우도록 유도한다. 리니지M의 경우 게임 내 거래소에 무슨 아이템이 나올지 알 수 없는 ‘확률형 뽑기 시스템’이 있다. 리니지M의 제작사인 엔씨소프트 측은 “MMORPG 게임에서 아이템 거래는 기본적인 요소다. 게임 내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들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용자 수가 많은 인기 게임인 데다 복권처럼 “운이 좋으면 나도 될 수 있다”며 뽑기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를 이용한 ‘도박 방송’까지 등장한 상태다.  
 
“3시간 만에 5000만원을 날렸다. ‘이혼 각’이다”
 
뽑기 한 번에 현금 3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뽑기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희귀 아이템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확률표를 보면 ‘해신의 삼지창’이 나올 확률은 1.5363%다. ‘데스나이트의 불검’은 0.0001%여서 100만 번을 뽑아야 하나가 나온다. 산술적으로 약 800만 번을 해야 당첨될 수 있는 로또 1등에 비견될 정도로 희박한 확률이다. 하지만 게임 캐릭터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에 많은 이용자들이 이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행성 논란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모두 공개하고, 뽑기의 과정과 결과를 이용자들이 사전에 알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M에서 현금으로 뽑기를 하면 받을 수 있는 아이템과 각각이 나올 확률. [자료 엔씨소프트]

리니지M에서 현금으로 뽑기를 하면 받을 수 있는 아이템과 각각이 나올 확률. [자료 엔씨소프트]

 
이날 도박방송을 시청한 김모(40)씨는 “나는 재미로 가끔 한두 번 하는 정도지만, 인생을 다 건 ‘뽑기 폐인’들도 많다. 채팅방에 ‘3시간 만에 5000만원을 날렸는데 멈출 수가 없다. 아내가 알면 이혼 각(이혼 위기)이다. 죽고 싶다’는 글도 올라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 돈을 건 한 이용자는 “마지막으로 일하러 갈 차비까지 다 걸었으니 잘 해달라”고 채팅방에 글을 쓰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수천만원의 현금을 들여 뽑기를 했다는 사람들의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리니지M에서 현금 수천만원으로 뽑기를 했다는 1인 방송 진행자들의 영상들. [사진 유튜브 캡처]

리니지M에서 현금 수천만원으로 뽑기를 했다는 1인 방송 진행자들의 영상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나친 ‘현질’ 유도…“모바일 게임도 규제해야” 
 
다른 인기 게임들도 현금 결제를 지나치게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기 축구 게임인 ‘피파온라인’은 현금으로 능력치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고, ‘메이플스토리’나 ‘모두의마블’ 등의 인기 온라인 게임들도 게임 내에서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각종 아이템들이 있다.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에서 현금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장면. [사진 피파온라인 캡처]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에서 현금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장면. [사진 피파온라인 캡처]

 
일각에선 결제 한도가 1인당 월 50만원으로 정해진 온라인 PC게임처럼 모바일 게임도 현금 결제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돈을 거는 방송을 하면서 리니지M을 악용하는 1인 방송자들은 막아야 한다. 우리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하고, 아프리카TV같은 1인 방송 플랫폼들도 자체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게임에 월 결제 한도를 두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어 그것이 맞는 방향인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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