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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년제 대학 간판이 밥 먹여주나?" 2년제 군장대 뜬 이유

중앙일보 2017.09.10 15:32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올해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학교 실험실에서 오태선 교수의 지도 아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군장대]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올해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학교 실험실에서 오태선 교수의 지도 아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군장대]

“지금까지 취업을 준비하며 쓴 비용은 ‘매몰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취업해 평생 돈 벌고 누릴 것을 고려하면 다시 대학에 입학해 2년을 투자하는 게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봤죠.”
 

전북 군산 소재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
"고연봉·정년 보장 에너지社 직통 코스" 입소문
재학생 30~40%, 4년제 국립대 등 타 대학 출신
지난해 졸업생 60% 유수 정유·화학 회사 입사
학생들 "대학 다시 다니는 2년, 장기적으로 유리"

지난 7일 전북 군산에 있는 군장대 캠퍼스에서 만난 신정명(26·1학년)씨는 “첫 번째 대학에서 휴학하고 9급 공무원 시험도 준비해 보고 서울의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 등 7~8개 회사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며 “비정규직·계약직·프리랜서로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씨는 올해 지방의 한 4년제 국립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2년제 사립 전문대인 이 대학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에 재입학했다. 수능 대신 고교 내신 성적만 보는 ‘생활기록부 전형’을 통해서다.  
 
신씨처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다른 대학을 다니던 청년들이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이하 화공계열)에 몰리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고액 연봉과 정년이 보장되는 에너지 회사로 가는 직통 코스’로 입소문이 나면서다. 현재 이 대학 화공계열 2학년 전체 70명 가운데 30여 명, 1학년 20여 명이 다른 대학(전문대 포함)에서 이 대학으로 ‘유턴’을 했다. 입학 경쟁률도 올해 기준 5대 1로 치열하다.  
 
국내 정유 4사 로고. [중앙포토]

국내 정유 4사 로고. [중앙포토]

군장대에 따르면 국내 유수한 정유회사와 석유화학기업의 초봉은 4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일반 4년제 대졸자의 평균 임금(3100만원)보다 많게는 두 배나 된다. 지난해 이 대학 화공계열 졸업생 40여 명이 이들 ‘알짜배기 직장’에 들어갔다. 2011년부터 신입생을 받은 이 대학 화공계열은 올해 5회째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 학년 정원이 당초 140명에서 지난해 70명으로 줄었지만, 취업률은 평균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대기업 비중이 50~60%라고 한다.
 
오태선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 교수는 “화학업종은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한 특성 때문에 임금이 높고 대우가 좋아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30년 이상 근무하는 게 보통”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선 ‘고연봉 블루칼라’의 대명사로 통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들 정유·화학 업체는 현장 기술 관리직이 전체 직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전문대 졸업자 채용 비중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올해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학교 실험실에서 오태선 교수의 지도 아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군장대]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올해 군장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학교 실험실에서 오태선 교수의 지도 아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군장대]

이 대학 화공계열 학생들은 오전 9시 전에 학교에 나와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한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도 빈 강의실에 모여 5~6명씩 멘토(스승)와 멘티(제자)로 짝을 맺어 그룹스터디를 한다. “날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학생들끼리 토론하다 보니 학습효과가 크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올해 이 대학 화공계열을 졸업하고 석유화학회사 입사를 준비 중인 문지웅(27)씨는 “우리끼리는 ‘고등학교 4학년’이라 부른다”며 “고등학생 때는 반 강제로 ‘야자’를 했다면 지금은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문씨 역시 4년제 국립대 컴퓨터공학과를 2학년까지 다니다 2015년에 이 대학 ‘새내기’로 다시 입학했다.  
 
그는 “예전 학과는 적성보다 성적에 맞춰 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1학년 마치고 자퇴하거나 입학하자마자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겉만 번듯한 4년제 공대를 나와 성에 안 차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보다 내실 있는 직장을 갖고 싶어 학력 대신 실속을 택했다”고 말했다.  
군장대 홍보 동영상 캡처. [사진 군장대]

군장대 홍보 동영상 캡처. [사진 군장대]

 
군장대 화공계열에서는 교수들이 학생 20여 명씩 담임과 부담임을 맡아 학습 지도와 인생 상담을 해주는 ‘담임제’도 운영한다. 커리큘럼도 ‘화학 공장 유지 흐름’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과목 위주로 짰다. 오 교수는 “애초 (종합화학회사인) OCI 등에 자문해 ‘현장 맞춤형’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계열 신입생으로 재입학한 천성호(24·2학년)씨는 “올해 화학분석기능사·에너지관리기능사·가스산업기사·위험물산업기사·산업안전산업기사·공조냉동산업기사 등 자격증 6개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군장대 총장은 “국내 대학은 입학 자원이 신입생 정원을 밑도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산업 현장에 필요한 특화된 전문 기능직을 길러내는 전문대가 오히려 경쟁력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군장대 로고. [사진 군장대]

군장대 로고. [사진 군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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