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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인 최영미, 유명 호텔에 ‘룸 사용’ 요청 논란

중앙일보 2017.09.10 13:28
 
최영미 시인의 최근 모습. [중앙포토]

최영미 시인의 최근 모습. [중앙포토]

 

최씨, 서울 서교동 A 호텔에 룸 요청 사실 알려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
호텔 측 "무료,혹은 디스카운트 요청인지 불명확"
최씨, "무료 홍보 의도다. 갑질 아냐"

1994년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이름을 알린 시인 최영미(56)씨가 서울 서교동 한 유명 호텔에 1년 간의 ‘룸 사용’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렸다.
 
10일 오전 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욕실 천장 누수 공사도 하고 이것저것 다 내 손으로 고치고 손 봐서 이제 편안한데, 또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11월 만기일에 짐 빼고 아예 이 나라를 떠날까. 떠나서 지구 어디든 이 한몸 뉘일 곳 없으랴. 심란해 별별 생각 다 들었지만 병원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을 것 같네요”라며 “다시 월세가 싼 고양시로 가? 서울인가 일산인가”라며 자신이 주거지 인근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사정임을 밝혔다.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고 한 최씨는 “제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 상품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특정 호텔이 자신이 거주할 공간을 제공한다면 자신이 그 호텔을 홍보해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평소 자신이 자주 들렀다는 서울 서교동의 A 호텔을 지목한 최씨는 이 호텔 측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시인 최영미씨가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쳐본.

시인 최영미씨가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쳐본.

 
“저는 A 호텔의 B 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구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A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A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A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또 최씨는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했다. A 호텔은 호텔 내에 위치한 성인 전용 야외 수영장 시설로 유명하다. 
 
서울 서교동 A 호텔 내부의 수영장 시설. [A 호텔 홈페이지]

서울 서교동 A 호텔 내부의 수영장 시설. [A 호텔 홈페이지]

 
그러면서 그는 자신들의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겐 “이 글 보고 ‘여기 어때’ 하면서 장난성 댓글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저 한가한 사람 아녀요”라며 글을 마무리지었다.
 
최씨의 글을 읽은 이들은 “A 호텔에서 시인에게 5년 정도는 무료 방 대여 해도 광고효과가 더 높지 않을까요? 7년이 적당할 듯” “고은 시인이라면 몰라도. 뭐 그리 되진 않을 거 같고. 편한 곳으로 옮기는 게 시 아닐까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A 호텔 측은 “최씨의 메일은 10일 오전 10시40분쯤 공용 메일로 접수됐다. 다만 룸을 무료로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디스카운트(할인)를 원한 것인지 메일상으로 명확치 않다. 평일인 내일(11일·월)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최근 세워진 A 호텔을 홍보하고 그 대신 룸을 제공받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호텔은 비용을 내고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쓴 곳이다. 난 룸을 제공받더라도 ‘무료’로 홍보해주는 것이 아닌가. 대중이 생각하는 ‘갑질’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도 자신이 무료로 머물렀던 호텔에서 유명 배우, 기자와 비공식 점심 모임을 갖곤 했다. 나 역시 평소 강연에서 ‘호텔에 살다 죽는 게 로망’이라고 수 차례 밝혔었다”고 덧붙였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후 활동이 뜸했던 최씨는 지난해 5월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주목을 받았었다.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 자신의 사정도 밝혔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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