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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공포에 비행기 소리만 나도 심장이 울렁거려요 ”

중앙일보 2017.09.10 13:12
울산 울주군 내와마을 주민 손차순씨가 땅이 갈라져 마당과 화장실 틈이 벌어진 곳을 보여주고 있다. 최은경 기자

울산 울주군 내와마을 주민 손차순씨가 땅이 갈라져 마당과 화장실 틈이 벌어진 곳을 보여주고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6일 오후 1시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내와마을. 마을 입구에 있는 경로당에 들어가자 네댓 명의 주민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60여 가구 중 대부분이 담벼락에 금이 가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1년 전 경주 지진 때 60여 가구 대부분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마을 전경. 최은경 기자

1년 전 경주 지진 때 60여 가구 대부분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마을 전경. 최은경 기자

수확을 앞둔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 최순남(74)씨는 “불과 한 달 전까지 지난해 지진공포에 비행기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속이 울렁거렸다”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이제 좀 마음이 주저앉았다(안정됐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을 전체 피해 입은 울산 울주군 내와마을 가보니
지난해 경주 지진 때 진앙에 인접해 60여 가구 모두 피해 입어
여기저기 담 갈라진 채로 방치, 혼자 사는 노인 많아 여전히 불안
울산시내 시민들 불안함 덜하지만 “언제든 지진 날 수 있다”고 생각

경주 지진 1년이 지났지만 수리를 못하고 금이 가 있는 집이 많았다. 최은경 기자

경주 지진 1년이 지났지만 수리를 못하고 금이 가 있는 집이 많았다. 최은경 기자

피해를 본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아 집을 수리했지만, 아직 집이 부서진 채로 생활하는 주민도 많았다. 장분선(81)씨는 천장이 내려앉은 방과 여기저기 금이 간 담벼락을 보여주며 “벽에 구멍이 난 건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해 임시로 시멘트를 메워 생활한다”며 “자꾸 지진이 나는데 언제 무너질지 몰라 무섭다”고 한숨을 쉬었다. 손차순(87)씨는 “집수리 비용으로 보상금 190만원을 받았지만, 지붕 공사를 하는데 500만원이 들었고 다른 곳은 못 고쳤다”며 마당과 화장실 사이 땅이 갈라져 틈이 심하게 벌어진 곳을 가리켰다.  
 
주민들은 “면사무소에서 피해 보상을 위해 여러 번 나오기는 했지만 금 간 곳도 수리해준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고, 지진 대피 요령을 따로 교육하거나 비상 물품을 경로당에 비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집이 심하게 허물어져 대공사를 한 어느 주택은 굵은 쇠막대로 곳곳을 받쳐뒀다. 
다시 지진이 날 것을 대비해 쇠막대를 받쳐둔 모습. 최은경 기자

다시 지진이 날 것을 대비해 쇠막대를 받쳐둔 모습. 최은경 기자

지진 진앙인 경주와 인접한 울주군은 당시 11억6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주택 피해는 879건이었다. 역시 지난해 9월 지진 때 전체 70여 가구가 피해를 본 내와리 외와마을의 문현달(72) 이장은 “집이 완전히 허물어져 이사를 한 주민들도 있다”며 “당시는 난리가 났었지만 이제 주민들 불안감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시내에 사는 시민들은 경주에 인접한 울주군 주민보다 덜했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는 모습이다. 두 번째 강진이 난 지난해 9월 19일 이틀에 걸쳐 생후 6개월 된 자녀를 안고 아파트 19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수 차례 대피 연습을 한 조모(35, 남구 삼산동)씨는 “요즘은 대피 준비를 따로 하진 않지만 항상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지진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 9일 경주 지진 1년을 기억하고 건설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탈핵 집회를 열었다.
 
울산=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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