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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300만원' '전화 한 통화로 OK' 식 대부업 광고 사라진다

중앙일보 2017.09.10 13:01
쉽고 빠른 대출을 강조하는 대부업체 광고. [중앙포토]

쉽고 빠른 대출을 강조하는 대부업체 광고. [중앙포토]

‘누구나 300만원’, ‘전화 한 통화면 10분 내로 가능’.
 

'과도한 빚 권하는 관행' 개선키로
방송광고 완전 금지 법 개정도 논의
대출모집인 '고금리 대환' 권유 금지

쉽고 빠른 대출을 강조한 대부업체 방송광고 문구가 오는 10월부터 퇴출당한다. 금융위원회는 ‘빚 권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부업 광고와 대출모집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대부업체 광고에 대한 내용·시간 규제는 종전보다 강화된다. 이미 7월부터 대부업계에 올해 하반기 방송광고 총량을 상반기 대비 30% 자율감축토록 행정지도했다. 이에 따라 7월 한 달 동안 상위 6개 대부업체의 방송광고는 종전보다 45% 줄었다.
 
10월부터는 누구나 쉽게 대출이 가능하다는 식의 자극적인 광고문구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한다. 대부업 광고가 ‘쉽고 빠르다’는 이미지를 주입해서 상환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연체 시 추심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고 대출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광고에 명시할 예정이다. 시청자들이 대부업체 대출을 좀 더 신중히 결정토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무이자, 간편, 누구나 등의 용어로 서민을 유혹하는 대부업 광고. [중앙포토]

무이자, 간편, 누구나 등의 용어로 서민을 유혹하는 대부업 광고. [중앙포토]

금융당국에 접수된 피해 사례에 따르면 주부 이 모 씨는 TV를 보다가 A 대부업체 광고에서 ‘신규 고객 최대 30일 무이자’라는 문구를 보고 혹했다. 마침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이달 사용 한도를 초과해서 며칠간 빠듯하게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용카드사에서는 현금서비스를 안내했지만 이자가 비싸서 포기했다. 이 씨는 A 대부업체에 전화해 ‘무이자’가 맞는지 확인을 하고 200만원 대출을 신청했다. 이후 생활비로 30일 이내에 대출금 200만원을 갚았다. 이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카드사로부터 ‘카드 사용 한도 축소’를 통보받았다. 게다가 은행 신용대출 금리마저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만약 TV광고에서 대출 시 신용등급 하락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공지했다면 이씨가 ‘무이자’에 혹해서 쉽게 대출을 받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부업체에 대한 상시적인 ‘방송광고 총량 관리제’도 실시될 예정이다. 업체 별 연간 송출횟수와 방송광고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 주요 시간대(오후 10~11시)에는 A대부업체 광고를 한 바로 다음에 B대부업체 광고를 붙여서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연속광고는 소비자에게 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부업체의 방송광고를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이미 국회에는 현재 일부 시간대(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주말 오전 7시~오후 10시)에만 금지하는 대부업 방송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4건 계류돼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추진 중인 대부업법 개정 논의를 통해 방송광고 금지 등 근본적인 광고유제 강화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빚 권하는 관행을 조장하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규제도 한층 깐깐해진다. 현재 대출 모집인은 110여개 금융회사에서 약 1만2000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신용대출은 1~5%, 담보대출은 0.2~2.4%의 수수료를 받으며 영업한다. 전체 가계대출 중 25~30%가 대출 모집인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우선 대출모집인이 더 비싼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대출금을 증액해줄테니 기존 대출은 해지하고 새로 고금리 대출을 받으라는 식으로 권유하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자영업자 김모 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A저축은행에서 12% 금리로 2500만원 신용대출을 이용하던 김씨는 2000만원 추가 대출을 알아보던 중 B저축은행 대출 모집인의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대출 신청 서류를 보내자 해당 대출모집인은 “B저축은행의 대출상품 금리는 18%이지만 5000만원 대출을 6개월만 이용하면 우수고객 등급을 받게 돼 금리가 12%로 떨어진다”며 대출을 권했다. 급전이 필요했던 김씨는 A저축은행 신용대출을 해지하고 B저축은행에서 총 5000만원을 대출 받았지만 6개월이 지난 뒤에도 금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환대출은 ‘고금리→저금리’인 경우에 한해 허용토록 규제키로 했다.
 
또 향후 소비자들이 모집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향후엔 대출모집인이 직접 이를 설명토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밖에 대출모집인의 교육시간을 2배로 늘리고(12시간→24시간) 대출모집인의 명함·상품안내장·인터넷광고에 자신의 성명과 대출모집법인 상호를 크게 표시해서 금융회사 직원으로 오인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모집인 관련한 집중 감독을 실시해 금융회사가 모범규준을 준수토록 감시하겠다”면서 “향후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통해 과징금·과태료 같은 행정 제대 수단도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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