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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1년] 19% 불과한 내진 설계율...학교는 17년 뒤 완비

중앙일보 2017.09.10 12:39
지난해 9월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 건물에서 기와 보수업체 직원들이 건물 지붕의 기와 전체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 건물에서 기와 보수업체 직원들이 건물 지붕의 기와 전체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지진이 경북 경주 지역을 강타했다. 이어 48분 뒤인 오후 8시 32분에는 더 큰 지진이 이 지역을 흔들었다.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한 규모 5.8의 강진이었다.
 

규모 5.8 강진 우리 사회 전반 큰 영향
1년 동안 규모 1.5 이상 여진 633회
여진 줄었으나 큰 지진 가능성 남아

조기경보 발생 25초 이내 발령 개선
내진설계 건축물 확대..내진율 더 하향

학교 건물 내진율 아직 25.3% 그쳐
2034년 되야 초중고 내진 설계 완비
원전은 규모 7.0에 견디도록 개선

23명이 다쳤고, 건물 벽에 금이 가고 지붕 기와가 떨어지는 등 5368건,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1년 전 발생한 '9.12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경주 지진 발생 1년을 맞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 지진에 대한 우리의 대비 태세는 어떤지를 점검했다.
경북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주택가 담벼락이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무너졌다. [중앙포토]

경북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주택가 담벼락이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무너졌다. [중앙포토]

◇여전히 이어지는 여진(餘震)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일부터 지난 8월 말까지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1.5 이상의 여진은 모두 633회다. 그중에서 3.0 이상 4.0 미만이 21회였고, 4.0 이상이 2회로 집계됐다.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관계자는 “올 상반기부터는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크게 줄어들면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규모 2.0 미만의 작은 지진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은 기존에 알려진 양산단층의 지류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산단층은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부산시 낙동강 하구까지 약 170㎞에 걸친 긴 단층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정밀분석 결과, 5.8 규모의 지진이 경주시 남남서쪽 8.7㎞에서 깊이 15.4㎞ 지점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여진의 대부분이 반경 5㎞ 이내에서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홍태경(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경주 지진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라며 “당시 대지진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 지각이 동쪽으로 끌려가면서 동서로 늘어난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2013년 서해 흑산도와 백령도 부근 해역에서 각각 발생한 규모 4.9 지진이나 지난해 7월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앞으로도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과거 조선시대에 서울 등 수도권 등지에서도 강진이 발생한 만큼 전국적인 활성단층 분포 지도 작성이 필요하고, 특히 서해 등 해양의 단층 분포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개선 시급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에 미리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25초 이내에 신속 정보를 제공하고, 이어 5분 이내에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진 통보 서비스를 개선했다.
 
지난해 경주지진 때만 해도 최초 관측시간 기준으로 26초 후에야 조기 경보를 발령했지만, 18초 후에는 발표가 가능해진 것이다.
 
지진 조기경보의 원리는 지진파 중에서 파괴력이 큰 S파보다 먼저 도달하는 P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P파는 초속 6~8㎞, S파는 초속 3~4㎞ 속도로 전달된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경우 발생 후 26초에는 부산까지 S파가 도달했으나. 조기경보를 15초 수준으로 앞당기면 부산에 S파가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일본 수준인 10초 이내에 발령할 수 있도록 조기경보 시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기상청 지진정보기술팀 황의홍 연구관은 “조기경보가 시민들에게 더 빨리 전달되려면 지진관측망 확충, 분석 경험의 축적, 전달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조기경보 시간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서울시 고덕동 3단지 재건축단지 내에서 민방위의 날 지진대피훈련이 실시됐다. 이 훈련은 경주 지진을 계기로 시민들의 지진대비 훈련 요령을 익히기 위해 실시됐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서울시 고덕동 3단지 재건축단지 내에서 민방위의 날 지진대피훈련이 실시됐다. 이 훈련은 경주 지진을 계기로 시민들의 지진대비 훈련 요령을 익히기 위해 실시됐다. [중앙포토]

◇저조한 민간 건축물 내진율.. 향상 방안 필요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건축물의 내진 성능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신축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설계 확대,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성능 보강이다.
 
내진 설계는 건축물을 설계할 때 건축물 무게나 바람 뿐 아니라 지진의 영향에도 안전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의 경우 철근을 더 촘촘하게 적용하는 식이다. 신축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확대는 올 2월부터 시행했다. 국토부는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3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늘렸다.
 
현재 2층 또는 연면적 500㎡인 민간 건축물 중에서 내진 설계가 이뤄진 비율은 19%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준이 강화되면서 30% 수준이던 것이 더 낮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개정안을 6월 입법예고했고 12월 시행 예정이다.

 
남영우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연면적 200㎡ 이하 근린생활시설 정도를 제외한 모든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한 만큼 지진 대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건축물의 경우 내진 보강을 의무화하기 어려운 만큼 내진 성능을 보강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내진 보강한 건축물에 지방세(재산세ㆍ취득세) 감면율을 확대하고 국세(소득세)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건폐율ㆍ용적률도 10% 완화해주는 내용의 대책을 지난해 12월 발표한 바 있다.
 
남영우 과장은 "기존 내진 설계가 철근ㆍ콘크리트 같은 구조재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내장재 같은 비(非)구조재에 대해서도 내진 성능을 확보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직후 서울시 교량 담당 공무원이 잠심 올림픽 대표 아홉번째 다리에 설치 돼 있는 면진받침을 점검하고 있다. 면진받침은 다리의 상판과 하부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지진 안전장치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직후 서울시 교량 담당 공무원이 잠심 올림픽 대표 아홉번째 다리에 설치 돼 있는 면진받침을 점검하고 있다. 면진받침은 다리의 상판과 하부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지진 안전장치다. [중앙포토]

◇학교 내진율 100% 달성 2034년까지 기다려야
철도와 교량, 학교 등 공공시설의 내진율도 40.9%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2조8267억원을 투자해 내진율을 54%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교량과 공항시설은 2018년, 철도는 2019년까지 100% 내진율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학교 시설은 2034년에야 100% 달성이 가능하다.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교 건물의 내진율은 25.3%에 머물고 있어, 매년 2500억원씩 투자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원전 시설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강에 나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은정 안전소통담당관은 “가동 중인 원전의 경우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내년까지 관련된 주요 설비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개선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2021년까지 250억원을 들여 원전 주변의 단층 분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기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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