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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뒤집힌 판결'…양심적 병역거부, 20대 1심서 '무죄'

중앙일보 2017.09.10 10:16
지난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옥중 기자회견'. 홍상지 기자

지난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옥중 기자회견'. 홍상지 기자

 
종교적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두 명에게 또다시 무죄가 선고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본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이재욱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23)와이모씨(23)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9월과 11월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사 훈련을 받을 수 없다며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이들의 입영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 판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9조',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헌법 제39조 제1항'의 규정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판사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헌법 제19조가 규정한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며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판사는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개인을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처벌한다면,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아 병역 의무를 면했다. 형사처벌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병역 자원에 새로운 손실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국가안전보장에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심의 자유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판사는 "적절한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며 "한국과 유사한 안보 상황에서 대체복무제도를 시행했던 서독과 대만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지난 2007년 대체복무제도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됐고, 제17대~제19대에 이르기까지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이 5건이나 제출됐음에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된 것을 지적하며 "충분히 검토하고 얼마든지 도입, 시행할 수 있었음에도 국가의 태만으로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판사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을 계속 처벌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수자 보호의 요청에 따라 현행 법률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위헌적인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24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신모씨(22)에 대한 상고심에서 신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 이행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보기 힘들다며 선고 사유를 밝혔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법원의 최근 판단은 주로 하급심에서 '무죄', 상급심에서 '유죄' 판결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무죄 판결은 지난 2015년 6건에서 지난해 7건, 올해 상반기 16건 등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판결은 대법원에 가서 모두 뒤집혔다. 대법원은 올해에만 13전째 양심적 병영거부자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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