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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는 북한보다 중국 겨냥…아시아 패권 다툼 번질 수도

중앙선데이 2017.09.10 01:21 548호 18면 지면보기
[긴급점검] 북핵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은
지난 7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북핵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북핵 리스크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아시아 패권 다툼이 더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전병서 소장, 김영익 교수, 이종우 센터장. 김경빈기자

지난 7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북핵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북핵 리스크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아시아 패권 다툼이 더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전병서 소장, 김영익 교수, 이종우 센터장. 김경빈기자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이후 9차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앙SUNDAY는 지난 7일 금융시장 전문가인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중국경제 전문가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투자전략가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함께 북핵 리스크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美 세컨더리 보이콧 목표는 중국
석유공급 축소 선에서 타협할 듯
양국 움직임 놓치면 ‘코리아 패싱’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북핵이 미·중 패권경쟁 가속화
미 경기 둔화로 달러가치 하락
금값 오르며 자산 버블 우려 커져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북핵 리스크 이미 시장에 반영
추가제재에도 큰 영향 없을 것
지나치게 오른 자산가격이 변수


 
이번 6차 핵실험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핵실험 다음날인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9% 내린 2329.6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번 6차 핵실험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핵실험 다음날인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9% 내린 2329.6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1.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중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이 센터장)=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다. 그동안 5차례의 경험상 시장 변동성은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었다. 특히 정치·지정학적 이슈 등 비경제적 요인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과거처럼 안심하긴 이르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뒤 2006년 1차 핵실험에 나섰을 때 이미 핵보유국 리스크는 시장에 반영됐다고 본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하 전 소장)=북한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뒤를 이은 6번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 뒤 경제적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핵실험을 예고하거나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린다는 것은 핵실험이 아직 미완성 단계인 것을 의미한다. 완성 단계이면 군사 작전이기 때문에 비밀리에 실험할 확률이 크다. 앞으로 7·8·9차 핵실험이 더 시간을 좁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이하 김 교수)=외국인 투자자의 경계감이 커질 수 있다. 5년 만기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7일 기준으로 70bp를 기록해 6차 핵실험 이후 10bp가량 상승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수치가 오를수록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2.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 중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 소장=북한 핵실험은 장기적으로 한국에 정치적·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강력하게 경제 제재에 나서면 북한은 추가 도발할 수 있다. 또 핵 폐기를 설득하기 위해선 경제적 지원도 뒤따른다. 이때 미국이나 중국이 직접 지원하기보다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한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완성하기 전에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해 리스크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이 부분을 놓치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을 겪을 수 있다.

김 교수=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25%로 2001년보다 7%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0%포인트 늘었다. 구매력 기준 GDP는 내년부터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 이처럼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과 무역·금융·화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북핵 위기국면조차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패권 다툼으로 번져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점이다.
 
3. 세컨더리 보이콧 등 추가 제재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칠까.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이나 금융업체까지 일괄 제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명 ‘제3자 제재’라고도 한다.)
전 소장=북한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원유 제재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교역의 85%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행되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은행 등 중국의 4대 국영은행은 물론 화학·철광석 관련 기업이 줄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만큼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 중국도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음달 18일 집권 2기 지도부를 뽑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미국의 강압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과의 자발적인 교역 중단과 석유공급 축소선에서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센터장=추가 제재가 나온다고 해서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북한은 이미 원유를 차단하는 것 빼곤 대부분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중국과 경제 거래를 끊으면 가장 답답한 곳이 미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상품 수출이 약 1700억 달러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미국 수출은 47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을 중단하면 모든 소비재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미국이 쥔 카드 중에 뚜렷한 효과를 거둘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4. 잦아진 북한의 도발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는 한국에 세 번째로 높은 ‘AA’ 등급을, 무디스 등급 역시 세 번째로 높은 ‘AA2’다. 피치는 네 번째로 높은 ‘AA-’를 부여하고 있다.)
전 소장=북한 리스크에 대한 예후는 있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당장 신용등급을 내릴 순 없다. 3대 신용평가사는 국가 신용등급을 매길 때 선제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뒤 판단한다. 게다가 성장률·외환보유고·수출·금융부실 등 재무상황을 점검한 뒤 북핵 리스크 같은 질적 변화를 반영한다. 현재 한국 경제지표는 성적이 뛰어나다.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약 3848억 달러로 6개월 연속 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어 연말께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김 교수=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크게 향상된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전환점이 올 수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부터 기업이 자금잉여주체로 바뀌고 있다. 기업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많아졌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일본도 1998년 기업이 자금잉여주체로 전화된 후 정부 지출이 늘었다. 정부가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의 북핵 리스크는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빚이 지속적으로 불어나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5. 연말까지 북한 리스크보다 더 큰 변수가 있나.
전 소장=북한발 지정학적 위험보다 한국 기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 호황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한국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이뿐아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18억 달러로 중국의 인터넷 회사 알리바바(3610억 달러)보다 적다. 정보기술(IT)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하드웨어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네트워크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단순히 4차 산업혁명 관련 세미나만 열고 있다.

이 센터장=올 들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호황에 힘입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반도체 판매 증가와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분기 처음으로 14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반도체 붐을 잇는 새 먹거리가 나오지 않는 한 이익이 꾸준하게 늘긴 어렵다. 또 세계적인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모든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점도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산가격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국내외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 교수=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기만 했다. 앞으로 자산가격 조정이 나타나면 세계 금융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중앙은행까지 비정상적으로 완화했던 통화정책 정상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6.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뛰고 있다.
이 센터장=지금 금값이 안 오르면 오히려 이상하다. 주식·부동산 등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자산가격이 뛰고 있다. 더욱이 금 투자는 환금성이 뛰어나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다.

김 교수=금 가격이 더 오를것으로 전망한다. 금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북핵 리스크가 아닌 달러가치다. 달러와 금값의 상관계수는 -0.6이다. 1이면 완전히 동일하게, -1이면 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금값이 오르고, 달러가치가 오르면 금값은 하락한다. 최근 미국 경쟁력이 둔화되면서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은행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GD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7% 정도다. 앞으로 5년 뒤인 2022년엔 23.8%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의 금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금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3월 기준 1798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1년 전보다 71% 증가했다. 전체 외환보유액의 2%를 차지한다. 중국 투자자들은 2008년 주식시장이 휘청거린 뒤로 주식보다 부동산을 선호했다. 하지만 자산가격 거품이 깨지면 중앙은행뿐 아니라 국민들의 금 투자가 늘 것이다.

전 소장=금값 인상에 북핵 리스크는 조미료 역할을 한 정도다. 한국 GDP는 전 세계에서 2%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금 가격이 오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7. 앞으로 국내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은 무엇인가.
전 소장=앞으로 10년간은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투자 사이클(순환 주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발빠르게 이 사이클에 진입해야 성장하고 주가도 오를 것이다. 여기에 적응 못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팔고 구글·아마존·알리바바로 갈아탈 수 있다. 더욱이 내년까지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A주)이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에 완전히 편입되면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은 줄고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기업 이익 증가 속도가 둔화되면서 증시 상승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투기적인 형태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다만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엔 주식투자 수익률이 시장금리보다 1.5배 이상은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업종으로는 IT기업의 투자 매력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관련 업계가 수혜를 보는 낙수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비슷한 의견이다. 주가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지지부진한 장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배당투자는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지난 5월 홍콩 CLSA증권이 ‘코스피 4000으로 가는 길을 다지는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주주권리가 강화되면 한국 증시는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배당 정책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주주친화정책이 지속되면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현재 17%에서 30%로 오를 수 있다.
 
8. 그렇다면 올해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 센터장=물가상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1년간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북핵 리스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게 쉽지 않다.

김 교수=오히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 요즘 국내 경제는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데다 설비투자 역시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투자 대신 저축을 늘리는 모습이다.

전 소장=부동산 가격 급등, 가계대출 증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라는 세 가지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다.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이 꾸준히 오르거나 가계대출이 임계점을 넘으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또 예상과 달리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역전(미국>한국) 현상으로 외국인 자금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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