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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건조해진 계절, 폐 기능 보호 위해 수분 공급 충분히

중앙선데이 2017.09.10 01:14 548호 24면 지면보기
[新동의보감] 겨울 준비 가을 건강법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신체도 자연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여긴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리 대응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가을에 신경을 써야 할 건강의 요소를 생각해 보자.

땀 흘려도 금방 마르기 때문에
수분 섭취 타이밍 놓치기 쉬워

한번 끓인 후 식힌 물 마시고
생강·파·마늘로 체온 지켜야

 
계절별로 육기(六氣·風寒暑濕燥火)에 의해 질병이 생긴다. 가을은 인체가 건조해지기 쉬운 조(燥)의 계절이다. '마른 사기(燥邪)'의 영향을 가장 받기 쉬운 장기는 폐(肺)다. 폐는 코와 목, 기관지 등과 연결되어 있어 폐를 중심으로 한 호흡기 계통의 부조화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폐에 해당하는 대장(大腸)과 피부도 마른 사기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현재의 몸 상태는 바로 앞 계절의 양생에 따라 좌우된다고 판단한다. 가을에 신체를 양생하는 것은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이기도 한 것이다. 추운 겨울에 대비하려면 가을에 몸과 마음을 모두 보강해야 한다.
 
폐의 특징은 희윤오조(喜潤悪燥)다. 폐는 윤택함을 좋아하고 마른 것을 싫어한다는 의미다. 폐는 청기(氣·산소)와 탁기(濁氣·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호흡기능뿐 아니라 수분대사를 조절하는 기능, 체온조절기능, 외사(外邪)를 쫓아내는 면역기능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건강한 폐는 건조해지지 않게 체액과 혈액 등 음액(陰液)으로 윤조(潤燥)시켜야만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름에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있으면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폐는 가을의 마른 사기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
 
폐가 마른 사기의 영향을 받으면 목이나 코가 건조하고, 마른 기침, 끈끈한 가래, 목마름 등 호흡기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피부건조증, 가려움, 변비 등도 생길 수 있다.
 
가을은 기온이 적당히 내려가 상쾌한 행락의 계절이다. 여름에 비해 야외활동을 즐기기 좋은 계절인데도 왠지 몸의 컨디션이 나쁘다고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오히려 여름보다 가을에 왜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일까?
 
그것은 여름 동안 제대로 섭생을 하지 못한 결과, ‘여름의 냉증’이 몸속에 잠복했기 때문이다. 여름에 냉방에서 생활하거나 차가운 음료 등을 계속 먹으면 몸이 차가워진다. 이처럼 여름 동안 잘못된 식생활로 위장의 기능이 저하되고 몸도 냉해진 상태에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에 들어서면 몸의 냉증이 더욱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9월이 되면 아침저녁의 기온이 내려가 쌀쌀함을 느끼지만 낮에는 여전히 더운 날이 계속된다. 일교차가 심한 가을에는 자율신경의 균형도 무너지기 쉽다. 어쩐지 몸이 나른하고 위장의 상태가 나쁘거나, 피곤하거나 두통이 생기는 등 컨디션 난조에 빠지게 된다.
 
가을에는 변화하는 기온 차에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알레르기도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하루의 기온차가 심하면 코의 점막이 팽창되고 부풀어 올라 콧물, 코막힘 등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가을이 깊어지면 공기가 점점 건조해진다. 공기가 건조하면 땀을 흘려도 금방 말라 버리기 때문에 땀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수분 공급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버리기 쉽다. 특히 많이 걸었을 때나 운동 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땀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목을 축이는 정도가 아니라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 줘야 한다. 수분이 부족하면 변비나 피부 트러블, 목 아픔 등의 원인이 된다.
 
가을은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마름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수분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분 공급은 상온의 미네랄워터를 마시거나 한번 끓인 다음 식힌 물을 먹는 것이 좋다.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일조시간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기분이 침체되고 여름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일까지도 걱정하게 된다. 무슨 일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여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는 경향도 있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살짝 기분이 침체됨을 느끼는 사람은 매우 많다.
 
환절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몸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은 항상 따뜻하게 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따뜻한 음식과 스프를 먹거나 따뜻한 물속에서 목욕하는 등의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생강이나 파, 익힌 마늘 등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향신료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울한 계절 가을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① 되도록 햇빛을 많이 쐬고 열심히 운동하라
특히 아침에 햇빛을 받으며 운동할 것을 권한다. 아침저녁 햇빛을 받으면 자율신경이 안정되면서 침울했던 기분도 해소될 것이다.
 
②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가을철에는 하늘의 기운이 빠르게 돌아가므로 이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잘 수렴하여 가을의 기운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자율신경도 안정되면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너무 오래 자면 가을을 주관하는 폐기(肺氣)가 허(虛)해진다. 호흡기가 약해진 사람이 휴식을 취한다고 누워만 있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오히려 기의 흐름이 점점 나빠지게 된다.
 
 
③ 가을 제철 음식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건강과 먹을거리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을을 건강하게 견디려면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를 적극 섭취하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제철 식재료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꽁치에는 양질의 단백질이 많다. 청어 기름에는 혈액을 맑게 해 주는 EPA나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 주는 DHA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고구마는 열에 강한 비타민C나 식물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 트러블이나 변비 해소에 효과적이다.
 
가을에는 깨·찹쌀·멥쌀·꿀·비파·파인애플·유제품 등 부드러운 음식이 몸에 좋다. 이런 음식들은 위에 유익하고 타액 분비를 촉진시켜 몸을 윤택하게 만든다. 과일은 수분이 풍부하여 진액을 보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이상으로 몸을 차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한다.
 
④ 우리 차를 마시자
다년생초본은 가을이 되면 지상부가 시들고 뿌리로 영양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다년생초본의 뿌리를 약으로 쓸 때는 늦가을에 채취하게 된다. 다년생초본의 뿌리약재로서, 가을에 권할 만한 우리 차 한 가지를 권한다면 바로 당귀차다. 당귀의 뿌리는 진액이 많고 보혈작용이 있어 몸을 윤택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당귀 중에 일당귀는 그 향이 달콤하고 부드러워 매일 차로 음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⑤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기세(氣勢)가 외향(外向)에서 내향(內向)으로 바뀌기 때문에 피부의 방어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옷을 얇게 입으면 열을 뺐기거나 수분이 달아나 감기에 걸리기 쉽다. 땀을 흘리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바로 닦아 주어야 한다.
 
격렬한 운동은 넘침(過)이다.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여 에너지 소비나 발산이 많아지면 자연에 역행하게 되어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한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정현석 약산약초교육원 고문
튼튼마디한의원 인천점 원장. 경희대 한의과 박사. 경남 거창 약산약초교육원에서 한의사들과 함께 직접 약초를 재배하며 연구하고 있다. 『신동의보감육아법』『먹으면서 고치는 관절염』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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