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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 입증 불가 주장을 과학이라 우겨···과학에 대한 청와대의 이해 박약함 보여줘”

중앙선데이 2017.09.10 01:04 548호 11면 지면보기
박성진 후보자 청문회 하루 전, 과학계 반발 확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11일 열린다.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후보자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11일 열린다.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후보자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박 후보자의 역사관과 창조과학회 활동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이후 여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과학계를 중심으로 임명 반대 여론이 거세다. 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이달 초부터 과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박 후보자 인선 배경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자의 상식적 역사관
기대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발언
과학자 보는 도구적 시선 드러내”

박 후보자 모교 포스텍 게시판엔
“역사관·종교관 확신에 차 설파”

박성진 “다양한 분야 교수 초청”
정의당 “생활보수 타령은 촛불 배신”

 
이런 가운데 박 후보자의 모교 포스텍(POSTECH·포항공대)에서도 역사관을 문제 삼는 글이 등장했다. 문원규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7일 내부 게시판에서 “박 후보자가 건국절 등 뉴라이트 역사관과 국정교과서 문제, 심지어 종북 세력을 논할 때도 확신에 찬 태도로 임했고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다”며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듣기로는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태도로 그 관념들을 설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지난해 가을 학기 기계공학과 세미나에서 추진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초청을 예로 들었다. 올해 퇴임한 이 전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다. 문 교수는 “박 후보자가 이영훈 교수의 초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에게 학문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며 반발했고 학생들이 세미나에 선택적으로 출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결정에도 극력 반대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내부적으로 논란도 있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하면 더 낫겠다는 취지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이사로 활동한 창조과학회에 대한 과학계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 연루로 자진 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이어 박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란이 커지면서 과학계 비판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과학기술인 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지난 7일 ‘청와대에 과학적 수준의 과학관(觀)을 요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ESC는 논평에서 “박성진 교수 지명 사태를 지켜보며 과학에 대한 청와대의 몰이해를 아픈 마음으로 목격하게 됐다. 청와대는 창조과학을 과학 대 반(反)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 대 종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SC는 이어 “창조과학은 입증이 불가능하거나 검증에 실패한 주장을 과학이라 우기며 과학공동체가 상호 비판을 통해 엄정하게 평가해 인정한 과학 이론을 무시한다”며 “창조과학자의 국무위원 지명은 과학에 대한 청와대의 이해가 얼마나 박약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과학기술자에게 상식적인 수준의 역사관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식의 청와대 관계자 발언은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도구적 시선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과학계 반발에 불을 붙인 건 지난 1일 청와대 해명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가 기계공학의 세계적 권위자이고 벤처기업·스타트업 창업 실패와 성공을 겪어온 점을 평가했다”며 “장관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관에 대해선 “본인이 깊이 있게 보수나 진보를 공부했다기보다는 (보수적인 역사관이) 내재화된 것 같다”고 전하며 “공대 출신으로 그런 일에만 전념해 건국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신앙과 과학자 소신은 별개”라면서 박 후보자의 전문성에 무게를 둬달라는 뜻을 전했다.
 
박 후보자가 이사를 맡았던 한국창조과학회는 1981년 설립됐다. 사랑의교회 등에서 후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고 회원수는 3만 명 수준이다. 국내 과학계에서 창조과학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일종의 유사과학으로 평가됐다. 그래서 창조과학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많지 않았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과학계 커뮤니티에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지난 1일부터 BRIC에 창조과학 연속기고문을 올리고 있다. 초파리 유전학자로 알려진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지난 6일 기고문에서 “과학계에서 이단 혹은 사이비로 받아들여지는 창조과학을 적극 받아들이고 버젓이 홍보하며 특히 후학들에게 이를 가르친 게 박 교수”라며 “개인적 연구활동까지 억압하고 싶지는 않지만 박성진의 임명은 이런 사이비들이 한국의 공직에 대거 투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홍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8일 “박성진 후보자가 헌신한 창조과학은 그 후신인 지적설계론보다 더욱 반과학적이다. 지적설계론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영장류 조상부터 현대인류까지 점진적, 모자이크적 진화가 일어났다는 화석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창조과학회 관계자는 “창조과학은 과학을 부정하지 않고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며 “하나님에 의한 창조의 결과들이 과학적으로도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잇따른 인사 논란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윤태웅(고려대 교수) ESC 대표는 “과학기술을 경제성장 도구로만 바라보는 전형적인 틀에서 정치권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발생하는 문제”라며 “과학기술자는 역사관도 필요 없는 도구적 존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창조과학과 뉴라이트적 역사관은 사실보다 맹신을 우선시한다는 면에서 닮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야당이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8일 “박 후보자의 문제는 그가 갖고 있는 이념적 성향이 아니라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더 이상 인사 참사를 방치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생활보수 타령을 하며 계속 박 후보자를 엄호하는 것은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박 후보자의 뉴라이트 활동경력을 생활보수라 강변하는 청와대의 해명에서 오만의 태도가 읽힌다”며 “이승만·박정희 독재 찬양, 뉴라이트 역사관, 창조과학회 활동 등 박 후보자의 이력은 중소벤처기업부 수장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시스템의 보완과 개선방안에 대한 인사자문회의를 뒀으면 한다”며 인사시스템 개선을 지시한 상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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