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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념 합의 위해 대토론회 몇백만 번이라도 해야”

중앙선데이 2017.09.10 01:01 548호 7면 지면보기
‘수능 창시자’ 박도순의 대입정책 해법
박도순 명예교수는 “수능은 고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는지 보는 자격 시험”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박도순 명예교수는 “수능은 고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는지 보는 자격 시험”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박도순(75) 고려대 명예교수는 1993년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고안한 ‘수능 창시자’다. 80년대 노태우 정부의 대통령 교육정책자문회의, 2003년 노무현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 등 십수 년간 정부의 교육 정책 자문에 참여했다. 98년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냈다. 수능 개편 1년 유예 조치를 계기로 지난 7일 박 명예교수를 만나 얽히고설킨 대입 정책의 해법을 물었다.

모두 만족하는 교육 정책은 없어
교육이념 세우고 절차 체계화해야

대학 서열화가 가장 우선적 문제
수능 절대평가로 가는 게 바람직
선발은 심층면접이 가장 공정



 
정부가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루겠다는 건 잘했다. 교육 정책을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이면 이념적인 독재가 된다. 최소한의 설득은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입시 정책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1년도 짧다. 이걸 내년까지 유예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오히려 혼란만 준 건 아닌가.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 정책이란 없다. 사람들 하나하나에 일대일로 대응하고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니 이렇게 된 거다. 교육 이념에 대한 전제를 먼저 세우고 그에 맞춰 절차를 체계화해야 한다.”
 
수능 개편과 현행 유지 중 어느 쪽이 나을까.
“현재 수능이 측정하는 내용이 워낙 잘못됐다. 외우지 않으면 못 푼다. 단편적인 지식에 가깝다. 수능의 원래 도입 취지가 그걸 없애려고 만든 거다. 수능 점수 290점과 285점의 의미 있는 차이는 전혀 없다. 그런데 누구는 대학에 붙고 누구는 떨어진다. 선 시험 후 지원이어서 비슷한 점수대끼리 모이니 더 구분이 안 된다. 개인적으론 수능을 (전면) 절대평가하고 가능하면 합격·불합격(Pass or Fail)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급격하게 바뀌기 어려운 현실이 있으니 5단계든 9단계든 단계적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대학은 점수로 줄 세우는 게 필요하니 반대할 거다. 선발에 있어선 심층 면접을 해서 학생들을 판단하는 게 낫다.”
 
면접·논술을 없애자는 게 이 정부의 방침인데.
“논술 없애자는 건 사교육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며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을 반대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가장 공정한 방법은 심층 면접밖에 없다. 기업체에서도 대학원도 그렇게 뽑는다. 수능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심층 면접을 강화하는 것이 입학사정관제라고도 볼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면접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큰 경우는 거의 없다. 심각하게 불공정한 일이 있다면 지금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수능 개편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나.
“대학 입학전형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중시할지 전제를 세우는 것이다. 가장 첨예하고 예민한 문제인 경쟁을 강화할 거냐, 약화시킬 거냐가 첫번째다.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이유가 한국의 경쟁이 너무 심해서 아닌가. 이런 식으로 우리의 교육 이념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대학은 뭘 하는 곳이냐, 엘리트 양성기관이냐 교양교육을 하는 곳이냐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대국민 토론회를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교육 문제에 대한 대토론회를 하는데 그 횟수가 300만 회에 이른다. 우리로 따지면 동네 반상회마다 그 이슈를 주는 거다. 토론해서 나온 결과를 정부가 취합해서 다시 돌려주고 이걸 몇 년에 걸쳐 한다. 이렇게 결정한 교육 정책은 어떤 정부도 10년 이내 못 바꾼다. 이런 절차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안을 여러 개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정부에서 1안, 2안을 내놓고 결정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쟁을 강화하는 안, 완화시키는 안,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안, 큰 지도를 그리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사교육 억제와 경제 활성화 문제가 부딪힐 때는 무엇을 우선순위로 할 것이냐. 정부 쪽에선 양쪽의 효과를 공유해야 한다. 장단점, 영향력 평가를 하고 알려야 한다.”
 
가칭 ‘대입정책포럼’이 그런 취지 아닌가.
“정부 주도로 하면 결국에는 정권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한다. 임기 중 업적을 내려고 하는 한 논란은 계속될 거다.”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시간을 두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대학의 서열화와 고교 정상화 문제다. 입시제도의 문제점은 상위급에 있는 대학이 학교를 통제한다는 거다. 입시 설명회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겠나. 대학이 어떡하느냐에 따라 고교가 달라지고 고교 교육과정이 바뀌고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은 대학 서열의 문제다. 이게 취업과 연결된다. 이 정부에서 취업 시 학벌을 가리고 채용하는 게 그런 취지 아닌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정권마다 대입제도 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뭔가.
“입시는 전부 이해관계 집단이 있어서 합의가 잘 안 된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20년 이상 정책 자문에 관여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이 정치가가 관여하면 정치적으로 된다. 좋은 말로 정무적 판단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한다. 그런 식으로 고치다 보니 결국엔 아무도 찬성을 안 하는 입시안이 나온다. 학생 생각만 해서 만들면 부모들이 반대하고, 교사들이 반대하는 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비판적인 사고력. 창의력을 키워줘야 하는데 이 능력은 평가하기 매우 어려운 것들이다. 이미 60년대 유네스코에서 21세기에 들어서면 지식 전수식 교육은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처럼 시간 제한을 둔 시험도 안 된다. 소위 오픈 북 테스트가 일반화돼야 한다. 오픈 북을 한다는 건 책을 봐도 딱히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낸다는 거다. 우리가 입학전형과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사회가 어떤 모습인가를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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