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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네트워크 유리하지만 ‘우물 안 끼리끼리’ 우려도

중앙선데이 2017.09.10 01:00 548호 15면 지면보기
4당 4색 정치학교, 성과와 한계
지난 6일 서울시청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민주 정치대학 강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권형 개헌과 지방정부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강한 더민주 정치대학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김경빈 기자

지난 6일 서울시청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민주 정치대학 강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권형 개헌과 지방정부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강한 더민주 정치대학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김경빈 기자

“문화예술인들은 좌파라는 프레임 때문에 한번도 떳떳하게 보수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텐데 저출산이 심각하다며 아이만 많이 낳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민주당, 화려한 강사진으로 승부
한국당 수강생 250명 역대 최다
국민의당 자치단체장·의원 구분
바른정당은 청년 키우기에 초점

‘공천 가산점’ 논란 불거지기도
중립적 인재 양성 시스템 미비

 
지난 5일 오후 9시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 치과 의사, 블로그 마케터, 웹툰 작가 등 10~30대 청년 80여 명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10개 조로 나뉘어 4차 산업혁명, 인구 문제, 대북정책, 바른 보수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바른정당이 청년 정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마련한 청년정치학교의 첫 수업날이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의 강의가 한창이었다. 유 박사는 ‘중용의 정치와 다원적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수강생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중도개혁정당을 표방하지만 현실정치에선 줏대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자강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등 날 선 발언도 오갔다. 한 수강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으니 수업을 끝내 달라”고 하고 나서야 질문이 멈췄다.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 국민의당 국민정치아카데미,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입학식 모습(위 사진부터). 류석춘 혁신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병국 청년정치학교 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연합뉴스·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 국민의당 국민정치아카데미,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 입학식 모습(위 사진부터). 류석춘 혁신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병국 청년정치학교 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연합뉴스·바른정당]

선선한 가을이지만 9월의 여의도는 각 당에서 개설한 정치학교의 열기로 뜨겁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각 당이 앞다퉈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정치학교 수료자들은 향후 당내 공직자 후보 추천 심사 때 가산점을 받는다. 현역 국회의원들과의 네트워크 등 정치 인맥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념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니 사고의 틀을 확장하지 못하고 자칫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른바 정치학교는 지방선거에 출마하거나 국회에 진출할 정치 인재를 양성한다는 공통된 목표 아래 운영되지만 커리큘럼이나 수강생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당의 특색이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등 현 정부 ‘실세’들로 구성된 화려한 강사진을 자랑한다.
 
귀화 정치인, 웹툰 작가 등 직업도 다양
지난 6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 시장의 강연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박 시장은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를 깨닫는 게 정치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여성 수강생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산 지 18년 됐다는 귀화인 이리나(42)씨였다. 그는 2007년 한국 국적을 얻었고 중3 아들 등 3남매를 두고 있다. 충남도당 다문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씨에게 정치를 하려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저와 같은 다문화 유권자들의 권리 확대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당은 2001년 3월 개원한 이래 1700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고 함진규 의원 등 정치대학원 출신 현역 국회의원이 다섯 명이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재까진 수료생 규모로 150명이 최대였지만 올해는 250명이 정원이었던 만큼 그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희 여의도연구원 여의도아카데미 소장은 “최대한 신진 정치 지망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한 번이라도 선출직 경험이 있는 사람은 탈락시켰다”며 “특히 예비 합격자를 포함해 260명 중 2030세대가 73명이었을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온 이우주(24)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당원으로 가입한 경우다. 이씨는 “한국당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당의 일원이 됐고 정치대학원까지 오게 됐다”며 “인기는 많았다 적었다 하는 거지만 당의 중요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환(26)씨도 “당장 출마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정치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왔다”며 “현역 정치인들이 어떻게 정치에 뛰어들게 됐는지, 지금도 초심이 변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원 늘려야 할 정도로 예상 밖 관심 높아
실무자들은 원내교섭단체가 4개로 늘어난 만큼 예전보다 지원율이 저조할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4당 모두 정원을 늘려야 했을 만큼 관심이 쏠렸다. 민주당 정치대학은 66명 정원에 217명, 한국당 정치대학원은 250명 정원에 331명, 국민의당 국민정치아카데미에는 광역·기초 의원반 45명, 단체장반 30명 정원에 각각 175명과 33명이 지원했다.
 
경쟁률로 보면 바른정당이 3.6대 1로 가장 치열했다. 만 39세 이하로 나이를 제한했는데도 50명 정원에 330명이 몰려 합격자를 91명까지 늘렸다. 청년정치학교 교무실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면접 심사를 해보니 전혀 정치에 뜻이 없던 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참여해 놀랐다”고 말했다.
 
수강생 평균 연령은 만 29세. 최연소인 중학교 3학년생도 두 명이나 있었다. 김승찬(15)군은 “21세기에 걸맞은 개방형 학교 같다”고 첫날 수업 분위기를 묘사했다. 블로거 마케터인 차연희(25)씨는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은데 좋은 대통령, 좋은 정치인을 뽑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에 정치학교의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치과 의사인 지용화(36)씨는 “청년정치학교를 통해 청년이란 단어와 보수란 단어가 교집합을 넓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수강생 규모가 가장 작은 대신 광역·기초의원반과 단체장반을 구분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선보였다. 강석균 정치연수국장은 “강사진을 비정치인 위주로 구성해 철저히 실무 중심의 교육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수강생 임정화(49)씨는 “국민의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당에 비해 여성 수강생 비율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주부 우윤화(42)씨는 “지방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수업을 들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최종 등록까지 완료한 43명 중 여성이 17명으로 39.5%”라며 “특별히 성비를 고려해 뽑은 건 아니고 여성 지원자 자체가 많았다”고 말했다. 등록자를 기준으로 민주당은 여성 비율이 36.4%(66명 중 24명), 한국당은 21.7%(244명 중 53명), 바른정당은 25%(88명 중 22명)였다.
 
‘스펙 장사’ vs 정당의 의무 논란도
정당에서 운영하는 정치학교는 교육 기간도 수강료도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민주당은 교육 기간 대비 수강료(6주 90만원)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6개월 과정에 24만원인 바른정당과 비교가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강료는 현장학습비와 졸업앨범비, 식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모두 수강생들에게 돌아간다”고 해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공천 가산점’이다. 선거 때마다 공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약간의 가산점이라도 지원자들에게는 커다란 당근이다. 일부 수강생 사이에서 “수강료가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신청할 수밖에 없다”거나 “정당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스펙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때때로 수강생 동원 의혹도 불거진다. 국회 관계자는 “양당제일 때는 서로의 세를 과시하느라 수강생 규모를 늘리려고 동원을 하는 경우도 적잖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정당 정치학교는 앞으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잠재적 당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는 건 정당의 의무”라며 “정치학교는 앞으로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강료 논란에 대해선 “너무 과도하면 일반 시민들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무료로 해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신생 정당은 지지 기반을 넓히는 게 우선이다 보니 수업료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정치학교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진영 논리에 휩싸여 편향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당의 정치학교와는 별개로 서로 다른 이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정치 인재 양성 시스템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독일의 국가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은 청년들을 위한 정치교육 잡지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정치교육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일 등을 담당한다.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은 특정 정당과 관계없이 수많은 정치 엘리트를 배출해낸 민간 기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정치 교육은 정당과 시민단체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립적인 국가기관이 나서서 체계적인 민주주의 교육을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김도연 인턴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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