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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개혁입법 골든타임 허비, 지지층 사드 반발···野 보이콧 여론 악화, 일주일 만에 복귀 결정

중앙선데이 2017.09.10 01:00 548호 5면 지면보기
정기국회 시작부터 헤매는 정치권
9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장악 국민보고대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집회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장악 국민보고대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집회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지난 1일 개회했지만 바로 다음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저지를 내걸고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튿날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국회 파행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대북 문제 책임 소재를 둘러싼 장외 공방은 한층 치열해졌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 어디로”
정의당 공격, 4野와 적대관계 걱정

이혜훈 사퇴로 보수 갈등 재점화
한국당 “바른정당 흡수통합될 것”

여야 모두 내우외환에 샌드위치
“내부 동요 막아라” 집안 단속 부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잇따르면서 “비상 상황에 국회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결국 보이콧 일주일 만인 9일 국회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그 와중에 집안 단속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여권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진보 진영의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야권도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급작스러운 사퇴로 보수 적자 경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인데 당내 문제와 북핵 후폭풍에 지지층 반발까지 겹치면서 여야 모두 내우외환의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文 대북정책, 보수에 하이재킹 될 수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의 공전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첫해가 개혁입법을 처리할 골든타임이란 점에서 일자리 창출, 권력기관 개혁, 부동산 시장 안정 등 10대 핵심 국정과제 이행 태스크포스(TF)팀도 꾸렸지만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일단 11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12~13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기존에 잡힌 의사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국회 정상화의 불씨를 살려나갈 방침이다.
 
문제는 사드 배치 후폭풍이 간단찮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대북 강경 노선에 대한 진보 진영의 우려와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다. 지난 5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토론회도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대북 강경 대응을 통해 일단 국내 여론을 관리하고 보자는 접근은 결국엔 제 발목만 잡게 될 것”이라며 “머지않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보수 세력에 의해 하이재킹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 박근혜 시대의 사드는 절대악이고 문재인 시대의 사드는 아니냐”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야 4당 중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가장 호의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사드 갈등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모든 야당과 적대적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의 처지도 마냥 편한 건 아니다. 겉으로는 북한 핵실험에 호재를 만났다며 책임론 공세를 펴고 있지만 속으로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장 당내에서도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하루를 못 내다보고 너무 성급하게 국회의 문을 박차고 나온 바람에 북핵 정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기국회가 개회하자마자 보이콧하고 나선 데 대해 다른 야당은 물론 여론 또한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는 일단 9일 서울 강남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내부 단합을 도모했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이후 12년 만의 거리 투쟁으로, 홍 대표로서는 꺼내들 수 있는 최강의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그러곤 여의도 당사로 다시 돌아와 비상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원내 복귀를 전격 결정한 뒤 11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러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잇따라 제기됐다”며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한 만큼 더 늦기 전에 회군해 원내 투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데 모든 지도부가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계속 복귀할 명분을 달라고 하는데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딱히 줄 게 없는 상황이라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며 그간의 물밑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구원등판론’ 급부상
그런 가운데 보수 진영에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터졌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취임한 지 두 달 반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다. 대표적인 자강론자로 꼽히는 이 대표가 물러나자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으로서는 당내 의원들의 이탈과 동요를 막고 당의 구심점을 시급히 복원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일단 당내에선 ‘유승민 구원등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무성 의원과 당내 양대 주주인 유 의원이 직접 나서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유 의원도 고민 중”이라며 “당의 전면에 서는 것에 난색을 표하던 예전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한국당은 바른정당 흔들기에 본격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의 80%가 돌아와 결국엔 흡수통합될 것”이라고 했고, 나경원 의원도 “이 대표가 물러났으니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되돌리는 데 올인하고 있다. 지난주 4박5일간 광주·전남을 순회한 데 이어 이번 주엔 전북을 찾을 예정이다. 안 대표로서는 문재인 정부 견제나 야당 공조 못지않게 호남을 사수하는 게 급선무다. 더욱이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 ‘반안철수’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 내부 단속을 대여 투쟁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당내 문제에 발이 묶여 있는 틈을 최대한 활용해 국회 정상화의 고삐를 바짝 죄어간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원내로 복귀한 뒤에도 계속 어깃장만 놓을 경우 다른 야당들과 협조하며 ‘한국당 패싱’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한 한국당과 함께하면서 갈등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북핵 문제에 있어 진보·보수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한 데다 개혁입법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서는 협치 노선을 유지해 나가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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