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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구조조정, 외면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중앙선데이 2017.09.10 01:00 548호 2면 지면보기
사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금호타이어는 해외 매각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군수용 타이어를 일부 생산하는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에 매각의 최종 승인 권한은 산업부 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방산 부문 매출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호남 기업을 중국에 넘길 수 없다는 지역 정서와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채권단 대표 격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다음날 “현재까진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7일 동명이인인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석좌교수를 신임 산은 회장에 내정했다. 일각에서는 전임 회장이 정부 뜻에 반해 매각을 서두르다가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시장에서 보는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은 간단하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했지만 제때 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진행될 당시 주가는 1만원 안팎이었다. 매각 대상이던 지분 42%의 시가총액은 6500억원 수준이었다. 더블스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9550억원에 사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는 사이 금호타이어는 1, 2분기에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가 6000원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지분의 가치는 4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결국 매각은 실질적으로 무산됐고,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공적 자금을 회수할 길이 아득해졌다.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3조5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눈앞의 아픔을 피하겠다고 수술을 미뤘다가 곪은 상처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PEF) 등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내에서 사실상 기업 구조조정을 도맡고 있다. 지난해 9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거부해 한진해운을 파산 처리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에는 올 초에만 2조9000억원을 투입해 연명시켰다. 지분 51%를 보유한 대우건설 매각 작업도 다음달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에 투입한 공적 자금은 168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이 가운데 68%인 115조원을 회수했다. 공적 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일에 직면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역사는 관치금융의 역사나 다름없다. 54년 장기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과 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산은은 지금까지 정부의 대기업 지원에 동원됐다는 불명예를 벗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3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수장이 없을 정도로 외풍에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전임자만 해도 18대 대선에서 금융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모임을 이끌었다. 진보 성향의 학자인 신임 회장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 주변 인물 가운데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의 개혁을 꾸준히 주장했고, 지난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부실 대기업을 지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으로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부실기업 처리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궁금하다.
 
이동걸 회장 내정으로 새 정부의 금융팀이 진용을 갖췄다. 이 회장 내정자와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된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지난 7월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손발을 맞춰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한다. 최종구 위원장은 산은과 함께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행장 출신이다.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금융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문가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흥식 내정자는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이 제조업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수 정권은 금융계를 수족처럼 부렸다. 문재인 정부의 새 금융팀이 이 같은 관치 마인드에서 벗어나 규제 혁파를 통해 금융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금호타이어를 보면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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